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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재계, 정부 투자확대 ‘환심사기’ 포장만 바꿔 ‘98조짜리 선물’

등록 2008-04-28 19:40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맨 왼쪽)이 28일 오후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허영섭 녹십자 회장(왼쪽 두번째부터), 김준기 동부 회장, 유영희 유도실업 회장 등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맨 왼쪽)이 28일 오후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허영섭 녹십자 회장(왼쪽 두번째부터), 김준기 동부 회장, 유영희 유도실업 회장 등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재계 ‘알맹이 없는’ 만남
투자계획 대부분 이미 확정된 내용 ‘재탕’
보고하듯 발표에 기업투자 개입 ‘난센스’
28일 청와대에서 이뤄진 이명박 대통령과 재계의 만남은 ‘내용’과 ‘형식’ 면에서 모두 ‘수준 이하’에 그쳤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이날 만남에서 재계는 정부에 올해 100조원 가까운 투자 보따리를 ‘선물’로 풀어놓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투자 계획은 이미 오래전에 확정된 내용을 되풀이해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정작 ‘경제 살리기’라는 명분으로 새 정부는 각종 규제를 풀어주며 투자를 독려하고 있음에도, 기업들이 투자를 크게 늘릴 가능성은 낮은 셈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올해 계열사인 현대제철에서 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현대제철이 2011년까지 모두 5조2400억원을 들여 당진 일관제철소에 고로 2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의 올해 집행분이다. 그나마 현대차그룹은 올해 집행분을 1조7천억원에서 3천억원 더 늘려 잡았다. 에스케이그룹도 2005년부터 시작된 에스케이에너지의 울산 원유정제 고도화설비 증설(총투자비 1조8천억원)과 관련해 올해 예정분 4700억원을 집행할 예정이다. 엘지그룹도 엘지디스플레이가 내년까지 파주에 짓는 엘시디 8세대 라인 건설 비용(2조5400억원) 중 2조1200억원을 올해 집행하기로 방침을 정한 상태였다.

주요 그룹의 한 임원은 “공장도 한 해 만에 짓는 게 아니고 연구개발도 지속적으로 되는 게 많기 때문에 당연히 완전히 새로운 투자라고 보기는 힘들다”며 “이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에 ‘나도 기업해 봐서 알지만 이런 거 할 때는 먼저 써내고 보자 이러지 않느냐, 진짜로 할 수 있는 투자를 대라’고 말했지만 사실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며 곤혹스런 처지를 내비쳤다. 다른 그룹의 임원도 “이번 만남을 앞두고 투자에 너무 소극적인 모습을 비치면 정부에 미운털이 박힐까봐 일단 투자 확대 계획을 내놓는 데 급급했다”고 말했다.

재벌 총수들이 대통령 앞에서 해당 기업의 경영계획이나 마찬가지인 투자 규모를 사실상 ‘보고’하듯 발표하는 방식도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가 겉으로는 시장주의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과거 개발독재 시대의 낡은 모습을 되풀이한다는 얘기다.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경제학)는 “개발독재 당시엔 정부가 전체적인 경제개발 프로그램을 짰고 정보도 우위에 있었으므로 부분적으로 투자 조정 등에 나설 여지가 있었다고 치더라도, 요즘 세상에서 정부가 기업의 투자 계획에 왈가왈부하는 것은 그 자체가 난센스”라고 말했다. 그는 “만일 기업들이 정부 비위를 맞추느라 비합리적인 투자에 나선다면 그건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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