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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공부만 잘하면 진로 걱정 끝? 생각 바꾸세요

등록 2008-03-16 16:53

이로미의 진로교육 나침반
이로미의 진로교육 나침반
이로미의 진로교육 나침반 /

독일인 교수 한 분에게 들은 얘기가 떠오른다. 여러 엄마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식 자랑을 하고 있었다. 어떤 엄마가, “우리 아이는 이번에 판사가 되었다”고 말하자 엄마들이 탄성을 질렀다. 가만히 듣고 있던 한 엄마가, “우리 아이는 이번에 직업학교를 마치고 기술자로 지멘스(독일의 전기 관련 회사)에 들어갔다”고 하자 엄마들이 “와우!” 하고 더 큰 탄성을 질렀다고 한다. 아이가 어떤 영역의 직업을 택하든 자기 진로를 결정하면 사회적으로 축하받는 분위기가 마련돼 있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독일의 교육 현상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겠지만 우리 처지에선 부러운 게 많다. 우리 학생들은 대학 진학 후에도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다 이것저것 해 보고 안 되면 ‘묻지마식’ 취업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기 쉽다.

무조건 공부부터 잘하고 보자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올바른 진로교육은 학생이 자기가 희망하는 분야에서 구체적인 진로 방향을 세우고, 이에 맞는 교육을 받도록 돕는 것이다. 사진은 침대에 시트를 씌우고 정돈하는 ‘호텔리어’ 체험을 해보는 학생들. 강창광 기자
무조건 공부부터 잘하고 보자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올바른 진로교육은 학생이 자기가 희망하는 분야에서 구체적인 진로 방향을 세우고, 이에 맞는 교육을 받도록 돕는 것이다. 사진은 침대에 시트를 씌우고 정돈하는 ‘호텔리어’ 체험을 해보는 학생들. 강창광 기자
학생들이나 부모 그리고 교사가 진로교육에 관심을 갖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일단 공부를 잘해놓고 봐야 이런저런 직업에의 길도 열린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바꿔야 할 인식이다. 각 직업 영역에는 입문 수준의 단계부터 최고의 교육이 필요한 전문가 단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단계가 있다. 예를 들어 요리사라면 동네 조그만 식당에서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도 있을 수 있고, 별이 일곱 달린 호텔 총주방장도 있을 수 있다. 진로교육은 각자가 추구하는 최종 단계가 어디냐에 따라 원하는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것이 어렵다. 일단 무조건 대학부터 들어가고 보자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80%가 넘는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해 끝이 어딘지도 모르는 점수 경쟁에서 끝까지 달리고 볼 것을 요구받는다. 브라운이라는 학자의 말처럼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도 적은 소수의 ‘전문가’ 직업을 얻고자 경쟁하며, 모두가 그것을 얻기 위해 투자하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기회의 총량이 늘었음에도 원하는 것을 얻기는 훨씬 힘든 사회가 되고 있다. 진로교육은 이런 경쟁구도에서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학위병’의 만연, 사람들이 가진 기술과 시장이 요구하는 기술이 일치하지 않는 현상 등으로 나타난다.

진로 교육이 사회 전반에 다양한 전문적 지식을 지닌 일꾼을 배출하는 것을 순조롭게 지원하려면 진로탐색과 지원활동이 교육의 중심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생애 어느 단계에서도 진로에 대해 결정하고, 준비하고, 방향을 재조정할 수 있는 사다리를 여러 곳에 놓아주는 것이다. 이는 충분한 정보, 충분한 체험을 생애 발달 단계 곳곳에서 제공하면서 학생들이 진로를 주체적으로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인생의 결정이 서열화한 대학 진학이 아니라 적합한 진로 선택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조장하는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이로미 한국고용정보원 진로교육센터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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