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운택의 진로교사 다이어리
양운택의 진로교사 다이어리 /
“저는 어릴 때부터 간직했던 꿈이 있어요. 이제 대학에 진학하면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데 부모님은 제가 다른 직업을 갖길 바라십니다. 제 뜻대로 하면 부모님께서 너무 실망하실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부모님께서는 제가 부모님의 일을 물려받길 원하십니다. 하지만 제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부모와 자녀의 갈등에는 “공부해라”라는 소리에서 시작된 사소한 다툼이 대부분일 것 같지만 이렇게 진로와 관련한 갈등이 의외로 많다. 내가 알고 있던 학생 가운데도 진로와 관련해 부모님과 큰 갈등을 빚었던 친구가 있다.
부모님은 자녀가 이공계에 진학해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가길 간절히 원했다. 자녀도 고등학교에 입학할 당시에는 부모님의 뜻을 따랐다. 어머니는 고1 때까지 자녀의 모든 일정을 관리했고, 학생도 어머니가 짜놓은 일정에 따라 불만 없이 생활했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진로 관련 프로그램을 접한 자녀가 부모님이 정해준 길에 대해 불만을 갖기 시작했다.
학생과 학부모를 두루 만나본 결과 해결의 열쇠는 학부모에게 있었다. 부모는 자녀를 통해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해 대리만족을 하려 했던 것이다. 결국 학교에서 만들어 놓은 진로프로 파일 등을 토대로 학부모, 학생과 상담을 하면서 학부모를 설득했고, 서로 양보한 결과 경제학 분야로 학생의 진로를 결정했다. 원하는 방향을 확실히 정한 학생은 부모님이 짜놓은 일정이 아니라 자신이 정한 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진로에 대해 학부모와 자녀가 갈등할 때 학생과 학부모는 자신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먼저 학생 처지에선 자신의 꿈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그래야 부모님을 설득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나는 학생들에게 우선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부터 파악해 보라고 권한다. 특히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를 정확히 정리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 두는 것이 좋다. 다음은 부모님과 진지한 대화를 했는지를 확인해 보는 것이다. 특히 부모님과 대화가 부족한 학생들은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하고 부모님의 반대를 지나치게 민감하게 받아들이진 않았는지 돌이켜봐야 한다. 또 부모님의 반대가 어떤 이유인지를 정확히 아는 것도 중요하다.
부모님과 감정적으로 대립하지 말고 그 꿈을 갖게 된 동기나 앞으로 어떻게 준비해서 어떤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등을 구체적이고 조리 있게 말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자신의 꿈에 대해 충분히 전달을 했는데도 부모님이 반대한다면 그 이유에 대해 다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부모님의 다양한 경험과 자녀에 대한 사랑을 충분히 고려해 지속적인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부모님들은 자신이 다양한 경험을 했고 그 경험에 따라 적절한 진로지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때론 비현실적인 정보로 자녀의 진로를 잘못 판단하는 경우도 있고, 욕심으로 자녀의 미래를 강요할 수도 있음을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자녀의 진로선택 과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학교를 찾아 교사와 함께 상담을 하거나 다양한 기관을 찾아 전문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기를 권하고 싶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 본인이 만족할 만한 진로 선택을 하게 돕는 것이다. 진로선택은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개인의 고유한 영역이란 걸 부모님은 반드시 알아둘 필요가 있다. 양운택 돌마고 교감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