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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방과후 학교’ 보육에 초점을

등록 2008-06-01 15:45

이범의 거꾸로 공부법
이범의 거꾸로 공부법
이범거꾸로공부법 /

명확히 해두자. 사교육이 학교의 문 안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 것은 이명박정부가 아니다. 방과후학교를 도입하면서 그 목적을 ‘사교육비 감소’라고 선언한 것은 노무현 정부였다. 다만 방과후학교의 서비스 제공자를 개인(강사)이나 비영리법인으로 한정했던 것을, 이명박정부가 영리법인으로까지 확대한 것이다. 말하자면 법인화된 대형학원이나 대형사교육업체도 참여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그렇다면 이로 인한 차이는 얼마나 될까.

일단 고등학교로 범위를 한정해 보면, 그 차이는 미미하다. 대입 시장은 원래 강사 개개인의 역량에 대한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법인에게 문호가 개방되었다고 해서 딱히 달라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초등 시장에서는 개인의 역량보다 프로그램으로 승부하는 상품(대표적으로 방문학습지 등)이 먹히지만, 중학교 시장만 되어도 강사 개인 역량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아지며, 고등학교 시장이 되면 이 경향이 아주 심해진다. 그래서 법인이라고 해서 특별히 선호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학원과 인터넷강의가 보편화한 상황에서, 방과후학교에서 어지간히 강의해봤자 학생들이 만족하지도 않는다. 일각에서는 ‘방과후학교가 학원으로 학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고 우려하지만, 이것은 한마디로 기우에 불과하다.

예외가 있다면 논술이다. 논술은 ‘쓰기’에 대한 지도가 결합해야 하므로 인터넷강의같은 대안이 썩 먹히지 않는다. 그리고 일부 대도시지역을 제외하면 변변한 논술학원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논술에 대한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한 학교들에서, 방과후학교 제도가 시행되기 이전부터 이른바 ‘특기적성교육’의 일환으로 논술업체(영리법인)들과 광범위하게 거래해왔다. 논술업체들이 강사·교재·프로그램을 패키지화해서 학교에 공급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학교 쪽에 리베이트를 제공해온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영리법인에게 가장 탐나는 시장은 뭐니뭐니해도 초등 시장이다. 이미 방문학습지를 통해 검증된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가진 대형 사교육업체들에서, 이를 방과후학교에 맞게 각색하여 공급한다면 꽤 파급력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비난하는 것이 능사일까? 초등학교 방과후학교는 ‘교육’과 ‘보육’의 기능이 혼재돼 있다. 특히 많은 맞벌이 가정에서는 어린 자녀를 맡겨둘 안정적인 환경이 절실하다. 우리보다 먼저 방과후학교를 도입한 미국에서는 ‘보육’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자원봉사자들을 중심으로 운영해 긍정적인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자원봉사 문화가 미성숙한 우리나라에서 사교육업체가 참여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프로그램을 공급한다면, 이를 백안시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방과후학교는 첫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이다. 방과후학교의 일차적 기능은 ‘사교육비 절감’보다는 ‘보육’에 맞춰져야 한다. 특히 초등(그리고 중학 일부)을 중심으로 방과후학교의 목표를 재정립하고, 맞벌이 가정을 염두에 둔 적극적인 사회적 지원 프로그램으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운영위원회에서 ‘방과후교장’을 선임해 방과후교장이 방과후학교 운영 전반을 책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더욱 다양한 강좌를 제공함과 동시에, 강좌를 수강하지 않는 학생들도 부모가 퇴근하는 시간까지 안전하고 교육적인 환경에서 돌봐주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렇게 된다면 ‘학교’라는 거대한 인프라의 공공적 기능을 배가할 수 있다. 정규수업이 끝나면 텅텅 비어있는 학교, 이것 정말 아깝지 않은가?

곰TV·EBS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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