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일본에서 벌어진 ‘김대중 납치사건’에 중앙정보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국정원 과거사위의 조사결과 발표와 관련해, 한국 쪽의 ‘사과 수준’을 놓고 한-일 정부가 승강이를 벌이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 26일 유명환 주일 한국대사의 고무라 마사히코 외상 예방 신청을 ‘국회 일정이 바쁘다’는 이유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대사는 이 자리에서 한국 정부의 유감 표명을 공식 전달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 외교소식통은 “일본은 한국에 공식 사과를 요구했으나, 어느 수준을 요구할지에 대해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외무성 소식통의 말을 따 “한국의 공권력이 일본 국내에서 행사됐다고 하는 주권침해가 있었음에도 한국 쪽에서 명확한 사과도 없이 유감만으로 끝내는 게 좋은 것인가라는 의견이 강해 대응이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앞서 기무라 히토시 외무부대신은 지난 24일 유 대사로부터 과거사위 보고서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일본의 주권이 침해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나타내고 한국 정부에 공식 견해 표시를 요구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또 과거사위가 사건의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책임은 일본에도 있다고 한 데 대해 일본 정부와 정치권에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일본 경시청 공안부는 29일 일본을 방문해 대학에서 강연할 예정인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임의 의견청취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경찰은 24일 공표된 보고서를 분석하는 등 사실상 중단했던 수사의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1993년 10월 미국에서 귀국하는 도중 나리타 공항에 기착했을 때 1시간 동안 피해자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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