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집 고려대 교수
[불붙은 진보논쟁] “한나라 집권할 수 있다는 말 했을 뿐”
“집권해도 좋다는 해석은 왜곡된 전달”
“집권해도 좋다는 해석은 왜곡된 전달”
최장집 고려대 교수(정치외교학)는 21일 노무현 대통령이 ‘대한민국 진보, 달라져야 한다’란 글에서 자신을 비판한 데 대해 “비판을 하면 비판 대상의 이름이 명시돼야 하는데 이름도 명시하지 않고 비판한 것은 온당치 못하다. 대통령이 직접 얘기하는 것이니까 실명으로 비판하시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글에서 “참여정부를 매도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분”이라고 한 교수를 지칭했으며,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 교수가 최장집 교수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최 교수는 이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소장실에서 <한겨레> 기자와 만나 노 대통령 글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대통령과 학자, 동등한 토론 힘들어”
“이름도 명시않고 비판 온당치 못해” -노 대통령이 최 교수를 지칭해서 비판하는 글을 <청와대 브리핑>에 올렸는데, 읽어보니 어떤 생각이 드나? =그 문제는 내가 정부를 비판한 것에 대한 비판의 성격을 가지는데, 비판을 한다면 비판 대상의 이름이 명시되어야 하는데 이름도 없이 막 얘기를 한 것 자체가 온당치 않다는 생각이다. 비판이라면 대상이 누구인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얘기해야 하는데 비공식적으로 대상을 알도록 흘리는 게 잘못이라는 거다. 이게 좋지 않다는 얘기다. -비판의 정도에서 벗어났다는 말인가? =실명으로 비판해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얘기하는 것이니까.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학자의 글을 비판하는 것이 학문적인 측면에서 논쟁을 심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까?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 이것을 논쟁이라고 본다면, 나는 학교에서 정치학자고 대통령은 나와 같은 위치에 있지 않다. 개인의 비판과 동등한 수준에서 비판하는 게 아니란 말이다. 학자는 학자의 말대로 얘기하고 비판하는 것인데,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게 유지가 안 되면 민주주의가 아니다. 대통령은 정치하고 통치하는 사람이고 통치의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거다. 같은 지평이나 동등한 구조에서 토론을 하기는 힘들고 여기에서 좋은 결과를 내기는 힘들다고 본다. -대통령이 논쟁에 뛰어드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는 뜻인가? =대통령은 최고 통치자이고 학자나 자연인 노무현이 아니다. 대통령은 공직을 수행하고 통치를 해야 되는데 한 사람의 학자가 비판했다고 해서 대통령이 비판을 하면 그것은 같은 지평에서 일어난다고 보기 어렵다. 통치자가 한 사람의 개인을 비판하는 것을 (학자가 정권을 비판하는 것과)같은 수준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노 대통령은 자신을 ‘유연한 진보’라고 하면서 최 교수를 포함해 진보가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대통령과 논쟁을 하고 싶지 않다. 대응이라는 의미에서 얘기하고 싶지 않다. 단지 사실이 아니거나 오해가 있거나 내가 이야기한 것을 잘못 비판한다거나 할 때 바로잡거나 그런 차원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새로 이슈를 확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이미 책과 글을 통해서 충분히 얘기했다. -일부 보수 언론에서는 최 교수의 견해를 마치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괜찮다’는 쪽으로 초점을 맞춰 보도하고 있다. =그런 견해와 해석이야말로 논쟁의 과정에서 왜곡되고 잘못 전달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내가 얘기한 것은 한나라당이 집권할 수 있다는 객관적인 얘기이지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좋다, 바람직하다, 이런 것은 원래 내가 얘기한 것과 먼 내용이다. 내가 원래 얘기했던 본래 의미와는 아주 다른 논쟁이 되어버렸다. 정치적으로 다른 뜻으로 의미가 소비되고 있다. 나는 객관적인 상황만을 얘기한 것이다. 민주주의이기 때문에 그것은 가능해야 한다. 민주주의에서는 당이 표를 많이 얻으면 집권하는 것이다. 한 세력이 계속 집권하고 계속 패배한다, 이것은 민주주의에 합당하지 않다. 민주주의 가치와 관점에서 얘기한 것이고 현재 정부가 많이 실패했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집권할 수 있다고 말한 거다. 객관적인 사실만을 말한 거지 가치 판단을 한 것이 아니다. 내가 말한 진위로부터 굉장히 벗어나 있다. -최 교수를 직접 지칭하진 않았지만, 노 대통령은 대선 전에 어느 모임에서 최 교수를 만났는데 최 교수가 ‘(노 대통령은) 비주류라서 대통령이 되기 어려울 것’이란 취지로 말했다고 적고 있다. 그 모임은 어떤 모임이었나? =어떤 모임에서 한번 만났는데, 당신은 비주류니까 당선되기 힘들다고 말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사실이 불명확한 게 끼어들어서 논쟁에 의한 대화가 아니라 감정과 정서에 의한 대화가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노 대통령을 두세 번 정도 만났다. 대통령선거 임박해서는 2001년 겨울인가 한번 만났다. 경선 나갈 때 잘 해보시오 하는 격려의 차원이었다. 자주 만나지 않는 정치인을 만나서 비판하는 것도 우습다. 아무튼 그날의 모임에 관해 노 대통령이 말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 사실이 아닌 것을 가지고 비판하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최 교수의 생각을 다시 한번 밝히는 게 논쟁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나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본다. 이미 글로써, 또 말할 기회가 있을 때, 논문을 통해서 충분히 얘기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대안이 없다고 노 대통령이 그러는데 내 글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얘기하는 것에 되풀이해서 대답하고 싶지 않다. 나는 현실정치에 대해 계속 얘기를 할 것이다. 하지만 학자로서 글을 통해서 할 것이다. 대통령은 통치하면 되는 것이고 나는 내 역할을 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내가 비판하는 것에 반응하는데, 비판은 허용되어야 한다. 민주사회에서는 어쨌든 국민이 주권자이고 주권을 위임한 것이다. 국민이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이 허용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민주주의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 듯한 방식으로 대통령이 나서서 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본다. 거기(청와대)도 학자들을 동원해서 (논쟁) 하는 거 아니냐.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이름도 명시않고 비판 온당치 못해” -노 대통령이 최 교수를 지칭해서 비판하는 글을 <청와대 브리핑>에 올렸는데, 읽어보니 어떤 생각이 드나? =그 문제는 내가 정부를 비판한 것에 대한 비판의 성격을 가지는데, 비판을 한다면 비판 대상의 이름이 명시되어야 하는데 이름도 없이 막 얘기를 한 것 자체가 온당치 않다는 생각이다. 비판이라면 대상이 누구인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얘기해야 하는데 비공식적으로 대상을 알도록 흘리는 게 잘못이라는 거다. 이게 좋지 않다는 얘기다. -비판의 정도에서 벗어났다는 말인가? =실명으로 비판해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얘기하는 것이니까.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학자의 글을 비판하는 것이 학문적인 측면에서 논쟁을 심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까?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 이것을 논쟁이라고 본다면, 나는 학교에서 정치학자고 대통령은 나와 같은 위치에 있지 않다. 개인의 비판과 동등한 수준에서 비판하는 게 아니란 말이다. 학자는 학자의 말대로 얘기하고 비판하는 것인데,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게 유지가 안 되면 민주주의가 아니다. 대통령은 정치하고 통치하는 사람이고 통치의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거다. 같은 지평이나 동등한 구조에서 토론을 하기는 힘들고 여기에서 좋은 결과를 내기는 힘들다고 본다. -대통령이 논쟁에 뛰어드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는 뜻인가? =대통령은 최고 통치자이고 학자나 자연인 노무현이 아니다. 대통령은 공직을 수행하고 통치를 해야 되는데 한 사람의 학자가 비판했다고 해서 대통령이 비판을 하면 그것은 같은 지평에서 일어난다고 보기 어렵다. 통치자가 한 사람의 개인을 비판하는 것을 (학자가 정권을 비판하는 것과)같은 수준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노 대통령은 자신을 ‘유연한 진보’라고 하면서 최 교수를 포함해 진보가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대통령과 논쟁을 하고 싶지 않다. 대응이라는 의미에서 얘기하고 싶지 않다. 단지 사실이 아니거나 오해가 있거나 내가 이야기한 것을 잘못 비판한다거나 할 때 바로잡거나 그런 차원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새로 이슈를 확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이미 책과 글을 통해서 충분히 얘기했다. -일부 보수 언론에서는 최 교수의 견해를 마치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괜찮다’는 쪽으로 초점을 맞춰 보도하고 있다. =그런 견해와 해석이야말로 논쟁의 과정에서 왜곡되고 잘못 전달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내가 얘기한 것은 한나라당이 집권할 수 있다는 객관적인 얘기이지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좋다, 바람직하다, 이런 것은 원래 내가 얘기한 것과 먼 내용이다. 내가 원래 얘기했던 본래 의미와는 아주 다른 논쟁이 되어버렸다. 정치적으로 다른 뜻으로 의미가 소비되고 있다. 나는 객관적인 상황만을 얘기한 것이다. 민주주의이기 때문에 그것은 가능해야 한다. 민주주의에서는 당이 표를 많이 얻으면 집권하는 것이다. 한 세력이 계속 집권하고 계속 패배한다, 이것은 민주주의에 합당하지 않다. 민주주의 가치와 관점에서 얘기한 것이고 현재 정부가 많이 실패했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집권할 수 있다고 말한 거다. 객관적인 사실만을 말한 거지 가치 판단을 한 것이 아니다. 내가 말한 진위로부터 굉장히 벗어나 있다. -최 교수를 직접 지칭하진 않았지만, 노 대통령은 대선 전에 어느 모임에서 최 교수를 만났는데 최 교수가 ‘(노 대통령은) 비주류라서 대통령이 되기 어려울 것’이란 취지로 말했다고 적고 있다. 그 모임은 어떤 모임이었나? =어떤 모임에서 한번 만났는데, 당신은 비주류니까 당선되기 힘들다고 말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사실이 불명확한 게 끼어들어서 논쟁에 의한 대화가 아니라 감정과 정서에 의한 대화가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노 대통령을 두세 번 정도 만났다. 대통령선거 임박해서는 2001년 겨울인가 한번 만났다. 경선 나갈 때 잘 해보시오 하는 격려의 차원이었다. 자주 만나지 않는 정치인을 만나서 비판하는 것도 우습다. 아무튼 그날의 모임에 관해 노 대통령이 말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 사실이 아닌 것을 가지고 비판하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최 교수의 생각을 다시 한번 밝히는 게 논쟁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나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본다. 이미 글로써, 또 말할 기회가 있을 때, 논문을 통해서 충분히 얘기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대안이 없다고 노 대통령이 그러는데 내 글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얘기하는 것에 되풀이해서 대답하고 싶지 않다. 나는 현실정치에 대해 계속 얘기를 할 것이다. 하지만 학자로서 글을 통해서 할 것이다. 대통령은 통치하면 되는 것이고 나는 내 역할을 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내가 비판하는 것에 반응하는데, 비판은 허용되어야 한다. 민주사회에서는 어쨌든 국민이 주권자이고 주권을 위임한 것이다. 국민이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이 허용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민주주의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 듯한 방식으로 대통령이 나서서 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본다. 거기(청와대)도 학자들을 동원해서 (논쟁) 하는 거 아니냐.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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