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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문재인의 승부수, ‘당권 도전’은 독이 든 성배일까?

등록 2014-11-13 16:31수정 2014-11-14 09:41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왼쪽 셋째)과 비상대책위원들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첫 회의를 하기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문재인·정세균 비대위원, 문 위원장, 박영선 원내대표, 박지원·인재근 비대위원.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왼쪽 셋째)과 비상대책위원들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첫 회의를 하기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문재인·정세균 비대위원, 문 위원장, 박영선 원내대표, 박지원·인재근 비대위원.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과감한 언어·분명한 메시지…당대표 출마 굳힌듯
불평등세 도입 등 ‘문재인표 아젠더 정치’ 시동
‘이상돈 영입’ 논란 과정에서 우유부단한 모습
측근조차 “대표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숨
‘친절한 재인씨’ 탈피…‘노무현 과단성’ 보여줘야
[임석규의 정치빡 16]

문재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요란하지 않지만 면밀하게 계산한 듯한 행보다. 잠행하며 때를 기다리기보다 나서서 기회를 쟁취하는 쪽으로 전략적 방향을 잡은 것 같다. 새정치연합의 지리멸렬이 그의 ‘조기 승부수’를 재촉한 듯하다. 승부수는 늘 위험을 수반한다. 성공하면 도약하지만 실패하면 추락한다. 외면하면 정체할 뿐이니 피할 수도 없다. 문재인은 지금 위태롭지만 불가피한 승부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보랏빛 넥타이 차림이었다.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소득 주도 성장 2차 토론회’에서 직접 기조연설을 했다. 부리부리한 눈매, 입가에 살짝 웃음기를 머금은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지난 7월에 이어 같은 주제로 여는 두번째 토론회였다. ‘소득 주도 성장론’이란 난해한 개념을 쉽게 설명하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문재인의 두툼한 지갑론’이란 타이틀 아래 “월급쟁이들의 유리지갑을 채워주는 것이 소득 주도 성장론의 핵심”이라며 “말 그대로 ‘지갑을 채워주는 성장론’이라고 부연했다. 서민의 소득을 늘려 지갑을 두툼하게 채워주고 소비를 진작시켜 생산과 투자의 증대로 이어지는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거다.

야당과 진보세력은 지금껏 뚜렷한 ‘성장 전략’을 제시한 적이 없다. ‘대기업 중심 수출 주도형 성장 전략’을 비판했지만 대안을 물으면 말끝을 흐리곤 했다. 문재인은 노무현 정권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했다. 집권세력의 중심부에 있던 사람으로서 성장에 대해 책임 있게 얘기해야 할 책무를 느끼고 고민했을 법하다. ‘소득 주도 성장론‘은 그 결과인 셈이다. 문재인은 2012년 대선 때 “부자에게 돈을 쓰는 것은 투자라고 하고, 서민들에게 돈을 쓰는 것은 왜 비용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라는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의 말을 여러 차례 인용했다. 그래서인지 소득 주도 성장론은 언뜻 룰라가 시행했던 ‘보우사 파밀리아(가족 수당)’를 떠올린다. 빈곤층에게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등의 조건으로 수당을 지급했더니 구매력이 높아져 전체 경제의 선순환이 이뤄진 사례 말이다.

미국의 정치학자 샤츠슈나이더는 “이슈를 만들어내기 위한 수많은 시도가 이뤄지지만 오직 갈등과 결합할 때만 이슈가 형성된다”고 했다. 문재인은 토론회에서 “불평등세(일명 Brandeis세)를 도입하면 불평등 심화를 막고 복지 재원을 확보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것”이라며 민감한 증세 문제를 슬쩍 꺼냈다.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만한 주제다. 대선 주자에도 급이 있다. 자신만의 정책 브랜드를 갖춘 ‘A급’과 그것이 없는 ‘B급’으로 양분된다. 정책은 건성이고 당내 정치에만 몰두한다면 필시 ‘B급’이다. 콩닥콩닥 가슴을 뛰게 하는 정책을 내걸어 지지자들을 규합하고 세력화해 동원하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정책 브랜드가 없는 정치인은 정치의 본질에 다가서지 못한 사람이니 결코 대통령이 될 수 없다. 현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논평하고 견해를 표명하는 것은 ‘코멘트 정치’에 불과하다. 대통령을 넘보려면 구체적 정책을 던져 논쟁을 일으키고 그 중심에 서는 ‘어젠더 정치’를 해야 한다. 남의 정책에 의견을 다는 ‘논평 정치인’을 넘어 자신의 정책을 내걸고 논란을 유발하는 ‘논쟁 정치인’이 ‘A급 대선 주자’다.

‘문재인표 어젠더 정치’의 이면에선 당권을 향한 움직임도 감지된다. 문재인은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전당대회 출마 여부는 입밖에 꺼내지 말라”며 참모들에게 함구령을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내년 2월께 열리는 전당대회에 문재인이 출마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굳어진 것 같다. 참모들은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원래 불출마론이 많았지만 박영선 비대위원장 사퇴를 계기로 출마론이 우세해졌다. 박영선의 실패로 당의 면모 일신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판단하면서 ‘문재인이 당의 얼굴로 나서 당부터 살려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논리는 이렇다.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으면 제1야당의 대선 후보는 될 수 있어도 대통령은 될 수 없다. 대선 후보에 그치지 않고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당권을 잡아 당을 대대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일단 출마하면 문재인은 대표로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그 이후다. 새정치연합은 당 대표를 흔들어서 망가트려 온 유구한 역사가 있다. 손학규도, 안철수도 버텨내지 못했다. ‘비노 진영’은 ‘친노 독식’에 대한 극심한 경계심을 나타낼 테고, 보수언론은 문재인이 점수를 쌓도록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의 낙마를 겨냥한 암초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지지율을 끌어올릴 계기도 마땅치 않다. 상처 입은 문재인의 지지율이 흔들리면 대표직에서 물러나라는 압박과 공격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차기 총선 공천권’이란 엄청난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총선 때까지 너무나 긴 시간이 남아 있다. 문재인이 그토록 오랜 시간을 견뎌낼 맷집과 정치력을 지녔는지 의문이다. 문재인은 ‘이상돈 비대위원장 영입 논란’ 과정에서 오락가락,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였다. 정치적 감각이 무디단 평가가 많았다. 그와 가까운 의원들조차 “대표가 되긴 하겠지만 대표를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짓는 상황이다.

혁신된 당의 모습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려면 총선 국면에서 유능하고 참신한 외부 인물을 수혈해 대대적인 물갈이를 시도하는 수밖에 없다. 손에 피를 묻히는 게 불가피하다. 비노 진영의 반발을 달래려면 친노로 분류되는 인사부터 ‘읍참마속’을 해야 한다. 피도 눈물도 없는 정치의 비정한 속성을 외면하지 말아야 해낼 수 있는 일이다. 과감하고 냉혹하며 잔인해야 한다. ‘친절한 재인씨’가 이런 일을 해낼 정도로 과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당내에 적지 않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5주기 추도식이 거행된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오른쪽 두번째)이 추모영상을 보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4.5.23/뉴스1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5주기 추도식이 거행된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오른쪽 두번째)이 추모영상을 보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4.5.23/뉴스1
노무현은 일단 표적이 잡히면 직설적, 대중적 언어로 표범처럼 사납게 공격했다. 김중권 당시 당 대표를 겨냥해 “기회주의자는 포섭 대상이기는 해도 지도자로 모시지 않는다는 게 내 소신”이라며 스트레이트 펀치를 날린 게 대표적 사례다. <조선일보>의 공격에 굽히기는커녕 거센 역공을 펼치며 지지자를 모아내는 기회로 활용했다. 이인제가 장인의 전력을 들춰내 공격하자 “그러면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라며 일거에 무력화시켰다. 저돌적이고 민첩하며 대담했다. 그러나 문재인은 착하고 침착하긴 하지만 대담하고 순발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최근 문재인의 언어가 과거보다 과감해지고 메시지가 분명해졌다는 평가는 나오고 있다. 그는 “1년 안에 혁신하지 않으면 다음 총선·대선을 이기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당 존립도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경고는 자신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 ‘친노’란 딱지를 떼어내고 자신의 이름으로 정치를 할 때 문재인에겐 비로소 기회가 올 것이다. 반대로 ‘계파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때 그는 대선 주자로서 존립이 위태로워질 것이다. 전당대회는 야당 정치인이 초고속으로 압축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정치적으로 진화할 수 있다면 문재인의 승부수엔 승산이 있다.

임석규 기자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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