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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여성 대통령’ 꿈도 꾸지 말라는 이들에게

등록 2017-01-03 16:36수정 2017-01-04 00:59

정치BAR_보좌관 Z의 여의도 일기_박근혜에 상처입은 ‘여성 리더십’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공복이 되겠다”고 다짐합니다. 머슴이 되고픈 의원의 손과 발과 머리가 되는 사람들이 보좌관입니다. 정치부터 정책까지 의원과 가장 가까이에서 호흡하며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사람들입니다. 정치 현장 최일선에서 뛰고 있는 익명의 여러 보좌관들이 보고 듣고 느낀 ‘정치의 속살’을 전합니다.

1977년 8월 당시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서예 연습을 받고 있는 24살 박근혜의 모습(왼쪽). 출처 대한민국 정부 기록사진집
1977년 8월 당시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서예 연습을 받고 있는 24살 박근혜의 모습(왼쪽). 출처 대한민국 정부 기록사진집

국회 의원회관엔 정부 부처 공무원들이나 민원 있는 분들이 주로 방문을 한다.사무실을 들어서면서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도 “사람 없어요?”라고 묻는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해도 “보좌관 안 계시나요?” 두리번거리며 남자 보좌관을 찾는다. “제가 보좌관입니다만” 하며 응대해도 반신반의 눈빛을 보낸다. 전화도 마찬가지다. “아가씨 말고, 보좌관 바꿔”라거나 “남자 직원은 없냐?” 하는 분들이 있다. 상담이나 통화가 끝날 즈음엔 처음의 의심스런 눈빛과는 달리 ‘숙제’를 잔뜩 안기고 가는 분들이 많다. 고맙다는 인사도 잊지 않는다.

“아가씨 말고 남자직원 바꿔”…여성 의원은 느는데 여성 보좌관은 줄고

국회에도 여성 보좌관이 있다. 정부 부처나 민간 기업처럼 국회 또한 9급 행정비서는 여비서가 대부분이고, 7급, 6급, 5급으로 직급이 올라갈수록 역전돼 5급부터는 남성이 85% 이상이다. 현재 국회에 근무하는 4급 보좌관 600명 중 여성 보좌관은 35명이다. 비율로는 5.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여성 국회의원 수가 많이 부족하지만 2000년 16명에서 이번 국회에서는 51명으로까지 확대됐다. 그런데 여성 보좌관은 2000년 10여명에서 2012년 45명까지 늘어났다가 다시 35명으로 줄어들었다. 여성 50% 비율로 당선된 비례대표 의원들조차 여성 보좌진 구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진보정당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 300명 중 10명에 한명 정도만 여성 보좌관과 일하고 있는 상황. 그래서 여성 보좌관들은 멸종위기 희귀종이라며 서로 위로한다.

35명 중에서도 인턴이나 9급부터 시작해 4급까지 승진한 여성 보좌관은 두세명 있을까 싶다. 나머지는 언론사나 시민단체, 변호사 출신이거나 특정 분야의 활동 경력으로 6급, 5급, 4급으로 시작한다. 인턴부터 4급이 되기까지는 그야말로 유리천장 같은 경쟁을 거쳐야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다. 여성계는 여성 의원 30% 할당제를 계속 요구하면서 정작 정치 실무영역의 보좌진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2016년 여성 경찰이 전체 경찰의 10%가 넘었다고 한다. 검찰과 법원에서도 여성 비율이 대폭 확대되고 있다. 정책적으로 여성들이 탁월한 분야가 있다. 복지·환경·노동·여성·아동 분야만이 아니라 경찰·검찰 쪽으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는 여성 보좌진이 늘어나고 있다. 서류 한 장, 글자 한 자 등 디테일에 숨어 있는 악마를 섬세하고 예리하게 파고드는 장점이 있다. 사회적 약자들이나 법외 사각지대의 사회현상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특유의 감성과 공감으로 의미 있는 법률도 많이 만들어 내고 있다.

정무적 역할 또한 남녀 구별이 없어지고 있다. 팀플레이에서도 여성의 강점이 발휘될 수 있다. 김영란법으로 국회 문화가 많이 바뀌는 중이지만 여성들은 학연, 지연, 인맥 등 로비가 잘 통하지 않는다. 선거를 앞두고 일부 의원들이 지역 사람을 쓰기 위해 여성 보좌진을 해고한 경우도 있지만, 의원을 재선·3선 당선시켜 함께 일하는 여성 보좌진도 많아지고 있다. 여성이 지역정치를 못 할 거라는 것은 편견일 뿐이다.

육영재단 이사장 박근혜가 저지른 일

여기까지 읽다보면 ‘여성 보좌진 세일즈냐’라는 생각도 들겠지만, 국회라는 곳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억울하고 힘없는 사람, 길이 막힌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에 여성들이 더 많이 일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울고 있는 분들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대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곳, 이곳에서 만들어 내는 정책들이 사회 곳곳에 힘이 되어주고 길을 뚫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거리에서 최순실씨와 박근혜 대통령 등을 통칭해 여성 모두를 욕하는 분들이 간혹 있다. 시민들 인식 속에서 여성 지도자의 이미지가 얼마나 추락됐는지 충분히 이해되지만, 정치권에서조차 ‘향후 100년간 여성 대통령은 꿈도 꾸지 말라’는 발언을 접하면 어이상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언제 여성 대표로 당선되었던 것인가.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 제보가 들어왔다. ‘준비된 여성 대통령 후보? 웃기지 말라’는 유치원 교사의 제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육영재단 이사장이던 시절 어린이회관 유치원 교사 채용 조건에는 ‘결혼을 하면 퇴사한다’는 서약서가 있었다고 한다. 어린이회관 관장과 유치원 원장까지 군인 출신이어서 교사들은 제식 훈련 걸음걸이와 복장까지 통일. 밤에는 예비역 장성들이 교사들을 불러내 술시중까지 들게 했다는 것이다. 유치원 교사들이 수업 거부에 농성까지 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고 한다.

‘여성 대통령’ 아닌 유신공주의 실패다

아이가 넘어져 울면 부모는 방바닥을 때리면서 ‘떽’ 한다. 방바닥이 무슨 죄랴만, 우는 아이를 달래면서 공감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박 대통령은 여성의 최대 강점인 공감능력이 애초부터 상실된 분이었던 것이다. 교사들이 성추행에 내몰려도 같은 여성으로서 아파하지 않고, 책임자로서 문제 해결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대통령으로서 보여준 무능과 부패는 오래전 육영재단 운영에서부터 이미 드러났던 것이다.

2012년의 국민들, 특히 여성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그나마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동안의 차별과 불평등, 불안한 국가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나름 기대를 걸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삶 어느 구석에도 여성성을 대표하거나 여성을 위한 삶은 없었다. 유신독재를 누린 공주였을 뿐.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과 사유화는 유신독재의 답습으로 실패한 것이지, 여성 대통령이어서 실패한 게 아니다. 조금만 더 주변을 둘러보면 더 나은 세상, 건강한 세상을 위해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전쟁터 같은 곳에서 오늘도 뛰고 있음을 기억했으면 한다.

‘멸종위기 희귀종’인 한 여성 보좌관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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