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 ‘인물중심 결집 한계’ 자성론
‘철학이 뭐든 인기 중시’ 문제 지적
“정책·노선으로 뭉치자” 움직임
“인물 배제한 논의 공허” 반박도
“정책·노선으로 뭉치자” 움직임
“인물 배제한 논의 공허” 반박도
범여권의 대선후보로 거론됐던 인물들이 잇따라 중도하차하면서 정책과 노선에 기반하지 않은 인물 중심 결집론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그동안의 통합 논의가 정체성에 대한 고민보다는 특정 인물의 개인기에 지나치게 편향돼 있었다는 반성에서다.
범여권은 자체적으로 대선후보를 창출할 수 있는 동력과 역동성을 상실했다는 인식 아래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외부선장’을 물색했다. 유력 주자였던 고건 전 총리가 지난 1월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범여권은 정운찬 전 총장에게 매달렸다. 이 과정에서 인물의 철학과 정체성, 노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미약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3불정책’ 등 굵직한 정책들에 대한 견해가 달랐지만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정치 공학적 고려에 더 비중을 뒀다. 지지율이 3%대를 밑돈 정 전 총장이 유력 주자로 떠오른 것도 충청 출신인 그가 ‘호남-충청 연합구도’를 만들어낼 적임자라는 측면이 주된 요인이었다. 철학이 달라도 인기가 높으면 지지할 수 있다는 승리지상주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재천 의원은 “대선후보 논의과정에서 정책과 비전의 연계고리를 찾지 못한 채 현실정치의 늪에 빠져버렸다”고 말했다.
반론 역시 만만치 않다. 철저하게 후보 중심으로 돌아가는 대통령 선거판에서 인물을 배제한 정책과 노선중심 논의는 공허하다는 반박이다. 정책과 비전을 가지고 대선후보를 준비하기엔 시간이 촉박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열린우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한나라당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정책과 노선을 얘기해서 뜬 게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목희 의원은 “그동안의 통합논의가 정치공학적 접근에 치중한 측면이 있다”며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노선과 비전에 동의하는 사람들의 정치적 결사체로서 대통합신당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원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대선에서 후보와 인물을 무시할 수 없지만 급하다고 눈치 안보고 덤비는 행태가 문제”라며 “노선적 원칙에 대한 고민이 굴절되지 않도록 인물과 정체성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선과 인물이 유리되지 않도록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 기초해서 후보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물 중심에서 벗어나 정책과 노선으로 뭉치려는 구체적인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열린우리당 탈당그룹인 민생정치모임은 ‘3불정책’과 남북문제, 주택정책 등 기본적인 정책에 동의할 수 있는 세력연대를 모색하기 위해 ‘미래비전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민생정치모임과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도 정책적 동질성에 기반해 통합논의를 진행중이다. 정치권 바깥의 통합과번영을위한 미래구상도 지역별 간담회에 대선주자들을 초청하는 형태로 정책중심의 후보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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