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담뱃값 인상안을 발표한 11일 오전 서울 공덕동의 한 상점 진열대에 담뱃갑들이 놓여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
‘2000원 이상 올리면
금연 늘어 세수 증가분 감소’
국세인 개별소비세 도입도
재정확충 의도 의심 사
‘건강기금 1%만 금연사업’ 논란도
의료학회 등은 인상안 찬성
‘2000원 이상 올리면
금연 늘어 세수 증가분 감소’
국세인 개별소비세 도입도
재정확충 의도 의심 사
‘건강기금 1%만 금연사업’ 논란도
의료학회 등은 인상안 찬성
정부가 담뱃값 대폭 인상을 추진하는 가장 큰 명분은 흡연율을 낮춘다는 데 있다. 금연단체나 의료학회 등은 이를 지지한다. 하지만 한편에선 흡연예방정책 등이 병행되지 않으면 서민의 세금 부담만 늘릴 뿐 흡연율 감소에 큰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11일 보건복지부는 ‘금연종합대책’에서 담뱃값 인상뿐만 아니라 금연 치료제 등을 건강보험에 포함시키고 금연 광고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나 대한예방의학회 등은 담뱃값 대폭 인상을 반기는 분위기다.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 감소에 효과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한국의 흡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건 담뱃값이 주요 국가의 20~30%에 불과할 정도로 싼 탓으로 본다.
대한예방의학회는 성명서를 내어 “담뱃값 인상은 특히 청소년이나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의 흡연율 감소에 효과가 높다”고 반겼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11월말 내놓은 ‘담배가격 변화에 따른 인식 및 행태 변화’ 보고서를 보면, ‘담뱃값이 얼마까지 오르면 금연하겠냐’는 설문에 응답자의 평균값은 8900원이다. 소득 수준을 네 층으로 나눠 분석했을 때 소득이 가장 높은 계층은 1만100원, 가장 낮은 계층은 8100원가량이었다.
실질적인 금연 효과를 거두려면 담뱃값을 적어도 8000원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부의 선택은 4500원이다. 정부가 담뱃값을 올리려는 진짜 목적이 따로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그동안 담배 경고 그림을 확대하거나 담배 광고를 규제하자는 보건복지부의 움직임에 기획재정부가 반대해 번번이 좌절됐다. 세수를 늘려야 할 상황에 이르자 부랴부랴 담뱃세를 인상하는 정부 태도는 결국 흡연율이 높은 저소득층을 상대로 더 많은 세금을 걷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더 있다. 지난 6월 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할 경우 세수 증가분은 2조7000억원이다. 주목되는 부분은 ‘2000원 인상’이 세수를 가장 많이 늘릴 수 있는 꼭짓점이라는 사실이다. 2000원보다 더 올리면 세수 증가분이 되레 감소한다. 이런 현상은 담뱃값이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금연에 따른 세수 감소가 가격 인상에 따른 세수 증가를 넘어서기 때문에 나타난다. 정부가 2000원 인상 방침을 확정한 데는 세수 증대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려는 판단이 깔렸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세인 개별소비세를 새로 도입하기로 한 것도 세입 결손에 허덕이는 중앙 재정을 메우려는 의도가 담뱃값 인상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비판을 살 만한 부분이다.
담뱃값 인상안에 비판 여론이 거센 또다른 이유는 그동안 흡연자에게서 거둔 세금마저도 흡연 예방 등 금연정책이 아닌 전혀 엉뚱한 곳에 써온 정부의 행태에 있다. 현재 담배 한 갑에 부과되는 354원의 국민건강증진기금 가운데 금연사업에 쓰이는 예산은 1% 남짓뿐이다. 지난해 금연사업 예산은 보건소 금연클리닉 운영 128억원, 금연 홍보 50억원 등 218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기금 총액 1조9000억원 중 약 1조원은 건강보험 재정으로 넘어가고, 나머지 9000억원도 대부분 줄기세포 연구나 신약개발 지원처럼 금연과 관련이 없는 곳에 쓰였다. 최비오 한국담배소비자협회 정책부장은 “정부는 이번에도 이를 바로잡겠다는 개선책을 내놓지 않았다”며 담뱃값 인상의 진정성에 불신을 드러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김경락 박수지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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