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논술 / 46. 인류의 역사에서 전쟁의 의미는?
시사로 따라잡기 [난이도 = 중2~고1]
전쟁이라는 극단적 폭력이 진짜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 후유증이 오래간다는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한반도의 현대사만 살펴봐도 그렇다. 한국전쟁의 폐해는 실제 전쟁이 치러진 시점(1950~53년)에서 반세기가 흐른 지금에도 부정적인 그림자를 남북 사회 두루 짙게 드리우고 있다.
군사적으로 세계 최강대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과 대결하기 위해 전체 사회를 병영국 모습으로 꾸며놓은 북한 사회는 말할 것도 없다. 오죽하면 ‘빨치산 체제’가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까. 남쪽 역시 전쟁의 후유증을 심하게 앓고 있다. 북한과의 군사적 대치를 빌미로 승승장구했던 군사독재 정권의 권위주의적 통치의 잔재는 ‘폭력적 군사주의’를 우리 사회 곳곳에 깊숙이 뿌려놓았다. 대학 사회에까지 퍼져 있는 강압적인 선후배 문화, 술자리 문화, 패거리 문화, 얼차려 문화 등은 다른 사회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다. 전쟁으로 생겨난 집단적 피해의식은 ‘아군이 아니면 적군’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보편화했고, 제대로 된 토론을 하기 힘든 비합리적 사회를 만들었다. 왜곡되고 고정된 성 역할을 강조하거나, 성차별적 가부장제가 여전히 존재하는 등의 문제도 사실은 군사주의와 직간접으로 맞닿아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의 피해도 막대하다. 항구적인 평화체제가 구축되기 전까지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하는 ‘전쟁 대비 비용’, 곧 분단 비용은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체제 경쟁이 사실상 끝난 상태인데도 남북한 통틀어 가장 좁은 면적에 가장 많은 전투병력을 유지하고 있다. 남북 모두 국방비의 비중을 줄인다면 여느 나라에 뒤떨어지지 않는 복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건 이제는 상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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