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미의 어른생각, 아이마음 /
학부모들은 교사들이 면담을 청하면 빈 손으로 갈 순 없다고 생각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어떤 교사는 얼마 이상 요구한다느니, 인사를 안했더니 아이를 구박한다느니 하는 괴소문도 적지 않게 떠돌지만, 학부모, 교사 양쪽을 모두 심층 면담하는 필자로서는 서로에 대해 너무 오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일반인들의 편견과는 달리 대다수의 교사들은 촌지를 원해 학부모를 만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돈을 벌고 싶으면 아예 사대나 교대를 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른 직종에 견줘 생활도 많이 안정됐고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긍심도 높아 자존심을 버리고 학부모들에게 손을 내미는 이상한 교사는 극소수다.
그럼에도 교사들은 학부모에게 전화 걸기가 두렵다고 말한다. 학부모들이 이상한 생각부터 먼저 할까봐서다.
말 한 마디 잘못해서 괜히 내 자식에게 불이익이 가는 건 아닌지, 걱정부터 앞서는 학부모도 있지만, 대놓고 선생님은 몇 평짜리 아파트에 사느냐, 나이가 몇 살이냐 하는 식으로 교사를 깔보고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는 학부모들도 제법 있다고 한다. 이래저래 교사와 학부모 사이가 왜곡되면 애꿎게 손해 보는 것은 아이다. 중간에 학교에서 사라져도, 지각을 해도, 성적이 떨어져도,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해도 괜히 오해만 쌓이고 감정이 상할 것 같아 교사와 부모가 서로 대화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의 생활습관, 학습의욕, 대인관계 등 학부모와 교사 그리고 학생이 한 팀이 되어 의논해야 할 일은 너무 많은데 불신과 피해의식이 쌓이고, 고발과 고소에다 주먹을 휘두르는 학부모들까지 있다니 교육 현장이 점점 삭막하고 살벌하다.
우선 학부모들은 교사들을 찾을 때 돈부터 준비해야 된다는 편견은 버렸으면 한다. 감사함을 표시하고 싶으면, 학기가 끝날 때 정성이 담긴 작은 선물이면 족하다. 학기초 선생님을 대하기가 부담스럽다면 교사들에게 자기 자녀의 장점과 단점, 좋아하는 과목과 싫어하는 과목, 장기와 부족한 점등을 상세하게 적은 편지를 보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교사들 역시 자식을 맡겨 놓은 죄로 괜스레 불안하고 걱정 많은 학부모들의 마음을 조금은 헤아려 줄 필요가 있다. 살면서 돈 때문에 자기 자신이 상처를 많이 받았거나 기대에 못 미치는 자식 때문에 좌절감을 많이 느끼는 학부모일수록, 교사들이 촌지만 밝히고 아이들을 차별한다는 의심도 많이 하는 것 같다. 자신의 콤플렉스를 교사나 학교에 투사하는 탓은 아닐까.
아이들 보는 앞에서 교사에게 손찌검을 하거나 욕을 하는 학부모들이 종종 있는 반면, 잔인하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아이를 훈육하는 교사도 소수지만 분명 있다.
정말 교단에 서서는 안 되는 성격장애를 가진 이들이다. 구체적인 방식은 더 깊이있는 연구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겠지만, 교원 평가를 통해 극소수의 문제 교사들이 겉으로 드러나서 교단 분위기가 개선이 되고 자질도 향상이 된다면 교사 전체의 위상은 더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순진한 희망도 가져본다. 물론 학생들 인기에 영합하게 만들면서 학부모들의 허영과 억지에 좌우되거나, 재단이나 상부의 그릇된 간섭에 교권을 유린당하는 교원평가제는 분명 아니어야 한다. 또한 폭력적인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교사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 아이들을 즐겁게 지도할 수 있는 더 나은 커리큘럼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nleekr@yahoo.co.kr
이나미/신경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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