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 와이즈멘토 이사, 곰TV 과학 강사
이범의 거꾸로 공부법 /
며칠 전에 병원 영안실에 문상하러 들렀다가 경기과학고 동기들을 만났다.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작년에 내가 펴낸 책이 화제에 올랐다. 그들은 이렇게 지적했다. “근데 네 책에 나오는 공부법 보니까 별거 없던데…. 우리 학교 다니던 시절에 다들 써먹던 방법 아냐?” 여기에 대한 내 답은 간단했다. “응, 나도 알아. 근데 요즘 애들은 그걸 다 잃어버렸거든.”
왜 잃어버렸을까? 학원 때문이다. 우리 시절에는 공부의 계획·실행·평가 모두가 ‘나’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재학생의 학원수강과 개인과외가 금지된 시기였으니, 당연히 ‘자기주도적 학습’의 전성기였다. 그런데 지금은 공부의 계획·실행·평가 모두 ‘학원’이 주도하거나 대행해준다. 한국의 사교육업계는 부모와 자녀 세대 양쪽에 재앙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부모 세대에는 사교육비 과다지출로 인한 노후기반 약화를, 자녀 세대에는 타율적이고 수동적인 학습습관을 초래하니 말이다.
이처럼 청소년기를 학원에 중독된 채로 보냈던 세대에게 스스로 지적 활동을 설계하고 미래를 개척하는 능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이제 사교육은 (고용 불안정 문제와 더불어) 우리나라 미래 세대의 진취성을 갉아먹는 주범인지도 모른다. 학원의 설명회에서 주워들은 정보에 의존하면서 아이를 얼마나 좋은 학원에 많이 보내는지를 자랑스러워하는 학부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녀를 의존적 성향이 강한 아이로 키워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은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계속 의존하며 독립할 줄 모르는 ‘캥거루족’이 될지도 모른다.
특히 중학교 3년간은 ‘학원의존적 학습’과 ‘자기주도적 학습’이 갈리는 결정적 시기다. 그런데 요즘 특목고 열풍의 여파로 너나 할 것 없이 학원을 다니다 보니, 이런저런 공부방법을 테스트해보고 자신에게 최적화된 공부스타일을 구성해볼 기회를 원천적으로 잃어버리고 만다. 이런 면에서 중학교 시기를 ‘날려버린’ 이들이 고등학교 공부를 자기주도적으로 수행한다는 것은 애초에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 결과 그 우수하다는 특목고생들도 다들 평균보다 훨씬 많은 학원을 다니고 있다. 심지어 기숙사 생활을 하는 과학고생들마저도 내신성적을 잘 받기 위해 주말을 이용해 수학 전문학원을 다니는 걸 보면,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제안한다. 특목고를 목표로 한다 해도, 학원의 도움을 얻는 과목을 두과목 이내로 제한하라. 그래야만 다른 과목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배양할 기회를 갖게 된다. 그리고 사교육의 도움을 얻고 싶다면 되도록 인터넷강의를 활용하기 바란다. 인터넷강의가 자기주도적 학습을 보장해주지는 않지만, 학습의 계획·실행·평가를 상당 부분 자신이 책임져야 하므로 적어도 학원을 뺑뺑이 도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종종 인터넷의 강사진과 강의들이 너무 다양해서 고르기 어렵다는 푸념을 듣는데, 여기에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그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걸 찾아가는 과정도 곧 공부입니다.” 와이즈멘토 이사, EBS·곰TV 강사
특히 중학교 3년간은 ‘학원의존적 학습’과 ‘자기주도적 학습’이 갈리는 결정적 시기다. 그런데 요즘 특목고 열풍의 여파로 너나 할 것 없이 학원을 다니다 보니, 이런저런 공부방법을 테스트해보고 자신에게 최적화된 공부스타일을 구성해볼 기회를 원천적으로 잃어버리고 만다. 이런 면에서 중학교 시기를 ‘날려버린’ 이들이 고등학교 공부를 자기주도적으로 수행한다는 것은 애초에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 결과 그 우수하다는 특목고생들도 다들 평균보다 훨씬 많은 학원을 다니고 있다. 심지어 기숙사 생활을 하는 과학고생들마저도 내신성적을 잘 받기 위해 주말을 이용해 수학 전문학원을 다니는 걸 보면,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제안한다. 특목고를 목표로 한다 해도, 학원의 도움을 얻는 과목을 두과목 이내로 제한하라. 그래야만 다른 과목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배양할 기회를 갖게 된다. 그리고 사교육의 도움을 얻고 싶다면 되도록 인터넷강의를 활용하기 바란다. 인터넷강의가 자기주도적 학습을 보장해주지는 않지만, 학습의 계획·실행·평가를 상당 부분 자신이 책임져야 하므로 적어도 학원을 뺑뺑이 도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종종 인터넷의 강사진과 강의들이 너무 다양해서 고르기 어렵다는 푸념을 듣는데, 여기에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그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걸 찾아가는 과정도 곧 공부입니다.” 와이즈멘토 이사, EBS·곰TV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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