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운택의 진로교사 다이어리
양운택의 진로교사 다이어리 /
“하고 싶은 공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닌데 꼭 대학에 가야 하나요? 대학에 가지 않고 취업을 하는 것은 어떨까요?”, “대학에 가서 학위를 받는 것이 중요한가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요?”
좋아하는 공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어서 대학 진학과 취업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학생의 이야기다. 선생님이 직접 대학에 가는 것이 좋은지, 취업을 하는 것이 좋은지 결정해 줄 수는 없지만, 결정을 위해 생각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는 알려줘야 한다.
우선 고민의 명확한 이유가 무엇인지 찾게 해야 한다. 꿈이 분명하지 않아서인지, 어떤 것이 현명한 결정인지를 알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를 찾게 해줘야 한다. 만일 꿈이 분명하지 않아서라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부터 찾아봐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평생 동안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하고 살면 내 삶이 행복할지를 찾는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찾게 되면 결정이 쉬워진다. 일에 따라 대학에서 학위를 받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고, 고등학교 졸업 뒤 경력을 쌓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꿈은 있으나 어떤 결정이 더 현명할지를 고민하는 것이라면 그 꿈을 위해 대학에 가면 어떤 점이 좋은지, 어떤 점이 나쁜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따라서 대학 진학과 취업 각각의 장단점을 공책에 써보는 방법을 권해보자. 가까운 친구나 부모님의 의견을 함께 써보는 것도 좋다. 이렇게 장단점을 적어보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의외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대학 진학의 장점으로는 학위 취득, 또래 집단과의 소속감, 단점으로는 비싼 학비 등을 적을 수 있을 것이다. 취업의 장점으로는 경제적 독립, 비교적 빠른 사회 진출, 단점으로는 학력에 대한 열등감 등을 적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어떤 결정을 한다고 해도 선택하지 않은 다른 길에 대한 미련이나 아쉬움은 남게 마련이다. 또 내가 선택한 길이라 할지라도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후회스런 결정이 될 수도 있고, 만족스런 결정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선택을 하고 나면 후회하지 않도록 스스로 그 결정에 책임지고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반드시 알려주자. 이런 상담에서 중요한 것은 대학 진학과 취업 사이에서 갈등하는 원인을 학생 스스로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조언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학력 인플레는 심각한 문제다. 국민소득, 행복지수, 삶의 질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은 유럽은 평균 대학진학률이 20%를 밑돌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80%를 넘어선다. 하고 싶은 것도 없이 무작정 대학에 진학하는 일은 한창 자신의 삶을 개척해야 할 젊은 시절 삶의 에너지를 오히려 낭비하게 할 가능성도 낳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살아가려는 마음가짐과 이를 지지해주는 가족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를 극복하고 스스로의 길을 개척할 수 있는 사람은 일시적으로는 심리적 위축감과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자기 뜻에 따른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산업화 시대의 교육과정이나 교수법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사라지고 있다. 사람들은 사이버, 가상현실, 웹2.0, 집단지성 등을 통해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 또 취업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는 방송통신대학과 사이버대학 등을 통해 일과 공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대학은 반드시 가야지!”라는 일방적인 충고가 아니라 학업과 일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주고 그 안에서 충분한 고민 끝에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양운택 돌마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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