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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환자 ‘생명 결정권’ 인정…윤리·종교적 논란 커질듯

등록 2008-11-28 19:42수정 2008-11-28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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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 국내 첫 인정’ 의미와 전망
불필요한 연명치료 포기땐 의료진도 수용해야
안락사와 경 계모호…제도 마련 난항 예상

28일 서울서부지법의 존엄사 허용 판결은,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생명에 대한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인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인공호흡기 등 기계장치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더는 생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환자가 연명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의사 표시를 하거나 평소 이런 뜻을 보여 왔다면, 이런 치료의 중단을 허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종교계가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불필요한 연명 치료의 ‘기준’을 두고 견해가 갈리는 등, 제도 마련 과정에서 생명윤리, 종교, 사법, 의학 분야 등에서 많은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연명 치료의 중단을 허용할지를 두고 본격 논의가 시작된 것은 1997년 ‘서울 보라매병원’ 사건이 계기가 됐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이 병원 의사 2명은 환자 가족의 요구에 따라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던 환자를 퇴원시킨 뒤 환자 집에서 인공호흡기를 제거해 환자가 숨졌다. 7년 공방 끝에 2004년 대법원은 의사들에게 살인방조 혐의를 인정했다. 이 판결 뒤 현대 의학 기술 수준에서 어찌할 수 없는 환자도 퇴원이 불가능해졌다. 의식도 없이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등에 의존하는 환자의 보호자들은, 환자가 깨어나리라는 희망도 없는 상황에서 간호 및 치료비 부담에 힘들어해야 했다.

그사이 존엄사와 관련한 여론은 ‘죽음이 임박한 환자에게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치료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압도적이었고,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 10월 국립암센터 조사에서 응답자의 87.5%가 연명 치료가 의미가 없을 때 존엄사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2004년보다 5%포인트 이상 높아진 수치다. 이번 판결은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실제로 의료 현장에서 인공호흡기를 떼는 등 연명 치료를 중단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세브란스병원 쪽은 “인간의 생명과 관련된 민감한 문제이므로, 의료인과 법률인들이 논의한 뒤 항소 여부 등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이 ‘사실상 안락사’를 인정했다는 견해와, 치료할 의미가 없어 이를 중단하는 ‘존엄사’를 인정한 판결이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무의미한 연명 치료의 기준을 두고도 의료진 사이에 의견이 갈릴 수 있다. 재판부가 존엄사를 허용하며 여러 엄격한 전제 조건들을 둔 만큼, 관련 제도를 마련하고 법을 정비하는 과정에서도 논란과 난항이 예상된다. 이숭덕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이번 판결은 의미 없는 연명 치료 등 생명에 대한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둘러싼 논의의 출발점으로 봐야 한다”며 “제도적인 안착을 위해 의료계, 종교계, 윤리계 등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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