이낙연 국무총리가 2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 김지형 위원장과 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준 뒤 악수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24일 공식 활동에 들어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화위)는 앞으로 3개월 동안 전례 없는 ‘탈핵 논쟁’을 이끌어 갈 예정이다. 첨예한 논쟁이 불가피한 사안에 대해 시민사회가 직접 토론하고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점에서, 참여민주적 정책 결정의 새로운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공론화위 구성을 밝히는 브리핑에서 ‘공정성·중립성·객관성·투명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홍 실장은 “정부는 어떤 예단도 갖고 있지 않으며, 공론화위 활동에 대해 어떤 간섭도 없이 공정성과 중립성 원칙을 철저하게 지켜나갈 것”이라며 “시민배심원단의 판정 결과를 공론화위가 정부에 제출하면, 제출받은 결과를 국무회의에 보고해 그대로 정부 정책으로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론화위가 성공적으로 운영된다면, 향후 민주적인 의사결정의 모범사례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실장의 설명처럼, 공론화위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직접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공론화위의 역할은 공론화 과정을 설계하고, 의제를 설정하고, 국민적 소통을 촉진시키는 일이다. 이를 위해 공론화위는 향후 3개월 동안 △설문조사 △시민배심원단 구성·운영 △각종 공청회·토론회 준비·진행 등을 책임진다.
핵심은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을 최종 결정을 하게 될 시민배심원단 구성과 운영, 최종 의사결정 방식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7일 공론화위 구성 계획을 밝히면서, 독일의 ‘핵폐기장 부지 선정 시민소통 위원회’를 사례로 제시한 바 있다. 당시 정부 고위당국자는 “독일은 국민 7만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을 한 뒤 이 가운데 120명을 표본추출해 시민배심원단을 구성했다”며 “(공론화위에서) 시민배심원단에게 충분한 정보와 토론 기회 등을 제공한 뒤 최종 의사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지형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독일 사례는 아주 훌륭한 사례로 참작하겠지만, 전가의 보도로 삼을 건 아니다. 공론조사 방식이 가진 취약점은 없는지, 갈등 관리 측면에서 보완할 건 없는지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론화위의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돼 있다. 지난 17일 발효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정’(국무총리 훈령 제690호) 제9조는 공론화위 위원장이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춘 자문위원을 위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홍 실장은 “자문위원의 조언이 필요한지 여부도 공론화위에서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핵발전소 관련) 찬반 전문가는 앞으로 공론화 작업을 진행하면서 충분히 주장을 전달할 수 있도록 토론회·공청회 등 다양한 기회가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찬반 양쪽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사안을 토론과 논쟁을 거쳐 최종 결정을 하기엔 석달이라는 활동 시한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공론화위가 이날 위촉장 수여식 직후 상견례를 겸한 첫 회의를 열어 공론화위 운영계획과 운영세칙 등 2건의 안건을 심의·의결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인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건물 19층에 사무실을 마련한 공론화위는 앞으로 매주 목요일 정기 회의를 열기로 했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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