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31일 오후 방송문화진흥회 새 이사진 선임을 위한 방통위 전체회의를 하려고 회의실로 걸어가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방문진’ 새 이사 선임
사장 교체→민영화 수순 ‘언론장악 폭풍’ 예고
MBC 긴장감 고조…노조 “부적격자 인정못해”
김우룡교수 평소 “지역MBC 팔아 MBC 민영화”
사장 교체→민영화 수순 ‘언론장악 폭풍’ 예고
MBC 긴장감 고조…노조 “부적격자 인정못해”
김우룡교수 평소 “지역MBC 팔아 MBC 민영화”
방송통신위원회가 31일 <문화방송>(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새 이사진을 선임함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엠비시 손보기’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언론계 전체에 또 한 차례의 ‘언론장악 폭풍’이 휘몰아칠 태세다.
문화방송에선 새 방문진이 시도할 체제 개편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고조된 상태다. 문화방송 노조는 부적절한 인물의 이사직 수행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다.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어 “김우룡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여당 쪽 위원장을 포함해 재벌과 조중동 보수세력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인물들이 방문진에 들어올 경우 비판적 시사·보도프로그램이 폐지되는 최악의 수순을 밟게 될지도 모른다”며 “이들이 엠비시를 공영방송으로부터 지키겠다는 의지를 밝히지 않는 이상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근행 노조위원장은 “부적격 이사 선임자에겐 자진사퇴를 요구하되, 끝내 이사가 되겠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출근저지투쟁을 벌여서라도 이사진 진출을 막겠다는 뜻이다. 노조는 참여정부 시절 제6기 방문진 이사회 구성(2003년) 당시 프로그램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김이환 한국광고주협회 부회장을 이사 선임 직후 사퇴시킨 바 있다. 미디어행동도 성명을 통해 “대표적 엠비시 사영화주의자인 김우룡씨의 이사장 배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의지를 다시 한 번 천명하는 것”이라며 김 교수 이사 선임 철회를 요구했다.
반면 문화방송 사쪽은 매우 난감한 표정이다. 사쪽 관계자는 “자신을 임면할 수 있는 방문진을 두고 엄기영 사장이나 경영진들이 심증적으론 노조 의견에 공감하더라도 절대 자기 의사를 표명할 처지가 못 된다”며 “우리 집에 불이 옮겨붙고 있는데도 아무 대책 없이 멍하게 쳐다보고 있는 격”이라고 토로했다.
여권이 장악한 새 방문진이 8월9일 임기를 시작하면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거듭 밝힌 문화방송의 ‘정명’ 혹은 ‘정체성 찾기’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민영화 논의에 불을 붙이기보단 지난해 여권이 한국방송 이사회를 틀어쥔 이후 밟았던 절차에 따라 ‘방송 길들이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우선 자신들 입맛에 맞는 경영진을 앉혀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쪽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엄 사장 교체가 문화방송 장악의 첫 단계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내년 6월 지방선거 일정을 고려하면 정부·여당은 엄 사장 취임 2년째가 되는 내년 2월에 맞춰 교체 작업을 마무리하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제정하겠다고 밝힌 방송공사법이 만들어지면 문화방송의 공영방송 탈락도 제도적으로 완성된다. 올해 연말 민영미디어렙이 도입되면서 ‘내용적 민영화’까지 강제할 전망이다. 방문진 이사장이 유력한 김우룡 한양대 석좌교수는 지난해 뉴라이트전국연합 주최 토론회(‘엠비시 민영화 방안’)에서 구체적인 민영화 방안까지 제시했다. ‘19개 지역 엠비시 매각→매각 대금(5000억원 추산)으로 정수장학회 지분 인수→방문진 주식 70%를 국민(60%)과 우리사주조합(10%)에 매각’이 김 교수가 밝힌 3단계 민영화 전략이다. 지역 엠비시 매각은 2012년까지 지상파방송의 겸영을 유예한 한나라당 방송법이 지역방송만을 예외로 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는 “정부·여당이 ‘공영방송이 무엇인가’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도 없이 ‘엠비시의 공영방송 배제 작업’을 힘으로 밀어붙이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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