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6일 한국교육방송공사(EBS)에서 ‘본고사가 대학 자율인가’를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불 정책 방어’ 강조하면서
3불 흔드는 특목고는 ‘방치’
3불 흔드는 특목고는 ‘방치’
참여정부 ‘영·수 위주’ 적발돼도 솜방망이 제재
장학지도 겉치레…모집지역 제한도 ‘오락가락’ 노무현 대통령은 8일 <교육방송>(EBS) 특강에서 ‘3불 정책’(대입에서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본고사 금지) 유지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입시기관화한 외국어고를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그동안 참여정부가 펴온 교육 정책을 되돌아볼 때,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실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은 큰 틀에서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 발표된 ‘5·31 교육개혁안’을 이어받고 있다. 교육 수요자의 선택권 보장을 위해 자립형 사립고(자사고)와 특수목적고 등 다양한 유형의 학교를 확대해 평준화를 보완하자는 것도 ‘5·31 교육개혁’의 한 부분이었다. 참여정부 들어서도 교육인적자원부는 ‘평준화 보완’을 내세워 꾸준히 자사고·특목고 확대 정책을 펴 왔다. 2004~2006년 신설된 외국어고만 11곳에 이르고, 현재 설립을 추진 중인 곳도 외고만 12곳이나 된다. 특히 ‘경제통’인 김진표 전 교육부총리는 사립학교법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던 2005년 12월 “현재 6개인 자사고를 20개 정도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가 이듬해 3월 “입시기관화한 자사고를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을 바꿨다. 정진상 경상대 교수(사회학)는 “자사고·특목고 확대와 국공립대 법인화 등 참여정부 들어 교육정책이 더욱 시장주의로 기울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3불’ 유지를 역설하고 외고를 비판하는 것은 공허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교육 공공성에 대한 철학과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참여정부의 외고 정책은 근본적인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참여정부 들어 처음으로 나온 외고 대책은 2004년 10월24일 교육부가 발표한 ‘특목고 정상화 운영 방안’이다. 전공 외국어 이수 비율 50% 이상으로 확대 등이 주요 내용이다. 주전공 외국어는 뒷전이고 수능 주요 과목인 영어 수업을 더 많이 하거나, 전문교과(외국어)를 수학 등 입시 과목 위주로 파행 운영해 온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조처였다. 이 방안에는 또 △수학 문제 중심의 구술·면접고사 금지 △학원과 연계한 입시설명회 금지 등도 담겨 있다. 그러나 이런 정책이 실효성이 있으려면 곧바로 실태 파악에 나서고, 지침과 어긋나는 사례가 적발되면 중징계 등 강한 조처를 해야 했는데도 교육부는 수수방관했다. 교육부가 뒷짐을 지고 있는 사이, 외고의 교육과정 파행 운영은 계속됐다. 지난해 3월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이 교육부에 낸 외고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설립 취지에 맞게 외국어 전문교과를 늘려 운영하는 학교는 한 곳도 없었으며, 일부 학교는 여전히 추가로 개설한 전문교과 시간에 수학·과학 위주의 입시 대비 수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9월 열린우리당 유기홍 의원에게 낸 분석 자료를 보면, 2006학년도 서울지역 6개 외국어고의 특별·일반전형 구술면접고사 132개 문항 중 36%인 47개 문항이 수학 문제였다. 이렇듯 외고의 ‘일탈’이 계속되자 교육부는 지난 1월 처음으로 직접 조사한 외국어고 파행 운영 실태를 발표하고, 특별장학반 상설 가동 등 개선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교육부 발표를 비웃듯, 지난 2월 경기지역 한 외고 교사가 사설학원 입시설명회에서 버젓이 강연을 하는 모습이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나 징계 대상이 됐다. 정책 자체가 오락가락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6월 2008학년도부터 학생 모집 지역을 해당 광역 시·도로 제한하겠다고 했다가 불과 한 달 뒤, “시행 시기를 2년 뒤로 미루겠다”고 뒤집었다. 한만중 전교조 정책실장은 “교육부 스스로 ‘외고는 이미 10년 전에 정책 전환이 됐어야 하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인정해 놓고도 그에 상응하는 조처는 나오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이 교육학자처럼 견해만 밝힐 게 아니라 실제 정책으로 구현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장학지도 겉치레…모집지역 제한도 ‘오락가락’ 노무현 대통령은 8일 <교육방송>(EBS) 특강에서 ‘3불 정책’(대입에서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본고사 금지) 유지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입시기관화한 외국어고를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그동안 참여정부가 펴온 교육 정책을 되돌아볼 때,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실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은 큰 틀에서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 발표된 ‘5·31 교육개혁안’을 이어받고 있다. 교육 수요자의 선택권 보장을 위해 자립형 사립고(자사고)와 특수목적고 등 다양한 유형의 학교를 확대해 평준화를 보완하자는 것도 ‘5·31 교육개혁’의 한 부분이었다. 참여정부 들어서도 교육인적자원부는 ‘평준화 보완’을 내세워 꾸준히 자사고·특목고 확대 정책을 펴 왔다. 2004~2006년 신설된 외국어고만 11곳에 이르고, 현재 설립을 추진 중인 곳도 외고만 12곳이나 된다. 특히 ‘경제통’인 김진표 전 교육부총리는 사립학교법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던 2005년 12월 “현재 6개인 자사고를 20개 정도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가 이듬해 3월 “입시기관화한 자사고를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을 바꿨다. 정진상 경상대 교수(사회학)는 “자사고·특목고 확대와 국공립대 법인화 등 참여정부 들어 교육정책이 더욱 시장주의로 기울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3불’ 유지를 역설하고 외고를 비판하는 것은 공허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교육 공공성에 대한 철학과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참여정부의 외고 정책은 근본적인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참여정부 들어 처음으로 나온 외고 대책은 2004년 10월24일 교육부가 발표한 ‘특목고 정상화 운영 방안’이다. 전공 외국어 이수 비율 50% 이상으로 확대 등이 주요 내용이다. 주전공 외국어는 뒷전이고 수능 주요 과목인 영어 수업을 더 많이 하거나, 전문교과(외국어)를 수학 등 입시 과목 위주로 파행 운영해 온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조처였다. 이 방안에는 또 △수학 문제 중심의 구술·면접고사 금지 △학원과 연계한 입시설명회 금지 등도 담겨 있다. 그러나 이런 정책이 실효성이 있으려면 곧바로 실태 파악에 나서고, 지침과 어긋나는 사례가 적발되면 중징계 등 강한 조처를 해야 했는데도 교육부는 수수방관했다. 교육부가 뒷짐을 지고 있는 사이, 외고의 교육과정 파행 운영은 계속됐다. 지난해 3월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이 교육부에 낸 외고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설립 취지에 맞게 외국어 전문교과를 늘려 운영하는 학교는 한 곳도 없었으며, 일부 학교는 여전히 추가로 개설한 전문교과 시간에 수학·과학 위주의 입시 대비 수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9월 열린우리당 유기홍 의원에게 낸 분석 자료를 보면, 2006학년도 서울지역 6개 외국어고의 특별·일반전형 구술면접고사 132개 문항 중 36%인 47개 문항이 수학 문제였다. 이렇듯 외고의 ‘일탈’이 계속되자 교육부는 지난 1월 처음으로 직접 조사한 외국어고 파행 운영 실태를 발표하고, 특별장학반 상설 가동 등 개선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교육부 발표를 비웃듯, 지난 2월 경기지역 한 외고 교사가 사설학원 입시설명회에서 버젓이 강연을 하는 모습이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나 징계 대상이 됐다. 정책 자체가 오락가락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6월 2008학년도부터 학생 모집 지역을 해당 광역 시·도로 제한하겠다고 했다가 불과 한 달 뒤, “시행 시기를 2년 뒤로 미루겠다”고 뒤집었다. 한만중 전교조 정책실장은 “교육부 스스로 ‘외고는 이미 10년 전에 정책 전환이 됐어야 하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인정해 놓고도 그에 상응하는 조처는 나오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이 교육학자처럼 견해만 밝힐 게 아니라 실제 정책으로 구현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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