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경선 후보의 지지자들인 ‘엠비연대’ 회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박근혜 후보 캠프 앞에서, 이 후보 가족의 주민등록초본 유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다 박 후보 캠프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위장전입·차명 의혹’ 대신 ‘자료유출’ 논란
“국민 알권리 위해 스스로 공개 나섰어야”
불법 ‘무릅쓰고’ 상대 공격 ‘정치윤리’도 문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을 앞두고 진행되는 검증 국면이 본말이 뒤바뀐 채 전개되고 있다. 후보의 공직자 자격 여부에 대한 검증은 뒤로하고, 자료 유출 경위를 따지는 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통령 후보 검증의 범위와 방식을 둘러싸고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검증을 자청했어야=이명박 한나라당 경선후보 쪽은 지금까지 제기된 부동산 차명 의혹이나 특혜 의혹에 대해 설득력 있는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서울 도곡동 땅 차명 의혹과 천호동 건물 특혜 의혹에 대해선 “이미 다 나왔던 얘기”라거나 “처남의 땅”이라는 수준 이상의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주민등록 초본의 유출 경위만 집중적으로 문제삼고 있다. 물론 국정원 등 권력기관 차원의 ‘정치공작’이 있었다면 엄격한 법적 단죄가 필요한 대목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를 이유로 검증 자체를 피해 갈 수는 없다. 오히려 주민등록 등·초본이나 부동산 등기부 정도의 기초자료는 의문이 제기됐을 때 대통령 후보 스스로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해명했어야 한다. 2004년 미국 민주당 경선 때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 캠프에서 일했던 김윤재 변호사는 “1984년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제럴딘 페라로는 기업가인 남편의 탈세 의혹이 제기되자 결국 남편의 납세자료를 공개했다”며 “가족의 사생활 문제이거나 경미한 잘못이라 하더라도, 공직 수행과 관련이 있어 국민이 알고 싶어 한다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1980년대 후반부터 진보-보수 진영의 대립이 날이 갈수록 격해지면서, 대통령이 될 사람은 자기가 살아온 길을 전부 검증받는다는 전제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더구나 김대중·노무현 정부 들어 장상 전 총리서리,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 숱한 고위 인사들이 부동산 투기 의혹과 위장전입 등에 대한 언론의 추적 보도로 중도하차했음에도, 유독 이명박 후보에 대해서만 유출 경위를 집중적으로 문제삼는 것도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한나라당의 법률지원부단장을 맡고 있는 김연호 변호사도 “정치 선진국에선 기자들이 먼저 사실을 근거로 의혹을 보도하면 정치인들은 수십년 전 데이트한 사실까지도 스스로 공개할 수밖에 없다”며 “자기한테 유리한 자료만 공개하고 불리한 자료는 막아야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깨끗이 밝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과거에 대통령의 친인척 문제로 국정이 마비될 정도로 폐해가 심했기 때문에 친인척과 관련한 비리 의혹은 전부 다 밝히는 게 집권했을 때도 좋다”며 “대통령 자리에 오르면 절대 ‘개인’이 될 수 없고 사생활이라는 게 의미가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검증은 공개적, 적극적으로=이 후보 가족들의 주민등록 등·초본 유출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편법·불법 사실은 본말이 전도된 채 진행되는 검증의 필연적 결과물이다. 박근혜 후보 쪽은 불법 유출에 개입한 홍윤식씨에 대해 “캠프 차원의 일은 아니다”라고 부인하고 있으나, ‘도마뱀 꼬리 자르기’ 식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아무리 ‘사실’이라 하더라도, 검증의 절차는 합법적이어야 한다고 정치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윤재 변호사는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효과적 대응 중 하나가 메시지(위장전입 여부)가 아닌 ‘메신저’(주민등록 초본 유출 경로)를 공격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후보 쪽이 자료 유출에 적극 관여했다면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창룡 교수도 “박 후보 쪽이 상대방의 자료 유출에 관여하는 등 사생결단 식으로 덤벼드는 것은 정치윤리에서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박 후보 쪽이 상대 후보의 각종 의혹을 문제삼으려면 이처럼 은밀하고 불법적인 방식이 아니라 공개적인 방식으로 정면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당 검증위에도 이를 요구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언론이 적극적으로 나서 후보를 검증하는 데엔 최대한의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한나라당 스스로 후보 검증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언론이 ‘확인된 사실’을 보도한다면 특정 진영에 불리하거나 출처를 밝힐 수 없다 하더라도 공정한 보도의 범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경부운하 보고서가 어떻게 유출됐느냐보다는 경부운하를 만드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를 가리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후보 검증의 주요 콘텐츠를 가려내는 작업을 검증 절차로 치환해 버리는 것은 특정 진영의 이슈 회피 전략에 오히려 휘말리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불법 ‘무릅쓰고’ 상대 공격 ‘정치윤리’도 문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을 앞두고 진행되는 검증 국면이 본말이 뒤바뀐 채 전개되고 있다. 후보의 공직자 자격 여부에 대한 검증은 뒤로하고, 자료 유출 경위를 따지는 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통령 후보 검증의 범위와 방식을 둘러싸고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검증을 자청했어야=이명박 한나라당 경선후보 쪽은 지금까지 제기된 부동산 차명 의혹이나 특혜 의혹에 대해 설득력 있는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서울 도곡동 땅 차명 의혹과 천호동 건물 특혜 의혹에 대해선 “이미 다 나왔던 얘기”라거나 “처남의 땅”이라는 수준 이상의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주민등록 초본의 유출 경위만 집중적으로 문제삼고 있다. 물론 국정원 등 권력기관 차원의 ‘정치공작’이 있었다면 엄격한 법적 단죄가 필요한 대목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를 이유로 검증 자체를 피해 갈 수는 없다. 오히려 주민등록 등·초본이나 부동산 등기부 정도의 기초자료는 의문이 제기됐을 때 대통령 후보 스스로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해명했어야 한다. 2004년 미국 민주당 경선 때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 캠프에서 일했던 김윤재 변호사는 “1984년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제럴딘 페라로는 기업가인 남편의 탈세 의혹이 제기되자 결국 남편의 납세자료를 공개했다”며 “가족의 사생활 문제이거나 경미한 잘못이라 하더라도, 공직 수행과 관련이 있어 국민이 알고 싶어 한다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1980년대 후반부터 진보-보수 진영의 대립이 날이 갈수록 격해지면서, 대통령이 될 사람은 자기가 살아온 길을 전부 검증받는다는 전제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더구나 김대중·노무현 정부 들어 장상 전 총리서리,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 숱한 고위 인사들이 부동산 투기 의혹과 위장전입 등에 대한 언론의 추적 보도로 중도하차했음에도, 유독 이명박 후보에 대해서만 유출 경위를 집중적으로 문제삼는 것도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한나라당의 법률지원부단장을 맡고 있는 김연호 변호사도 “정치 선진국에선 기자들이 먼저 사실을 근거로 의혹을 보도하면 정치인들은 수십년 전 데이트한 사실까지도 스스로 공개할 수밖에 없다”며 “자기한테 유리한 자료만 공개하고 불리한 자료는 막아야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깨끗이 밝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과거에 대통령의 친인척 문제로 국정이 마비될 정도로 폐해가 심했기 때문에 친인척과 관련한 비리 의혹은 전부 다 밝히는 게 집권했을 때도 좋다”며 “대통령 자리에 오르면 절대 ‘개인’이 될 수 없고 사생활이라는 게 의미가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검증은 공개적, 적극적으로=이 후보 가족들의 주민등록 등·초본 유출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편법·불법 사실은 본말이 전도된 채 진행되는 검증의 필연적 결과물이다. 박근혜 후보 쪽은 불법 유출에 개입한 홍윤식씨에 대해 “캠프 차원의 일은 아니다”라고 부인하고 있으나, ‘도마뱀 꼬리 자르기’ 식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아무리 ‘사실’이라 하더라도, 검증의 절차는 합법적이어야 한다고 정치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윤재 변호사는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효과적 대응 중 하나가 메시지(위장전입 여부)가 아닌 ‘메신저’(주민등록 초본 유출 경로)를 공격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후보 쪽이 자료 유출에 적극 관여했다면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창룡 교수도 “박 후보 쪽이 상대방의 자료 유출에 관여하는 등 사생결단 식으로 덤벼드는 것은 정치윤리에서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박 후보 쪽이 상대 후보의 각종 의혹을 문제삼으려면 이처럼 은밀하고 불법적인 방식이 아니라 공개적인 방식으로 정면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당 검증위에도 이를 요구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언론이 적극적으로 나서 후보를 검증하는 데엔 최대한의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한나라당 스스로 후보 검증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언론이 ‘확인된 사실’을 보도한다면 특정 진영에 불리하거나 출처를 밝힐 수 없다 하더라도 공정한 보도의 범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경부운하 보고서가 어떻게 유출됐느냐보다는 경부운하를 만드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를 가리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후보 검증의 주요 콘텐츠를 가려내는 작업을 검증 절차로 치환해 버리는 것은 특정 진영의 이슈 회피 전략에 오히려 휘말리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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