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거부하면 ‘여론 역풍’ 우려
수용해도 얻을 게 있을지 불투명
지도부, 일단 긍정적 검토 하기로
수용해도 얻을 게 있을지 불투명
지도부, 일단 긍정적 검토 하기로
“어떻게 해야 하죠?”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12일 청와대가 3자회담(대통령+여야 대표) 제안을 발표한 직후 수용 여부를 묻자, 난감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가 사전 언급 없이 일방 통보에 가깝게 회담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청와대 공식 발표 2시간 전에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3자 회담을 16일에 열자고 한 뒤 의제와 관련해선 “난 윗분(대통령)의 말씀을 전할 뿐 다른 말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다른 민주당 당직자는 “이후 이정현 홍보수석에게 전화했더니 ‘윗분의 말씀이 없어 모르겠다’고 하더라”며 ‘우선 만나고 보자’는 청와대의 제안에 불쾌함도 내비쳤다.
하지만 2시간 넘는 회의 끝에 회담 수용을 긍정 검토하되 청와대의 의도와 구체적인 의제 등을 추가 확인하기로 한 지도부의 결정을 두고 당내 반응은 엇갈렸다. 회담을 거부하면 꼬인 정국에 대한 여론의 피로감이 커질 수 있으니 일단 회담에 응하자는 쪽과, “할 얘기만 하고 나오는 회담은 무의미하다”는 강경론이 맞섰다.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문희상 의원은 “대통령이 국회에 와서 3자 회담을 하자는데, 마다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대통령이 국정원의 정치관여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국회가 국정원 개혁을 주도해달라는 뜻을 밝혀야 한다. 이 정도도 합의하지 않으면 원내외 병행투쟁 중인 민주당이 천막을 접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3자 회담은 받아야 되지 않겠나. 야당 대표로서 예의와 금도를 지키되 (국정원 문제 등) 할 얘기를 세게 하고, 청와대가 선택하라고 하고 나오면 된다”고 했다. 수도권 재선 의원도 “민주당이 대화를 일관되게 제안한 거라, 받지 않으면 역풍이 분다. 청와대가 국회 주도 국정원 개혁 등을 약속하면 청와대와 민주당이 ‘윈윈’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투쟁의 동력이 더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사전에 논의할 의제 정도는 압축하되, 회담에서 아무런 합의도 못 이루면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은 청와대에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사전조율 과정에서 청와대가 국가정보원 문제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또는 유감 표명, 국회 주도 국정원 개혁 등을 수용할 여지를 보이지 않으면 회담에 응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서로 하고 싶은 얘기만 하고 헤어지자고 지금까지 싸운 게 아니다”고 말했다.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위원을 지낸 다른 의원도 “대통령 사과, 국정원 개혁, 남재준 원장 해임 등의 요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같이 사진을 찍어주는 들러리밖에 더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송호진 조혜정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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