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_보좌관 Z의 여의도 일기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공복이 되겠다”고 다짐합니다. 머슴이 되고픈 의원의 손과 발과 머리가 되는 사람들이 보좌관입니다. 정치부터 정책까지 의원과 가장 가까이에서 호흡하며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사람들입니다. 정치 현장 최일선에서 뛰고 있는 익명의 여러 보좌관들이 보고 듣고 느낀 ‘정치의 속살’을 전합니다.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소환되고 있는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사진공동취재단
모시는 의원 구속되며 함께 추락
매일 구치소 면회에 사건 대응까지
의원 심기 보좌에 흰머리 수북
‘비선실세’ 모두 처벌받은 뒤
대통령도 구속되는 상황이 온다면… 일단 구속이 되면 최장 20일까지 수사 후 기소를 하게 된다. 형이 확정될 때까지 머물게 되는 구치소에서는 기소 뒤부터 면회가 가능한데, 일요일만 빼고 하루에 한차례 10분간 할 수 있고, 한번에 5명까지 만날 수 있다. 면회도 하고 면회 오신 분들 안내도 해야 했기에 나는 거의 매일 구치소로 갔다. 그러면 하루가 거의 다 지나갔다. 단 10분의 만남을 위해 구치소와 국회를 왕복하고 면회 시간을 대기하며 고민에 찬 하루하루가 흘러갔다. 구치소 주변 지리와 근처 식당은 그 동네 사람들만큼이나 섭렵했다. 면회는 최대 5명까지라서 가족을 우선으로 인원을 채워야 했기 때문에 영감을 만나러 먼 거리를 오신 분들도 자리가 다 차면 그냥 발길을 돌려야 했다. 서적 같은 영치품, 음식(품목이 정해져 있음) 등을 챙기는 건 일도 아니었지만, 면회 때마다 수척해져가는 의원을 만날 때마다 안타까움, 안쓰러움이 겹치며 하루하루가 힘겨웠다. 면회, 재판 준비에 지쳐가고…피감기관에선 홀대받아 면회만 옥바라지의 전부가 아니다. 사건의 주요 쟁점을 꿰고 이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사건의 경위와 전말에 대해 분석하기도 하고, 재판 때는 법원에 가고, 변호사를 만나러 수차례 서초동으로 달려가기도 했다. 기자도 만나고, 조금이라도 이쪽 방면에 잘 아는 분이 있으면 찾아가 상담도 하고, 관련자가 소환 조사를 받을 때는 검찰청 앞에서 밤을 지새웠다. 흉사 앞에선 동료애도 당해내지 못한다. 이렇게 힘겹게 함께 옥바라지를 하다 보면 보좌진끼리 부딪치는 경우도 많다. 검찰 조사나 재판 과정이 희망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보좌진끼리의 반목과 갈등도 최악으로 흘러간다. 극도의 스트레스로 몸살도 나고 심신이 엉망이 된다. 나도 옥바라지하면서 흰 머리카락이 수북해졌다. 그렇다고 소홀히 할 순 없었다. 옥바라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구치소 안에 계신 분은 엄청 서운해한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어떤 이들은 의원이 감옥에 들어가 있으면 여하튼 국정감사도 안 하고 보좌진 기본 업무도 안 하니 편한 점이 있지 않냐고 말한다. 그런데 옥바라지 몇달 해보니, 국정감사를 몇달씩 연속으로 한 것처럼 기운이 쇠해졌다. 의원의 추락과 함께 내 위상도 한순간에 급강하했다. 회의와 모임에서 무시당하는 건 기본이고, 피감기관 관계자들로부터 홀대를 받기도 했다. 평소 서로가 존대하며 오랫동안 업무적으로 친분을 쌓아온 한 공기업 직원이 갑자기 반말로 하대를 하며 ‘옆집 아저씨’ 취급을 할 때는 정말 서글펐다. 그저 도 닦는 심정으로 한숨 쉬고 넘겼지만, 다른 동료들은 성을 참지 못해 분노와 서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때로는 국정감사 하면서 피감기관에 따지던 ‘실력’으로 검찰과 법원에 대응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제1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최순실씨.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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