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4인 선거구 쪼개고 열린우리 뒷짐…민노 반발
소수 정당의 기초의회 진출을 봉쇄하기 위해 거대 정당들이 밀어붙인 ‘2인 선거구’가 결국 굳어지게 됐다.
열린우리당 핵심 관계자는 15일 “개악된 기초의회 2인 선거구를 4인 선거구로 바꾸기 위해 열린우리당과 민주·민주노동당이 함께 제출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법리상으로 문제가 많다고 판단했으며, 한나라당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2월 임시국회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오늘(15일)까지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5월 지방선거에 적용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전달받았다”고 덧붙였다. 개정안은 지난 7일 국회 행정자치위에 제출됐으나 상정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열린우리당은 지난달 한나라당 의원들이 다수인 대구시·경남도의회 등에서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바꾸는 기초의회 선거구 획정안을 잇달아 기습 처리하자, 민주·민주노동당과 함께 현재 시·도가 갖고 있는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 권한을 중앙선관위로 넘기도록 하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법안 제출 당시부터 개정안에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애초부터 개정 의지가 없으면서도 ‘정치적 제스처’만 보인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선거구 획정은 국회 입법이나 지자체 조례로 규정해야 할 사안이지 선관위 규칙으로 정할 문제가 아닌데다, 중앙선관위가 이를 맡는 것은 지방분권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며 “당장 5월 지방선거 전에 바로잡아야 한다는 두 야당과의 합의에 따라 서둘러 개정안을 만들었으나 문제가 많은 법안”이라고 말했다.
설사 여당이 ‘의지’를 가지고 다음달 2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한다 하더라도, 시간적으로 선거구 재획정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구 재획정은 늦어도 다음달 19일의 예비후보자 등록 전까지 완료해야 하지만, 선거구 획정위 구성, 정당 및 지자체 의견 수렴, 획정 규칙 마련 등 법이 정한 절차를 밟기 위해서는 최소한 한달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선관위의 판단이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현행 법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처리돼 이번 지방선거에 처음 적용되는 것인데, 선거를 앞두고 다시 법을 바꾸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열린우리당의 이런 태도에 대해 “열린우리당이 공직선거법 개정을 주장한 것은 한나라당에 대한 정치 공세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소수 정당과 시민단체 등의 기초의회 진출 기회를 봉쇄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은 영남 지역에서 한나라당의 선거구 쪼개기를 비판하면서도, 수도권에서는 사실상 선거구 쪼개기에 동참하거나 방관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열린우리당 핵심 관계자는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도 의원들의 소속 지역에 따라 개정안에 대한 의견 차이가 크다”며 “다음 국회에서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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