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교수단과 에상질문 등 논의…통합신당 “사대주의 외교”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와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의 만남이 10월 중순 성사됨에 따라, 이 후보 쪽은 즉각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 준비에 착수했다.
이 후보는 지난 29일 당 차원에서 열린 남북관계 현안회의를 마친 뒤, 현인택(고려대 정치외교학과)·김태효(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김우상(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등 경선 후보 시절부터 외교·안보 분야 자문을 맡아온 전문가들과 함께 미국 방문과 관련한 회의를 했다. 이들 교수들은 이 후보가 부시 미 대통령을 만나 전할 메시지와 예상 질의·답변 목록 등을 마련하게 된다. 이번 만남을 성사시킨 박대원 전 서울시국제관계대사 등은 행사 준비를 총괄할 예정이다.
부시 대통령과의 만남 형식과 구체적인 시간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단독 면담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 쪽 외교를 담당하는 한 인사는 “미국 대통령 자존심도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이 후보를 1 대 1로 만나주긴 힘들 것”이라며 “이 후보가 백악관에서 다른 관리들을 만날 때 부시 대통령이 들르는 형식을 취할 가능성이 많다”고 내다봤다. 부시 대통령은 프랑스 대선 이전인 올해 초,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내무부장관을 만날 때도 이런 방법을 택했다.
그러나 이처럼 조심스러운 의전 절차에도 불구하고, 이번 만남을 놓고 ‘사대주의 외교’ ‘친미적 행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30일 논평을 내 “우리나라 국민이 뽑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굳이 미국 대통령을 만나 미국의 ‘인정’을 얻으려는 행보가 사대주의는 아닌지 국민들은 우려하고 있다”며 “공식 채널을 통한 면담 시도가 거부되자 개인적인 비공식 루트까지 동원해 성사시킨 것을 보면 이 후보로서는 매우 절실한 대선전략이었다고 보인다”고 비난했다.
이 후보 쪽의 한 핵심 인사도 “(면담을 성공시키기 위해) 여러 쪽에 두루두루 의견을 물어봤지만, 결국 가장 편안하고 안전한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해, 면담 성사를 위해 여러 라인을 동원했음을 내비쳤다.
이 후보는 이런 논란을 우려해서인지, 미국 대통령과의 이례적인 만남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날 청계천을 방문한 이 후보는 면담 의제에 대해 묻는 기자들에게 “좀더 논의를 해야지”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다. 이 후보 쪽 대선준비팀의 관계자는 “예민한 상황이기 때문에 한-미 자유무역협정, 한-미관계, 대북문제 등에 대해 원론적인 수준의 이야기를 나누지 않겠냐”며 “현정부의 대미정책을 비판하는 뉘앙스를 풍기거나 국민의 상식에 견줘 ‘오버’하는 친미적 발언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