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집을 찾은 관광객들이 26일 오후 집 앞 주차장에 설치된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이 전시물은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세운 것이다. 김해/연합뉴스
14년만에 전직대통령 소환…취재 과열에 신경
노 전대통령 당일 아침7시쯤 승용차로 출발할 듯
노 전대통령 당일 아침7시쯤 승용차로 출발할 듯
14년 만에 다시 전직 대통령이 소환 조사를 받게 되면서 구체적인 절차와 경호 문제 등이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쪽과 검찰은 천리가 넘는 장거리 이동 과정에서 자칫 불상사가 벌어지지 않을지 우려하며 바짝 긴장해 있다.
노 전 대통령은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집에서 30일 아침 7시께 승용차 편으로 출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경호와 이동의 편의를 고려해 헬리콥터 이용 방안도 검토했으나, 노 전 대통령 쪽이 승용차를 선택했다. 봉하마을에서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까지는 도로에 따라 360~400㎞ 정도 떨어져 있어, 승용차로 달리면 4시간 넘게 걸린다. 노 전 대통령은 경부고속도로나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서울에서 보면 김해시는 1995년 12월 ‘12·12 및 5·18 사건’과 관련해 압송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합천군과 비슷한 거리에 있다. 당시 분위기는 매우 긴박했다. 법원의 영장을 ‘집행’하러 간 검찰 수사관들은 전 전 대통령의 고향 집 앞에서 동네 청년들에게 잠시 제지를 당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또 전 전 대통령을 체포한 뒤엔 불상사에 대비해 용변도 차 안에서 해결해 가며 서울까지 4시간 남짓한 거리를 ‘논스톱’으로 달렸다.
당시 수사팀에 속했던 한 검찰 간부는 “압송 경로가 긴 탓에 혹시 군부 일각에서 돌출행동에 나설까봐 크게 긴장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노 전 대통령이 자진 출석하는 것이기 때문에 검찰이 이동 과정을 전적으로 통제할 수는 없다. 양쪽은 봉하마을에 상주하는 청와대 경호팀과 협의해 구체적인 이동 방안을 짜기로 했다. 노 전 대통령 쪽은 중간에 점심 식사도 하겠다는 계획이다. 노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애초 검찰에서 오전 10시에 나와 달라고 했다”며 “그러나 그 시간은 너무 촉박하고, 점심 식사도 해야 하기 때문에 좀 미루자고 했다”고 말했다.
검찰과 경호팀으로서는 사저를 나서는 순간부터 언론이 생중계 차량 등을 동원해 밀착 취재에 나서는 게 제일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전 전 대통령이 압송될 때는 경호 차량과 취재 차량 100여대가 경광등을 켠 채 전 전 대통령의 차를 앞뒤로 에워싸고 질주하는 바람에 아슬아슬한 장면이 여러 차례 빚어졌다.
검찰은 경찰의 협조를 받아 30일 당일 대검 청사 주변을 둘러싸고 비표를 받은 취재진에게만 출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26일까지 취재 의사를 밝힌 사람만 700여명에 이를 정도로 취재 열기가 뜨겁다. 일부 방송사는 일찌감치 대검 청사 안에 2층 높이의 중계용 철근구조물을 짓다가 검찰의 요구로 철거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그를 비판하는 이들이 시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대검 중수부에 소환될 때는 경찰 1천여명이 경비에 나섰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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