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가 아티누스 2층 어린이서점에서 책을 고르고 있다.
테마별로 떠나는 체험학습 / 파주 헤이리를 찾아서
딱딱한 나무의자가 일렬종대로 놓여 있고, 책들도 군기가 잔뜩 들어 서가에 반듯하게 꽂혀 있는 도서관은 질서는 있어 보이지만 어쩐지 차갑다. 외국에는 슬슬 거닐다가 눈에 가는 책을 꺼내 아무렇게나 앉아 편하게 책을 볼 수 있는 도서관이 많던데 우리나라에는 없는 걸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슬쩍 귀띔을 했다. 파주 헤이리에 가보라고.
편안함과 자유로움 속에 즐기는 책읽기
지인이 알려준대로 헤이리(heyri.net)에서 색다른 어린이책방을 몇 개 만났다. 우선 4번 게이트로 들어가자마자 마주치는 아티누스. 들머리부터 남다르다. 200년은 된 듯한 큰 철문을 들고 들어서니 돌로 깎아놓은 책더미가 반긴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는 길 양 옆 벽은 온통 책 천지. 그동안 아이들에게 사랑받았던 책들이 빼곡히 전시돼 있다. 2층은 ‘어린이 리브로 서점’. 언뜻 보기엔 그냥 평범한 책방 같다. 한데 서가 사이 사이 소파와 벤치가 놓여 있는 점이 색다르다. 벽 쪽에도 알록달록 초록색을 뒤집어쓴 긴 의자가 설치돼 있다. 한 의자에서 여섯살쯤 되보이는 아이와 엄마가 같이 책을 읽고, 또 다른 의자에선 아빠가 아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쿠션을 베고 비스듬히 누워 책을 읽는 한 아이의 모습이 참 부러웠다.
아이가 책을 읽고 있는 사이, 서가를 돌아 반대편으로 가니 각종 차와 쿠기, 장신구, 공책, 가방, 인형 등이 전시돼 있다. 마치 동화속 나라에 온 것 같다. 어른보다 더 큰 곰인형이 놓인 의자에서 사진 한 장 찰칵!
1시간쯤 책 삼매경에 빠져있던 아이가 다른 곳도 가보자고 재촉했다. 지하로 내려갔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 나오는 괴물들이 커다란 모형으로 만들어져 있다. 얼굴 부분에 구멍이 뻥 뚫린 주인공 모형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니 영락없는 말썽꾸러기다. 전시실에서는 세계 곳곳에서 출간된 <신레델라>와 <빨간모자> 특별전시전이 열리고 있었다.
1층 레스토랑에서 스파게티와 피자를 먹은 뒤 다른 어린이 서점에도 가보기로 했다. 5분 정도 걸어가니 ‘동화나라’가 보였다. 어린이 책방답게 역시 온갖 종류의 어린이 책들이 우리를 맞았다. 그림책, 팝업북, 헝겊책…. 몇 년 전에 다 뗀 책들인데 아이는 여전히 관심을 보인다. 나도 그 시절로 돌아가 옆에 잠깐 앉아 책을 읽어줬다.
동화나라를 거쳐 이번에는 한길사에서 하는 북하우스로 향했다. 앞으로 넘어질 듯한 독특한 구조가 눈에 들어오자 아이는 “엄마, 저 건물 이상해. 넘어질 것 같아” 이런다. “후훗.” 북하우스는 완만한 경사길을 따라 책들이 전시된 게 특징. 잠시 멈춰서서 책 한권을 꺼내 이리저리 펼쳐보다가 꽂아놓고, 다시 한 발 내디딘 뒤 책을 꺼내 읽고 하다 보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아이는 2층 어린이책 코너 바닥에 자리를 잡고 ‘책속으로의 여행’을 즐겼다. 문화예술의 향기가 그득 ‘헤이리’라는 이름은 파주에서 전래되는 민요의 후렴구에서 따왔다. ‘얼씨구’ ‘좋구나’ 등의 기쁨을 나타내는 뜻이라고 한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면 아름답고 잘 가꾸어진 유럽의 한 마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무엇보다 저마다 독특한 디자인의 건물들이 눈길을 끈다. 페인트를 칠한 건물은 하나도 없고, 살아있는 나무의 가지가 건물 창문 밖으로 삐져 나와 있다. 초록 잔디가 벽면에 얹혀 있는가 하면, 교도소 모양으로 생긴 건물도 있다. 또 건물 사이 사이에 마련된 널찍한 공터에는 풀과 꽃, 관목들이 어우러져 멋드러진 정경을 만들어 낸다. 여기에 마을 뒷편엔 나즈막한 산자락까지 자리해 한 편의 산수화를 떠올리게 한다. 1997년부터 조성된 문화예술마을인 헤이리에는 작가, 미술인, 영화인, 건축가, 음악가 등 예술인들이 집단으로 모여 살고, 미술관, 박물관, 갤러리, 북카페, 영화 스튜디오 등이 곳곳에 있다. 글·사진 윤현주/나들이 칼럼니스트 whyrun@naver.com
동화나라를 거쳐 이번에는 한길사에서 하는 북하우스로 향했다. 앞으로 넘어질 듯한 독특한 구조가 눈에 들어오자 아이는 “엄마, 저 건물 이상해. 넘어질 것 같아” 이런다. “후훗.” 북하우스는 완만한 경사길을 따라 책들이 전시된 게 특징. 잠시 멈춰서서 책 한권을 꺼내 이리저리 펼쳐보다가 꽂아놓고, 다시 한 발 내디딘 뒤 책을 꺼내 읽고 하다 보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아이는 2층 어린이책 코너 바닥에 자리를 잡고 ‘책속으로의 여행’을 즐겼다. 문화예술의 향기가 그득 ‘헤이리’라는 이름은 파주에서 전래되는 민요의 후렴구에서 따왔다. ‘얼씨구’ ‘좋구나’ 등의 기쁨을 나타내는 뜻이라고 한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면 아름답고 잘 가꾸어진 유럽의 한 마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무엇보다 저마다 독특한 디자인의 건물들이 눈길을 끈다. 페인트를 칠한 건물은 하나도 없고, 살아있는 나무의 가지가 건물 창문 밖으로 삐져 나와 있다. 초록 잔디가 벽면에 얹혀 있는가 하면, 교도소 모양으로 생긴 건물도 있다. 또 건물 사이 사이에 마련된 널찍한 공터에는 풀과 꽃, 관목들이 어우러져 멋드러진 정경을 만들어 낸다. 여기에 마을 뒷편엔 나즈막한 산자락까지 자리해 한 편의 산수화를 떠올리게 한다. 1997년부터 조성된 문화예술마을인 헤이리에는 작가, 미술인, 영화인, 건축가, 음악가 등 예술인들이 집단으로 모여 살고, 미술관, 박물관, 갤러리, 북카페, 영화 스튜디오 등이 곳곳에 있다. 글·사진 윤현주/나들이 칼럼니스트 whyr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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