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오찬 간담회를 한 뒤 오찬장을 나서며 밝은 표정의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성한용 선임기자의 뉴스분석]
노대통령 ‘도로 호남당’ 우려…열린우리당 고수
의원들 “민주당과 안 합치면 대선·총선서 필패” 고건 전 국무총리는 7일 아침 노무현 대통령의 전날 ‘선장’ 발언에 대해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짤막하게 대꾸했다. 누가 봐도 외부에서 올 ‘선장’의 유력한 당사자인데, 섣부른 말을 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서 나온 의도적 침묵이다. 측근 인사들은 “그게 실현 가능성이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특히 ‘선장’ 발언보다는, 노 대통령이 끝까지 탈당하지 않겠다는 말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해 했다. “노 대통령이 탈당하지 않으면 열린우리당의 창조적 분열도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열린우리당의 기류도 마찬가지였다. ‘선장’ 발언보다는, ‘대통령 임기가 끝나도 열린우리당에 백의종군해서 함께 하겠다’고 말한 대목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이날 열린우리당의 이른바 전략통들의 얼굴에는 내내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이유를 물었다. 첫째, 현직 대통령이 정계개편을 주도하는 것처럼 비칠 경우 ‘될 일도 안된다’는 상식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둘째, ‘물귀신 작전’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연말이 지나면 새판짜기를 해야 하는데, 노 대통령이 당을 사수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당이 쪼개질 수 있다는 것이다. 종합하면, 노 대통령의 열린우리당에 대한 ‘집착’이 내년 대선구도를 짜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열린우리당과 노 대통령의 생각이 다른 이유는 뭘까?
당은 내년 대선을 생각해야 하고, 노 대통령은 당장의 영향력 상실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닌 것 같다. 노 대통령도 6일 간담회에서 “당 지지율 하락에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선장’과 ‘공정한 경선’을 언급한 것도 그 나름대로의 대선구도를 제시한 것이다. 열린우리당 ‘전략통’들에게 이유를 물어보았다. 호남 출신의 한 의원이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이 문제의 뿌리는 사실 다른 데 있다. 회사로 치면 지금 부도 위기 상태에서 대주주들끼리 회생 방안을 놓고 싸우고 있는 것인데, 대주주들이 가진 것은 바로 각자 다른 ‘지역 기반’이다.” 그는 “노 대통령은 영남에서 20~30%의 고정표를 가지고 있고, 그 지분으로 열린우리당 대주주가 됐다. 따라서 열린우리당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는 그의 태도는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충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의원 다수는 호남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으로 나뉜 상태에선 대선에서 지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들도 2008년 총선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재결합이 ‘도로 호남당’을 의미하고, 그렇게 해서 영남을 완전히 배제하면 내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이길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노 대통령은 실제로 그런 취지의 말을 몇 차례 한 적도 있다. 열린우리당에선 ‘친노직계’의 소수 의원들이 노 대통령의 뜻에 동조하고 있다. 이들은 총선에서 ‘도로 호남당’ 간판으로 영남에서 당선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열린우리당 내부의 지역 대립이 당장 터질 것 같지는 않다. 양쪽 모두 ‘지금은 아니다’라고 보기 때문이다. 고위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지금은 노 대통령의 말을 가지고 논쟁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대선구도는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환경과 조건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정권을 한나라당에 넘겨주지 않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대통령이든 의장이든 ‘기득권’을 버려야 가능성이 넓어진다”고 말했다. “결국 노 대통령의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언젠가는 격돌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의원들 “민주당과 안 합치면 대선·총선서 필패” 고건 전 국무총리는 7일 아침 노무현 대통령의 전날 ‘선장’ 발언에 대해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짤막하게 대꾸했다. 누가 봐도 외부에서 올 ‘선장’의 유력한 당사자인데, 섣부른 말을 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서 나온 의도적 침묵이다. 측근 인사들은 “그게 실현 가능성이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특히 ‘선장’ 발언보다는, 노 대통령이 끝까지 탈당하지 않겠다는 말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해 했다. “노 대통령이 탈당하지 않으면 열린우리당의 창조적 분열도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열린우리당의 기류도 마찬가지였다. ‘선장’ 발언보다는, ‘대통령 임기가 끝나도 열린우리당에 백의종군해서 함께 하겠다’고 말한 대목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이날 열린우리당의 이른바 전략통들의 얼굴에는 내내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이유를 물었다. 첫째, 현직 대통령이 정계개편을 주도하는 것처럼 비칠 경우 ‘될 일도 안된다’는 상식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둘째, ‘물귀신 작전’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연말이 지나면 새판짜기를 해야 하는데, 노 대통령이 당을 사수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당이 쪼개질 수 있다는 것이다. 종합하면, 노 대통령의 열린우리당에 대한 ‘집착’이 내년 대선구도를 짜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열린우리당과 노 대통령의 생각이 다른 이유는 뭘까?
당은 내년 대선을 생각해야 하고, 노 대통령은 당장의 영향력 상실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닌 것 같다. 노 대통령도 6일 간담회에서 “당 지지율 하락에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선장’과 ‘공정한 경선’을 언급한 것도 그 나름대로의 대선구도를 제시한 것이다. 열린우리당 ‘전략통’들에게 이유를 물어보았다. 호남 출신의 한 의원이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이 문제의 뿌리는 사실 다른 데 있다. 회사로 치면 지금 부도 위기 상태에서 대주주들끼리 회생 방안을 놓고 싸우고 있는 것인데, 대주주들이 가진 것은 바로 각자 다른 ‘지역 기반’이다.” 그는 “노 대통령은 영남에서 20~30%의 고정표를 가지고 있고, 그 지분으로 열린우리당 대주주가 됐다. 따라서 열린우리당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는 그의 태도는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충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의원 다수는 호남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으로 나뉜 상태에선 대선에서 지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들도 2008년 총선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재결합이 ‘도로 호남당’을 의미하고, 그렇게 해서 영남을 완전히 배제하면 내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이길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노 대통령은 실제로 그런 취지의 말을 몇 차례 한 적도 있다. 열린우리당에선 ‘친노직계’의 소수 의원들이 노 대통령의 뜻에 동조하고 있다. 이들은 총선에서 ‘도로 호남당’ 간판으로 영남에서 당선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열린우리당 내부의 지역 대립이 당장 터질 것 같지는 않다. 양쪽 모두 ‘지금은 아니다’라고 보기 때문이다. 고위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지금은 노 대통령의 말을 가지고 논쟁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대선구도는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환경과 조건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정권을 한나라당에 넘겨주지 않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대통령이든 의장이든 ‘기득권’을 버려야 가능성이 넓어진다”고 말했다. “결국 노 대통령의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언젠가는 격돌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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