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4일, 수원지역 청소년 700여명은 학생인권 개선을 위해 거리로 나섰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인권] [기획③] ‘야자·보충·두발규제 반대’ 외친 청소년들
바이러스는 연말기획으로 각계각층에서 올 한해 세상을 바꾸려고 나선 주역을 선정해 보도합니다. 그들은 바로 대중문화의 일방적인 수용자에서 벗어나 자기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기 시작한 ‘팬클럽’, 대선에서 선거법 규제 속에서도 정치의 주인으로 나서려고 한 ‘네티즌’, 인권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높인 ‘수원지역 청소년’입니다. 이들이 각자의 현실에서 어떤 노력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고 했는지 살펴봅시다. -편집자 주
수원 지역 청소년들이 인권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동안 학생인권에 불만이 있어도 학교의 지나친 제재 때문에 아무 말도 못했던 이 지역 청소년들이 나선 것은, 청소년인권운동의 발전을 중심에 놓고 볼 때 의미가 크다.
수원지역 청소년, 인권 개선에 나서다
지난 11월 4일, 오후 1시가 가까워지자 ‘수원 남문 앞 차 없는 거리’에 하나둘씩 청소년이 모이기 시작한다. 한결 같이 상기된 표정. 손에는 ‘체벌은 싫어요, 우리는 로봇이 아니에요.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와 같은 피켓을 들었다.
이날은 광주독립학생운동기념일을 기념해 청소년들이 그동안 학교생활하면서 답답했던 10가지를 발표하는 날. ‘두발자유, 입시부담해소’ 등이 발표될 때마다 학생들은 큰 소리로 웃으며 공감을 나타낸다. 발표가 끝난 후 700여명의 청소년들은 1시간 넘게 거리행진을 하며 시민들에게 자신들의 주장을 알렸다. 거리행진을 끝낸 학생들은 “우리가 이렇게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몰랐다. 즐겁다. 꼭 바꿨으면 좋겠다”며 들떠 있었다.
자녀를 서울로 편입시키고자하는 학부모들의 열망,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고자하는 학교의 요구 때문에 수원지역 대부분의 인문계 학교는 밤 10시, 혹은 좀 더 늦은 시간까지 야간자율학습을 시킨다. S고 등 일부 학교에서는 교사가 학교에서 자체 제작한 체벌도구를 가지고 다니며, 학습 분위기를 지도한다. “야, 조용히 못해. 너 이리로 와 봐. 엎드려 뻗쳐” 남학생에게는 반삭으로 불리는 짧은 머리, 여학생에게도 귀밑7cm 등 두발규제도 강하다. 외부 단체 활동도 금지다. 설사 일부 학교에서 외부 단체 활동이 가능하더라도 야자를 하다보면 시간이 없다. 중고등학교 6년 내내 공부 외에는 할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하지만 학생들은 ‘바꿀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다. 자신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생각도 못했다. 지난 2005년 전국적으로 ‘두발자유’ 등 학생인권개선 운동이 벌어졌을 때에도 수원 지역만은 예외였다. 전교생이 다하는 야자를 자신이 빠질 수 있다는 상상 조차 못했다. 그만큼 대부분 학교에서 제재가 심했고, 학생들은 체념했다. ‘바꿀 수 없다’던 청소년, ‘이제는 바꿀 수 있다’로 변화 이 상황에서 700여명 학생들이 ‘그래도 바꿔보겠다’고 한 자리에 모였다. 청소년들은 모인 것만으로 이미 다 바꿨다는 듯이 좋아했다. 11월 행사를 계기로 수원지역 청소년들 사이에선 조그마한 변화가 싹트기 시작했다. 금기에 대한 도전이 시작되었고,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에 확신을 갖기 시작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남형민(고1)군은 “체벌금지 같이 우리가 하고 싶었던 말 말하니 너무 좋다”며 “혼자라면 못했을 텐데, 이렇게 같이 외치니 정말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들이 모일 수 있었던 것은 독립운동기념일을 계기로 청소년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려보자는 20여 청소년들의 몫이 컸다.
이들은 행사 전부터 광주학생독립운동에 대해 스스로 공부했다. 그리고 식민지 시대, 일제에 대항했던 청소년 독립운동가처럼 오늘날 자신들이 나설 수 있는 것을 고민했고, 수원지역 청소년들의 열망인 ‘인권 개선’을 생각하게 된다. 먼저 바꿔보자고 생각한 소수의 청소년들이 다수의 청소년의 동참을 이끌 수 있었다.
“함께 하면 더 많은 힘을 낼 수 있다”
결과적으로 현재까지 이들이 바꾼 것은 아무 것도 없지만 이날 행사를 통해 불가능한 것은 없다는 것과 혼자로는 힘들었지만 여러 사람과 함께라면 더 많은 힘을 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자체가 변화의 시작이었다.
행사 내내 청소년을 곁에서 지켜본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연미임 지부장은 “수원지역 학생들은 야자, 보충 외에 다른 생활이 가능하다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이날 행사를 계기로 청소년 사이에서 바꿀 수 있다는 목소리가 생겼다. ‘우리는 아무 것도 못한다’는 패배적인 시각에서, ‘우리도 뭉치면 할 수 있다’는 인식을 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정혜규 기자 66950@hanmail.net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자녀를 서울로 편입시키고자하는 학부모들의 열망,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고자하는 학교의 요구 때문에 수원지역 대부분의 인문계 학교는 밤 10시, 혹은 좀 더 늦은 시간까지 야간자율학습을 시킨다. S고 등 일부 학교에서는 교사가 학교에서 자체 제작한 체벌도구를 가지고 다니며, 학습 분위기를 지도한다. “야, 조용히 못해. 너 이리로 와 봐. 엎드려 뻗쳐” 남학생에게는 반삭으로 불리는 짧은 머리, 여학생에게도 귀밑7cm 등 두발규제도 강하다. 외부 단체 활동도 금지다. 설사 일부 학교에서 외부 단체 활동이 가능하더라도 야자를 하다보면 시간이 없다. 중고등학교 6년 내내 공부 외에는 할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하지만 학생들은 ‘바꿀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다. 자신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생각도 못했다. 지난 2005년 전국적으로 ‘두발자유’ 등 학생인권개선 운동이 벌어졌을 때에도 수원 지역만은 예외였다. 전교생이 다하는 야자를 자신이 빠질 수 있다는 상상 조차 못했다. 그만큼 대부분 학교에서 제재가 심했고, 학생들은 체념했다. ‘바꿀 수 없다’던 청소년, ‘이제는 바꿀 수 있다’로 변화 이 상황에서 700여명 학생들이 ‘그래도 바꿔보겠다’고 한 자리에 모였다. 청소년들은 모인 것만으로 이미 다 바꿨다는 듯이 좋아했다. 11월 행사를 계기로 수원지역 청소년들 사이에선 조그마한 변화가 싹트기 시작했다. 금기에 대한 도전이 시작되었고,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에 확신을 갖기 시작했다.
금기에 대한 도전, ‘불가능하다’에서 ‘가능하다’로 인식을 바꾼 청소년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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