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를 보고 싶었던 산티아고는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스스로 고단한 삶을 택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신에게 숨겨진 미덕들을 연마했다. 때로 고난은 한 인간을 진정한 연금술사로 만드는 용광로가 돼준다. 그림출처 : <연금술사>(문학동네 펴냄)
문학속 철학산책/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통해서 본 ‘고난’의 의미
코엘료의 <연금술사>는 짧지만 신비롭고,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다. 산티아고는 평범한 양치기 청년이었다. 남다른 것이 있다면, 오직 꿈을 좇아 산다는 것이었다. 어느 날 그는 어떤 아이의 손에 이끌려 이집트 피라미드에 가는 꿈을 꾸었다. 같은 꿈을 연이어 두 번이나 꾼 그는 정든 양들을 팔고 그리워하던 양털가게 소녀도 뒤로 하고 오직 그 꿈을 좇아 이집트로 떠난다. 양치기가 되기 위해 아버지의 집을 떠나던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안락함을 버리고 스스로 고난의 길을 택한 것이다.
그 여행에서 산티아고는 여러 가지 남다른 체험과 고생을 하게 되고 나중에는 죽음의 직전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렇지만 결국 사막에서 연금술사를 만나게 되고, 마침내는 만물과 대화하는 ‘하나의 언어’를 이해하게 돼 연금술사가 된다. 그러자 그 다음에는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서 큰 보물도 찾고 아름다운 여인 파티마도 얻게 된다. 그렇다면 궁금한 것은 ‘코엘료가 말하는 연금술이란 과연 무엇일까’다.
연금술이란 본래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돼 아랍에서 발달한 원시적 화학기술에서 시작됐다. 금은 그때나 지금이나 매우 귀중한 것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연히 자신들이 가진 화학기술로 금을 만들고 싶어 했다. 그래서 납이나 쇠 같은 금속들을 녹여도 보고, 그것에 수은을 섞어도 보는 등 여러 가지 실험들을 했다.
그 뒤 12세기 무렵에 연금술에 대한 라틴어 번역서가 중세 유럽에 들어왔다. 그러자 교황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부 성직자들이 이것을 조심스럽게 받아들임으로써 기독교와도 관계를 맺게 되었다. 당시 그들은 기독교에서 죄인이 구원받아 의인이 되는 과정과 연금술에서 쇠가 금이 되는 과정이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6세기 과학혁명이 이뤄져 그것이 단순한 미신으로 밝혀지면서 연금술은 차츰 쇠퇴하기 시작해 17, 18세기에는 그 모습을 완전히 감추었다. 그럼에도 연금술이 현대 화학에 끼친 영향은 대단하다. 연금술사들은 수없는 실험 과정에서 실험을 위한 기구와 기술들을 개발했고, 다양한 화학물질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일을 프랜시스 베이컨은 다음 같은 비유로 적절히 설명했다.
“연금술은 아들에게 자신의 과수원 어딘가에 금을 묻어놓았다고 유언한 아버지의 유언에 비유할 수 있다. 아들은 금을 찾기 위해 땅을 팠지만 어느 곳에도 금은 없었다. 그러나 아들은 사과나무 뿌리를 덮고 있는 흙들을 파 엎었기에 풍성한 수확을 얻었다. 금을 만들고자 노력했던 사람들의 다양한 발명과 실험들이 인간에게 혜택을 가져다 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20세기에 와서 스위스의 위대한 심리학자인 칼 융이 그의 저서 <꿈에 나타난 개성화 과정의 상징>과 <연금술에서 본 구원의 관념>을 통해서 연금술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했다. 그는 납덩어리에서 금을 만들어 내려는 연금술사들의 작업이 심리학 상으로는 자기 자신의 무의식을 찾아내 스스로를 개발하고 완성시키는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연금술사들은 불가능한 작업을 포기하지 않고 연마해가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겸손, 거룩함, 순결, 힘, 건강, 승리, 믿음, 희망, 사랑, 친절, 인내, 올바른 절도, 영적인 통찰, 그리고 순종”과 같은 미덕들을 연마했다는 것이다. 코엘료의 <연금술사>에서 연금술을 공부하는 영국인 화학자가 몰랐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는 오직 물질적인 금을 만드는 데에만 몰두했고, 자신 안에 감추어져 있는 진정한 자기 자신, 곧 정신적인 금을 발견하는 일에는 무심했던 것이다. 그 결과 결코 연금술사가 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이제 연금술사가 되는 방법이 드러났다. 연금술사는 단순히 납을 금으로 만들려는 꿈만을 가져 되는 것이 아니다. 자기 내면에 숨겨진 미덕을 연마해야만 한다. 산티아고가 바로 그랬다.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택한 고난을 통해 자신에게 숨겨진 미덕들을 연마했다. 즉, 고난이 그를 연금술사로 만드는 용광로가 됐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물을 수가 있다. 이 물음에 대해서 독일의 철학자 니콜라이 하르트만이 대답했다. “고난도 가치다. 고난이 어째서 가치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불행을 견뎌낼 능력이 없는 자에게 고난은 가치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견뎌낼 만큼 충분히 강한 자는 고난을 통해 스스로 강해진다. 곧 그의 인간성과 도덕성이 증대한다. 이런 사람에게는 고난이 또한 가치다. 고난은 도덕력의 시련이다. 깊은 도덕적 능력을 일깨워주는 촉매제 구실을 한다. 그래서 인간의 활동력을 증대시킬 뿐만 아니라 인간의 도덕적 감성 및 이해를 심화시킨다. 우리는 고난을 통해 자신의 마음 깊이뿐 아니라 남의 마음의 깊이도 알게 된다. 아니, 인생 전체의 깊이를 알게 된다. 가치를 판단하는 눈이 확장되고 예민하게 된다. 고난을 통해 인격이 높아짐과 동시에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능력도 커진다. 위대한 고난을 거친 뒤에 얻는 엄청난 기쁨과 행복감. 그가 스스로 취한 것은 고난이었는데, 구하지 아니한 행복이 그에게 주어진다.”
산티아고가 안달루치아 초원에서, 그리고 이집트 사막에서 스스로 취한 고난을 통해 얻어낸 것은 바로 이것이다. 아니 거꾸로, 이러한 모든 일들이 두려워 메카에는 가려고 하지 않으면서도 가고 싶다는 희망만을 항상 간직하며 살아가는 늙은 크리스털 상인이 얻지 못한 것이 바로 이것인 것이다.
새해가 됐다. 어떤가? 산티아고처럼 꿈을 좇아 스스로 고난을 선택해보지 않겠는가? 그럼으로써 언젠가는 구하지 아니한 엄청난 기쁨과 행복감을 맛보지 않겠는가? 아니면 늙은 크리스털 상인처럼 꿈만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하루하루 안이하게 살겠는가? 생각해보자! 김용규/자유저술가, <알도와 떠도는 사원> 저자
그런데 20세기에 와서 스위스의 위대한 심리학자인 칼 융이 그의 저서 <꿈에 나타난 개성화 과정의 상징>과 <연금술에서 본 구원의 관념>을 통해서 연금술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했다. 그는 납덩어리에서 금을 만들어 내려는 연금술사들의 작업이 심리학 상으로는 자기 자신의 무의식을 찾아내 스스로를 개발하고 완성시키는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연금술사들은 불가능한 작업을 포기하지 않고 연마해가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겸손, 거룩함, 순결, 힘, 건강, 승리, 믿음, 희망, 사랑, 친절, 인내, 올바른 절도, 영적인 통찰, 그리고 순종”과 같은 미덕들을 연마했다는 것이다. 코엘료의 <연금술사>에서 연금술을 공부하는 영국인 화학자가 몰랐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는 오직 물질적인 금을 만드는 데에만 몰두했고, 자신 안에 감추어져 있는 진정한 자기 자신, 곧 정신적인 금을 발견하는 일에는 무심했던 것이다. 그 결과 결코 연금술사가 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이제 연금술사가 되는 방법이 드러났다. 연금술사는 단순히 납을 금으로 만들려는 꿈만을 가져 되는 것이 아니다. 자기 내면에 숨겨진 미덕을 연마해야만 한다. 산티아고가 바로 그랬다.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택한 고난을 통해 자신에게 숨겨진 미덕들을 연마했다. 즉, 고난이 그를 연금술사로 만드는 용광로가 됐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물을 수가 있다. 이 물음에 대해서 독일의 철학자 니콜라이 하르트만이 대답했다. “고난도 가치다. 고난이 어째서 가치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불행을 견뎌낼 능력이 없는 자에게 고난은 가치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견뎌낼 만큼 충분히 강한 자는 고난을 통해 스스로 강해진다. 곧 그의 인간성과 도덕성이 증대한다. 이런 사람에게는 고난이 또한 가치다. 고난은 도덕력의 시련이다. 깊은 도덕적 능력을 일깨워주는 촉매제 구실을 한다. 그래서 인간의 활동력을 증대시킬 뿐만 아니라 인간의 도덕적 감성 및 이해를 심화시킨다. 우리는 고난을 통해 자신의 마음 깊이뿐 아니라 남의 마음의 깊이도 알게 된다. 아니, 인생 전체의 깊이를 알게 된다. 가치를 판단하는 눈이 확장되고 예민하게 된다. 고난을 통해 인격이 높아짐과 동시에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능력도 커진다. 위대한 고난을 거친 뒤에 얻는 엄청난 기쁨과 행복감. 그가 스스로 취한 것은 고난이었는데, 구하지 아니한 행복이 그에게 주어진다.”
김용규/자유저술가, 〈알도와 떠도는 사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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