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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선거 막판 최대 변수는 유병언 검거, 그리고…

등록 2014-05-30 14:01수정 2014-05-31 18:08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 발표 연설 말미 ‘의로운’ 희생자 이름을 거명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 발표 연설 말미 ‘의로운’ 희생자 이름을 거명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임석규의 ‘정치 빡’]
‘선거의 여왕’ 눈물 바람에 보수층 결집 시작
김기춘마저 퇴진하면 투표장 쏟아져나올 수도
편집자 주

정치, 그 속엔 세상의 오욕과 칠정이 다 들어있습니다. 치욕과 영광이 교차하며 탐욕과 연민이 뒤섞이고 투쟁과 타협이 공존하는 공간이 바로 정치입니다. 그곳을 향해 무수한 손가락질이 쏟아집니다. 그래도 정치의 진흙탕을 거치지 않으면 우리가 사는 이곳은 제대로 바뀌지 않습니다. 정치가 더럽고 구역질난다고 외면하기만 하면 현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하다못해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이라도 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따금, 정치 안팎의 잡사를 들고 찾아뵙겠습니다. 표리가 부동한 현실의 정치판을 조금이나마 쉽고 정확하고 재미있게 이해하는 데 작은 보탬이라도 되기를 바랍니다. 정치에 무관심한 눈으로 세상사를 바로 보긴 어려울 테니까요.


임석규 논설위원은 기자 생활 대부분을 <한겨레> 정치부에서 보냈으며 정치부장과 정치·사회에디터 등을 거쳐 지금은 정치 분야 사설과 칼럼을 쓰고 있다.

바람과 바람의 대결, 그것이 선거다. 선거판을 누벼 본 적이 있는 사람은 다 안다. 바람 따라 움직이는 것이 민심이며, 바람 부는 대로 휩쓸리는 것이 선거 결과다. 그 어떤 강자도 휘몰아치는 민심의 바람에 맞설 수는 없다. 이것이 선거판의 철칙이다.

6·4 지방선거도 예외일 수 없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바람과 바람이 맞붙고 있다. ‘세월호 바람’은 ‘선거의 여왕’이 흘린 한줄기 ‘눈물 바람’에 속절없이 잦아들고 말 것인가. 이 싸움이 이번 선거의 승패를 결정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 줄기를 주먹으로 훔치지 않았고, 손수건으로 닦지도 않았다. 그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대국민 눈물담화’ 이후 ‘대통령에 대한 생각이 나아졌다.’라는 응답이 35%에 이르렀다.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입을 떼지 못했던 보수층이 대통령의 눈물을 신호탄으로 드디어 결집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방선거 후보등록은 5월 15·16일이었고 대국민담화는 19일이었다. 박 대통령은 하필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첫날 안대희 총리 후보자를 지명했다. 청와대가 지방선거를 겨냥해 일정을 면밀하게 기획했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뭐, 그렇다는 얘기다. 대통령이 정치행위를 하면서 이런저런 정무적 판단을 할 수도 있으니 그 자체를 정색하며 비판할 생각은 없다. 어쨌든 청와대의 ‘기획된 수습책 발표’는 안대희 낙마라는 인사 참사로 실패하고 말았다.

안대희의 낙마로 보수층의 결집 기세가 한풀 꺾였다는 분석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보수층의 위기의식을 자극해 결집을 가속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김기춘이 ‘우리가 남이가’라는 ‘명대사’를 읊조리며 주인공으로 등장한 ‘초원 복집사건’이 보수층의 굳건한 결집으로 이어진 사례를 떠올리게 된다. 안대희가 사퇴한 다음날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 제목은 ‘안대희 전격 사퇴…늪에 빠진 朴정부’였고, <동아일보>는 ‘안대희 사퇴…국정공백 장기화’라는 제목을 달았다. 너무 예민한 해석일지 몰라도 ‘전국의 보수여, 늪에 빠진 박근혜를 구출하자. 총궐기하라!’라는 뉘앙스가 풀풀 풍겨난다. 새누리당 사무총장을 맡은 ‘친박의 선봉장’ 윤상현은 역시 여우였다. 안대희 낙마를 ‘야당의 국정 태클’로 규정하고 “대통령부터 총리, 장관까지 족족 물러나라고 하는 이런 슈퍼 야당을 모시고 세상에 어느 대통령이 일할 수 있겠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이런 식으로 가면 국정 공백의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며 <동아일보>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을 그대로 복창했다. 지지층을 쓸어모으려는 시도임은 물론이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가 열리기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가 열리기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항간에 이번 선거의 막판 3대 변수는 검찰의 유병언 검거,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 북한의 핵실험이라는 우스개가 나돈다. 터무니없는 소리가 아니라 나름대로 핵심을 찌르는 측면이 있다. 검찰은 사상 최고액인 5억원의 현상금을 내걸고 유병언 검거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검찰이 선거 이전에 TV 앞에 유병언을 세우는 데 성공한다면 판세에 적잖이 영향이 미칠 것이다. 김기춘이 야당의 집중포화를 맞고 퇴진하면 야당은 중요한 표적을 잃게 된다. 보수층의 위기의식도 한층 고조될 것이다. 이는 보수층을 투표장으로 쏟아져나오게 하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의 댓글들을 살펴보면 보수층도 매우 화가 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세월호 여파로 드러내놓고 말하진 못하지만 속으론 단단히 벼르고 있다는 낌새가 감지된다. 이번에도 ‘댓글공작’이 진행되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한겨레> 여론조사에서도 보수층의 지지율 결집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왔다.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 투표층이 새누리당과 박 대통령 지지층에서 크게 늘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도 ‘탁월한 복원력’을 과시하며 회복세가 완연하다.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답보상태인데 새누리당 정당 지지율은 차츰 오르는 추세다. 세월호 참사에도 불구하고 ‘안정론’이 오히려 ‘심판론’을 웃돈다. 전반적으로 여러 여론조사 지표가 세월호 참사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물론, 여론조사 수치만을 보면 야당이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는 종종 착시를 불러일으킨다. 4년 전 지방선거 때 모든 여론조사는 엉터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 일주일 전 지상파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민주당 한명숙 후보를 17%포인트 이상 크게 앞섰다. 모든 여론조사가 대세가 기운 것으로 나왔다. 막상 개표함을 열어본 결과 두 후보의 격차는 0.6%포인트에 불과했다. 인천 지역 여론조사도 터무니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는 같은 조사에서 민주당 송영길 후보를 11%포인트 앞섰지만, 선거 결과 송 후보가 8%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승패가 뒤집힌 것이다. 당시 선거판에 거세게 불어닥친 바람은 ‘천안함 사건’에 따른 북풍이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가 여당의 승리를 예측했지만 결과는 야당의 압승이었다. 야권 지지층의 역풍이 더 거세게 불었던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여론조사와 동떨어진 뜻밖의 결과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여론조사 회사들이 RDD(임의걸기), 휴대전화 조사 등 새로운 기법을 도입했다지만 얼마나 정확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여론조사는 그저 민심의 바람이 흘러가는 방향을 어렴풋이 제시해줄 뿐이다. 수치에 집착하면 ‘거대한 착시’에 사로잡히기 쉽다. 세월호 사건이 몰고 온 분노와 울분, 비탄의 바람이 강력했지만 선거가 다가올수록 보수층의 위기의식도 그만큼 커지기 마련이다. 바람이 거세면 그 역풍 또한 강해지는 게 선거판에 부는 ‘바람의 법칙’이다.

임석규 논설위원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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