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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북 “정상회담 재고” 담화에 한반도 정세 ‘노란불’

등록 2018-05-16 22:14수정 2018-05-16 23:45

북, 김계관 긴급 담화 발표
“미 일방적 핵포기 강요 말라”
남쪽엔 고위급회담 연기 통보
당혹한 미국 “회담 준비 계속”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AP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AP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월1일 신년사 이후 평창올림픽을 거치며 순풍에 돛을 단 듯 순항하던 한반도 정세가 16일 요동쳤다. 북한이 문재인 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잇따라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1월 이후 파란 신호등만 줄곧 켜졌던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에 급작스레 ‘노란 신호등’이 켜진 형국이다. 파란 신호등으로 되돌아갈지, 빨간 신호등으로 악화할지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2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결과, 북-미 정상회담을 향한 물밑 협상 추이, 그에 대한 북쪽의 내부 평가가 맞물리면서 정세에 중대 영향을 끼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23~25일로 예고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북부핵시험장’ 폐기 현장 공개 일정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북쪽은 16일 열릴 예정이던 남북 고위급회담 ‘연기’ 통보 사실을 오전 3시에,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려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오전 11시 넘어 <조선중앙통신>(중통)을 통해 공개했다. 앞쪽이 북쪽 회담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남쪽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한테 0시30분에 보내온 ‘전화통지문’ 형식의 공식 통보라면, 뒤쪽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담화’라는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발언의 공식성을 세심하게 조정한 입장 표명”(전직 고위 관계자)이다.

두 사안은 발신 및 수신 주체가 달라 분리해 분석할 필요가 있지만, 서로 연결돼 있기도 하다. 두 사안을 관통하는 북쪽의 핵심 메시지는 △일방적 양보는 없다 △대북 적대행위를 중단하라는 것이다.

우선 북쪽이 남북 고위급회담을 연기하면서 문제 삼은 대목은 크게 두가지다. △미국의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가 참여한 한-미 연합 ‘맥스선더’ 훈련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반김정은’ 언행이다.(북은 실명 대신 “인간쓰레기”라는 표현을 썼다) 북쪽은 이를 “무분별한 북침전쟁소동”과 “대결난동”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전적으로 제정신이 없이 놀아대는 남조선 당국에 그 책임이 있다. 미국도… 조미수뇌상봉(북-미 정상회담)의 운명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주 표적이 남쪽 정부다.

하지만 10시간 남짓 뒤 <중통>으로 공개된 ‘김계관 담화’는 트럼프 행정부를 직접 겨냥했다. 특히 이른바 ‘리비아식 해법’ ‘북 핵무기 폐기와 미국 반입·해체 먼저’를 공개적으로 제기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정조준했다. 김 위원장과 두차례 대화·협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거론하지 않았다. 북쪽은 “일방적인 핵 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조미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북쪽은 “과연 미국이 진정으로 건전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조미관계 개선을 바라고 있는가에 대해 의심하게 된다”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조미관계 개선을 위한 진정성을 가지고 조미수뇌회담에 나오는 경우 우리의 응당한 호응을 받게 될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북쪽은 16일 밤에도 <중통>을 통해 “미국이 B-52 전략핵폭격기와 F-22 랩터 스텔스 전투기를 포함한 핵전략자산들을 투입해 역대 최대 규모”의 ‘맥스선더’ 훈련을 한다고 비난했으나, B-52는 훈련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군 당국이 확인했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4·27 판문점 선언’을 합의·발표했고, 북-미 관계 개선의 기본 원칙과 방법론도 거듭 분명하게 밝혀왔다.

우선 남북 정상은 3개 조로 이뤄진 판문점 선언에서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한 뒤, 2조 3개 항과 3조 4개 항에 걸쳐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 △“완전한 비핵화”와 “핵 없는 한반도” 실현 등을 다짐했다. 남북 정상은 “완전한 비핵화”와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이 공동 목표임을 확인하면서도, 이를 한반도에서 “정전체제 종식”과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3조)의 세부 항목(4항)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다롄회담’(7~8일)에서 “조선에 대한 적대시 정책과 안보 위협을 없애기만 한다면, 조선은 핵을 가질 필요가 없다”며 △북-미 대화를 통한 상호신뢰 △단계적·동보적(동시적) 조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 전면 추진 등의 ‘방법론’을 제시했다.

북쪽이 ‘맥스선더’를 “판문점 선언에 대한 노골적 도전”이라고,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 공갈을 끝장내는 것”(김계관 담화)과 ‘등가물’이라고 주장한 배경이다.

한반도 문제에 두루 밝은 전직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메시지는 판을 깨겠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잘해보자는 쪽으로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북-미 핵협상의 상징적 존재인 김계관이라는 ‘당국자 개인 담화’ 형식을 빌려, 정부·외무성 성명·담화보다 공식성이 현저히 낮지만, 개인 필명 논평보다는 전달력이 높은 독특한 메시지 발신 방식을 택한 대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다만 최근의 한반도 정세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에 의지한 ‘톱다운 방식의 돌파형 정세’인 점을 고려할 때, “대세가 역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실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지금의 상황은 같은 그림을 그리기 위한 지난한 과정이며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진통이라고 본다”며 ‘정부 내부의 정리된 정세 평가’를 내놨다. 북-미 간 이견이 있지만, ‘완전한 비핵화’와 ‘북-미 적대관계 해소’라는 역사적 성과를 얻는 데 불가피한 ‘산통’이라는 비유다.

정부는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판문점 선언 이행의 확고한 의지”를 강조하며 “유관부처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필요한 조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전화 협의에서 “미국은 북쪽의 이번 조처에 유의하며 미-북 정상회담 준비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폭스뉴스>에 “우리는 회담이 열리리라 여전히 희망하며, 그 길로 계속 갈 것”이라면서, “동시에 우리는 어려운 협상이 될 것으로 보고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한-미 정부의 대응 기조가 매우 신중하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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