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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정권 재창출이냐 지역주의 극복이냐

등록 2006-05-30 11:32수정 2006-05-30 11:51

정 의장, "잘 부탁합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29일 오전 경남 김해시 부원동 새벽시장에서 유세를 마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지난 28일 정 의장에서 "당을 떠날 것"을 요구한 당 최고위원이자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김두관 후보의 이름과 벽보가 눈에 띈다.이날 김 후보는 유세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해=연합뉴스)
정 의장, "잘 부탁합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29일 오전 경남 김해시 부원동 새벽시장에서 유세를 마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지난 28일 정 의장에서 "당을 떠날 것"을 요구한 당 최고위원이자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김두관 후보의 이름과 벽보가 눈에 띈다.이날 김 후보는 유세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해=연합뉴스)
[분석] ‘현실-이상론’ 맞붙은 열린우리당 노선투쟁
“정권 재창출이냐, 지역주의 극복이냐” “현실이냐, 명분이냐.”

열린우리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선투쟁에는 일종의 가치 논쟁이 숨어 있다. 현실론과 이상론의 대립이다.

열린우리당 내부를 들여다 보면, 현실론자들이 훨씬 더 많다. 정동영 의장, 김근태 최고위원은 물론이고, 노무현 대통령과 가까운 염동연 사무총장, 그리고 이른바 ‘386’ 세대나 개혁당 출신들도 대부분 정권 재창출을 우선 순위에 놓고 있다.

현실론자들은 “정치는 현실이고, 정당은 집권을 위해 존재한다”고 말한다. 임종석 의원이 “정권 재창출이 최고의 개혁”이라는 말로 잘 표현했다. 29일 퇴임한 김원기 국회의장은 ‘평화민주세력 15년 집권 당위론’을 구상하고 있다. 정권이 10년 만에 한나라당으로 다시 넘어가면 역사는 후퇴할 것이라는 인식이다.

“한나라로 다시 넘어가면 역사 후퇴” 인식
“이상론자들 정권 창출 의지 부족” 비판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비슷한 가설이 나타난 적이 있다. ‘김대중-김종필 연합’을 추진했던 조세형 당시 총재권한대행은 “정권교체가 최고의 개혁”이라며 “악마와도 손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 대부분의 모순을 정권교체로 풀 수 있다는 얘기였다.

현실론자들은 노 대통령을 비롯한 이른바 ‘영남파’를 “정권 재창출의 ‘의지’가 부족하다”고 비판한다. “집권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하고, 그 뒤는 역사의 평가에 맡기겠다는 것은 순진하고 위험한 생각”이라고도 말한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노 대통령은 ‘처절하게 짓밟힐 것’이라는 설명이 따른다.

“구태 정당에 투항·구걸은 국민 배신 행위”
“현실론자 권력 위해 개혁 팔았다” 맹공


김두관 열린우리당 경남도지사 후보
김두관 열린우리당 경남도지사 후보
이상론의 논지는 김두관 경남지사 후보의 글에 잘 녹아 있다. “온갖 정계개편의 시나리오가 구차하게 정치생명을 연장하는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안된다. 우리가 그토록 극복하고자 하였던 구태 지역주의 정당에 투항하거나 구걸하는 참상은 국민의 믿음과 염원에 대한 배신이며, 권력을 위해 개혁을 팔았다는 비난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다.” 구차하게 사느니 차라리 죽겠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창당은 호남당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었다”는 말이나, 유시민 의원의 “박근혜 이명박씨가 대통령이 된다고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 야당도 나라를 위해서 할 일이 있다”는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노 대통령이 제기했던 대연정론도 이런 생각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열린우리당의 정강·정책에는 지역주의 정치구도를 언급한 대목이 있다. ‘우리의 현실’은 “지역주의 정치구도는 여전히 한국정치를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인 정쟁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민의 의사는 왜곡되고 건전한 정책정당의 출현은 지연되고 있다”고 규정했다. 그리고 ‘우리의 나아갈 길’은 정치개혁 항목에서 “지역주의 정치구도를 극복하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문화를 창출하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현실론의 약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민주당과의 통합 등 정계개편을 추진하려면, 전국정당을 지향한 신당 창당이 ‘실패’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현실론자들은 이 부분에 대해 우물거리고 있다. 실패를 자인하기 싫은 것이다.

이상론도 허점이 있다. ‘통합형 정계개편’에 대해 “안된다”고 할 뿐,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냥 잘하면 된다’는 주장인 셈인데, 아무 것도 하지 말자는 얘기나 같다.

정치는 현실과 명분의 조화를 찾는 예술이다. 명분없는 현실은 허약하고, 현실적이지 못한 명분은 공허하다. 지금 열린우리당에 필요한 것은 현실론과 이상론의 접점을 찾는 일인지도 모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열린우리당 사람들에게 “정치인은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 일이 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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