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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고용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5378명 직접 고용하라”

등록 2017-09-21 14:59수정 2017-09-21 22:17

“가맹점과 도급계약 맺은 협력업체는
파리바게뜨 본사에 인력공급 ‘파견업체’
실제 사용 사업주는 파리바게뜨 본사
비용절감 위한 간접고용 바로잡아야”

협력업체 5378명 직접고용 시정명령
파리바게뜨 시정명령 이행 않을 듯
미이행 땐, 과태료 최대 1613억원
“변칙적 간접고용 제동건 감독행정” 평가
파리바게뜨의 가맹점 제빵기사 ‘불법파견’ 의혹에 대해 근로감독을 벌인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가 협력업체를 통해 제빵기사를 공급받아 사용한 행위를 ‘불법파견’으로 판단하고 제빵기사 등 5378명을 직접고용하라고 시정명령하기로 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불법파견에 관한 법적 판단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용부의 이번 조처로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을 가맹본부도, 가맹점주도 아닌 제3자가 고용하는 ‘변칙고용’이 바로잡힐 기회가 될지 주목된다.

고용부는 지난 6월 <한겨레> 보도([단독] 파리바게뜨 회장 한마디에…제빵사들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요”)로 처음 알려진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의혹에 대해 파리바게뜨 본사·11개 협력업체·가맹점 등 56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로감독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고용부는 파리바게뜨가 가맹점 근무 제빵기사를 무허가 불법파견으로 사용한 혐의(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를 확인하고 제빵기사 등 5378명을 직접고용하도록 시정명령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근태 관련 전산기록을 임의로 조작해 미지급한 연장근로수당 110억1700만원을 협력업체가 지급하라고 시정명령할 계획이다. 파리바게뜨 협력업체는 근로감독이 시작되자 미지급 연장근로수당 48억여원을 이미 지급한 바 있어, 전체 체불액이 158억원에 달했던 것이 확인된 셈이다. 파리바게뜨 가맹점 제빵기사는 파리바게뜨 본사(가맹본부)나 가맹점주가 고용한 것이 아니라, 가맹점주와는 도급계약을 본사와는 ‘업무협정’을 맺은 제3의 협력업체에서 고용한 노동자들인 데다, 본사와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음에도, 매장운영 전반은 물론 근태 등에 대해 본사가 제빵기사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해왔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어왔다. 근로감독 착수 이후 고용부가 파견법을 어떻게 적용할지에 관심이 쏠린 바 있다. 기존의 파견법 적용은 파견사업주·사용사업주·파견근로자 ‘3자 관계’였던데 반해, 파리바게뜨는 가맹점주까지 포함된 ‘4자 관계’였기 때문이다.

가맹점 제빵기사 사용사업주는 ‘파리바게뜨 본사’

고용부는 공정거래위원회·법학자들의 자문을 거쳐, 제빵기사들이 근로계약을, 가맹점주와 제빵업무 관련 도급계약을 맺은 협력업체를 ‘파견사업주’, 협력업체와 ‘업무협정’을 맺은 파리바게뜨 본사를 ‘사용사업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파리바게뜨 본사와 협력업체가 파견법이 금지하는 무허가 파견, 파견대상 업무 위반을 저질렀다고 봤다. 도급계약이 불법파견으로 인정되기 위해선, 하청업체 직원이 하청업체 관리자의 지시가 아니라 원청업체의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받았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 고용부는 본사를 ‘사용사업주’로 본 근거로, 본사가 품질관리사를 통해 출근 시간 관리를 비롯한 업무에 대한 전반적 지시·감독을 해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파리바게뜨는 <한겨레> 보도로 불법파견 의혹이 일자 본사 직원이 관리하던 제빵기사들의 단체 카카오톡 방을 없앴다. 또 근로감독 시작을 전후해 협력업체 소속 ‘판매기사’들을 직접고용하기도 했다. 파견법 위반 소지에서 벗어나기 위함으로 보인다.

특히, 본사는 협력업체 11곳의 임금체계나 승진·고과평가·채용방식 등을 일률적으로 정하고 관리했는데, 이같은 가맹본부의 협력업체에 대한 개입에 대해 고용부는 공정위에 의견을 구해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이 규정하는 ‘교육훈련’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했다. 해당 협력업체들은 본사 퇴직 임직원 등이 설립한 것으로, 가맹점과 도급계약을 맺은 뒤, 제빵기사 1명당 월 330만~350만원의 도급비를 받고 제빵기사를 공급하는 업무를 담당했을 뿐, 도급받은 업무에 대한 구체적인 업무지시는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본사는 협력업체가 퇴직금·연차수당 등 많은 비용부담이 발생할 경우 협력업체에 돈을 지원한 적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맹점주의 ‘사용자성’에 대해서 고용부는 “연장근로 요청 등 업무상 일부 관여한 사실은 있지만, 미미한 것으로 실질적인 사용사업주는 파리바게뜨 본사”라고 밝혔다.

프랜차이즈 ‘변칙고용’에 제동

고용부 관계자는 가맹점주가 협력업체에 지급하는 제빵기사 1인당 도급비가 330만~350만원인데 반해, 제빵기사들이 받은 임금이 평균 월 240만원이라는 점을 들어 “제빵기사에게 지급돼야 할 임금 일부가 협력업체로 흘러들어 간 것”이라며 “본사가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하면 협력업체의 이윤이 줄기 때문에, 가맹점주로서도 도급비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부의 이런 조처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회는 이날 논평을 내어 “고용부의 이번 조처가 점점 더 악용되고 있는 변칙적 간접고용에 제동을 건 중요한 감독행정”이라며 “겉모양을 바꾼 다면적 근로관계가 퍼지고 있는 가운데 파견법의 취지에 맞게 법을 해석하고, 적극적으로 법을 집행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고용부의 이번 근로감독 결과가 비슷한 고용구조를 띠고 있는 모든 프렌차이즈 업체에 일률적으로 적용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가맹본부가 가맹점의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에게 직접 적극적인 지휘·감독을 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협력업체를 통해 가맹점에 노동자들을 공급하는 방식을 띠고 있어, 고용부의 이같은 판단으로 업계에 미칠 영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 관계자는 “직접고용이 맞는데도 비용절감 등을 위해 매개기관을 통해 고용하는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에 대한 사전실태조사 등을 통해 근로감독 확대 여부에 대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 시정명령 이행 안할 듯…미이행땐 과태료 최대 1613억원

반면, 파리바게뜨는 이날 짤막한 입장을 통해 고용부의 시정명령을 이행할 뜻이 없음을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파리바게뜨는 “당사는 법과 규정에 따라 3천여 가맹점 및 관련 종사자와의 상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결과는 프랜차이즈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매우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특성상 가맹점과 상시적 소통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지휘·감독으로 본 것이 당혹스럽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그러나 파리바게뜨는 지난 6월 <한겨레>가 불법파견 의혹을 보도할 당시만 하더라도, 파리바게뜨는 <한겨레>에 “일부 가맹점 업무 관련 직원이 가맹점 제조기사에게 직접 소통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강화하고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당시와 현재의 논리가 안 맞는다. 고용부는 파리바게뜨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고 형사입건할 방침인데, 파견법상 시정지시 불이행에 따른 과태료는 노동자 1명당 최대 3천만원으로 파리바게뜨는 최대 1613억여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파리바게뜨는 제빵기사들이 만든 노조(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 파리바게뜨지회)와의 대화도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에서 “노동조합은 불법파견 등 문제와 관련해 파리바게뜨에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수차례 대화 제의를 했으나 회사는 이를 거부해왔다”며 “공문요청에 의한 대화 제의도 거부하고 심지어 고용노동부의 중재 제의조차도 회사는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파리바게뜨는 지금이라도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불법 행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며 “그리고 본사 직접고용과 함께 미지급 수당 지급을 조속히 이행하고 노조와의 교섭에 성실히 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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