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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용감한 교수의 발언, 구차한 해명 “반복하다 빠뜨려”

등록 2006-06-16 17:28수정 2006-06-16 17:55

“노조는 빨갱이” 발언교수, 말썽되자 ‘구차한 해명’
〈한겨레〉가 16일에 보도한 “공무원 교육서 “노조는 빨갱이” 파문”기사가 누리공간에서 ‘파문’을 낳고 있다. 누리꾼들은 다음, 네이버등의 포탈과 〈인터넷한겨레〉에 수백개씩의 ‘댓글’을 달면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시대착오적 발언”이라는 의견과 “눈치 보지 않는 용감한 발언이다”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기사의 당사자인 이아무개 교수는 〈인터넷한겨레〉에 직접 댓글을 달아 자신의 발언을 해명했다.

이교수는 댓글을 통해“너무나 황당하고 안타깝고 미안합니다”라고 운을 뗀 뒤 “나의 강의는 노조의 기본성향은 좌파인데 그것을 무조건 빨갱이라고 매도하는 것이 큰 문제라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덧붙여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지난 2월의 녹취분은 똑같은 강의를 3번씩이나 하다보니 부연 설명을 빼먹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 교수는 “이유야 어떻든 간부공무원 대상 강의에서 노사관계를 수평적으로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여 물의를 일으킨 점, 다소 오버하고 함부로 얘기한 부문에 대해서는 관계기관과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한겨레〉가 입수한 녹취록을 분석해보면 이 교수의 해명을 수긍하기란 힘들어 보인다. 이 교수의 ‘빨갱이’ 발언은 강연도중 내용과 관계없이 나온 우발적인 문장이 아니라, “텐트 치면 자기들은 재미있다. 노조 사무실 가만 있으면 심심한데, 텐트 치면 여러사람들이 와서 격려도 해주고, 소주 먹고 재미있다”라는 등의 발언에서 나타나듯, 의도적인 것으로 보이기때문이다. 때문에 이 교수도 해명을 하면서 녹취테이프와 녹취록이 있는 상황을 고려해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 부인하지 못하고, 평소 강연과 달리 자신이 강연하면서 ‘누락’한 부분이 있다는 내용으로 해명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지난 2월21일 강원도 주최로 강원지방공무원교육원에서 진행된 ‘공무원 노사제도와 단체교섭의 실제’라는 90분 분량의 교육 내용이 담긴 녹음테이프와 녹취록을 15일 공개해, 강사인 이아무개 한양대 초빙교수가 이날 강의에서 “솔직히 까놓고 말하면 이놈(전교조)들은 질이 아주 나쁘다” “공무원과 선생 하면 안 되는 사람들이 강한 조직으로 들어간다” “노조는 막말로 빨갱이다. 좌파다” “필요한 것은 정보이기 때문에 첩자가 필요하다”는 등의 발언을 한 사실을 공개했다.

[발언내용 듣기]


이교수 녹취록 중

“전교조에도 참교육 지향하는 사람이 있다. 실질적으로. 참교육은 민족교육 민주교육 인간교육. 좋은 말 다 쓴 것 같다. 실질적으로 보면민주교육 인간교육이면 남의 말도 잘 들어줘야 하는데, 이놈들만큼 남의 말 안 듣는 사람이 없다. 솔직히 까놓고 말하면 아주 질이 나쁘다.”

“노조는 기본적으로 막말로 빨갱이다 좌파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일단 나눠 먹자 분배를 지향한다.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사고의 기조엔 좌파 개념이 있다. 기본적으로 좌파일 수밖에 없다”

“텐트 치면 자기들은 재미있다. 노조 사무실 가만 있으면 심심한데, 텐트 치면 여러사람들이 와서 격려도 해주고, 소주 먹고 재미있다”

“청사에서 경찰을 불렀다. 들어내면 제일 좋아합니다. 조합원들 명분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끝까지 투쟁하려고 했는데 억지로 쫓겨났다. 뒤돌아보면서 욕하고, 가만히 안둔다면서 난리를 치면서 가는데, 다리는 100m에 10초 뛰듯이 가버린다”…

“이러니까 정보를 알아야 한다. 이 소리 했다가는 부당노동행위라고 하겠지만 첩자가 필요하다.

정보 알아야 되는 게, 노조위원장이 노조를 장악했는지 안했는지 알아야 한다. 그럴 때 반대편도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집행위원회 할 때, 대다수 의견이 내 쪽으로 모아지기 때문이다”

이아무개 교수 해명 댓글

노조 강의를 했던 이 교수입니다.

너무나 황당하고 안타깝고 미안합니다. 먼저 지금 내 강의 중에 노조를 빨갱이라고 말했다는 부문인데, 이 부문만큼은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제 강의에서 노조 이념을 설명할 때마다 과거 냉전시대때 교육받았던 세대는 무조건 좌파는 빨갱이고 나쁘다는 식으로 의식화되어있는데 이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합니다.

노조는 보편적으로 좌파성향인데, 영국 노동당 블레어 총리와 과거 서독의 사민당 브란트수상도 좌파로 분류되고 이들은 제3의 길을 가는 좌파라고 얘기합니다. 그리고 노조는 분배와 평등의 가치관을 지향하기 때문에 경쟁과 시장원리를 지향하는 사용자 측과 이념적 대립이 생긴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교섭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제가 지난 강원도 강의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어 이를 변명으로 무마하기 위해서가 결코 아닙니다. 제 강의를 수강했던 모든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직접 조사해 보시면 알 것입니다. 한겨레신문에서도 이 부문은 사실이다는 것을 확인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2월 녹취된 강의내용이 문제입니다.

똑같은 내용을 3번이나 반복 강의하다보니 그날 그 시간에는 이에 대한 설명을 깜빡 빠뜨렸는지 이 부분이 녹취되지 않았다는 겁니다.너무나 황당합니다. 블레어총리 예를 들지 않은 상태에서는 절대 빨갱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구차한 변명이 절대 아닙니다. 저도 그렇게 치졸하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나중에 제 말이 사실이 아닐 때는 오히려 더 큰 낭패를 보고 얼굴을 들고 거리를 다닐 수 없을 테니까요. 어떻게든 단 한번이라도 부언설명도 없이 빨갱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지만 진실만은 밝혀 주십시오. 다른 시간 수강생들까지 모두 조사해서 제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여부를 말입니다.

하지만 이유야 어떻든 제가 간부공무원 대상 강의에서 노사관계를 수평적으로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여 물의를 일으킨 점, 다소 오버하고 함부로 얘기한 부문에 대해서는 관계기관과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 드립니다. 죄송합니다. 끝.

한겨레〉온라인뉴스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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