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투자비용은 엄청난데
광고시장 악화로 ‘득보다 실’
광고시장 악화로 ‘득보다 실’
종합편성채널의 수익성이 결국 문제다. 한나라당이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여당 쪽 보고서를 반영해 제출하겠다는 방송법 수정안의 핵심 뼈대(신문과 대기업의 지상파방송 겸영을 2013년부터 허용)에선 종편 허용만큼은 결코 포기하거나 유예할 수 없다는 여당의 고집스런 태도가 드러난다. 하지만 일선 기업들 사이에선 종편에 섣불리 뛰어들었다가는 기존 사업마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다.
오리온그룹의 온미디어 매각 추진을 우선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온미디어는 씨제이(CJ)미디어와 함께 유료방송시장의 양대 강자다. 정부·여당이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을 견인할 신성장동력’이라며 언론관계법 통과를 강행하고 있는 때에 이미 ‘성장동력’을 보유한 온미디어가 매물시장에 나온 것은 의미심장하다. 온미디어 관계자는 “매각은 모기업인 오리온이 사업전략 차원에서 판단한 것이고 매각이 최종 결정되지도 않았다”면서도 “제한된 광고시장만 믿고 지속적인 투자를 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지난 10년간 느껴왔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종편의 앞날을 ‘장밋빛 길’이 아닌 ‘가시밭길’로 판단하는 데는 악화되는 광고시장 탓이 크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08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을 보면, 지난해 방송사업자들의 광고수입은 전년에 비해 1530억원(4.5%)이 줄었다. 특히 지상파방송의 감소폭(2085억원)이 컸다. 2007년 개국한 <오비에스>(OBS)는 2008년 광고매출액이 89억원에 불과해 1400여억원의 자본금이 500여억원으로 잠식된 상태다.
한익희 현대증권 연구원은 ‘자본을 유입시켜 콘텐츠 생산을 활성화하면 광고시장이 커질 것’이란 정부·여당 주장을 두고 “광고예산이 정해져 있는데 인기 콘텐츠가 는다고 광고시장이 커지겠냐”고 반문했다. 양질의 콘텐츠는 광고주에게 광고 집행의 선택권을 넓힐 순 있어도 광고예산 자체를 늘려주진 않는다는 얘기다.
엄청난 투자비용과 불투명한 수익성도 기업들이 종편 진출을 꺼리는 이유다. 방송사업의 성패를 가를 경쟁력 있는 콘텐츠 제작을 위해서는 3~5년 사이에 1조원을 쏟아붓고도 망하지 않을 자신이 있어야 한다는 게 방송계의 중론이다. 현재 한국 유료방송시장에서 종편에 가장 가까운 형태인 ‘티브이엔’(tvN)을 운영해온 씨제이미디어는 개국 첫해인 2007년에만 98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후 계속 누적적자를 쌓고 있다. 씨제이미디어 관계자는 “지금은 종편 진출을 생각할 때가 아니라 적자를 해소해 살아남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문영 기자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