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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엄부’ 아닌 ‘자부’가 자녀 앞길 빛 밝혀

등록 2008-07-06 18:52

성장기에 아버지와의 친숙한 관계는 아이의 미래 진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사진은 보드게임을 하며 대화를 나누는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  김명진 기자 <A href="mailto:littleprince@hani.co.kr">littleprince@hani.co.kr</A>
성장기에 아버지와의 친숙한 관계는 아이의 미래 진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사진은 보드게임을 하며 대화를 나누는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진로교육
정연순의 진로교육 나침반 /

아버지의 권위가 떨어져 가정교육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한탄을 종종 듣는다. 아버지의 훈육을 두려워하지 않고 제멋대로인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이런 한탄에 자주 등장하는 사례들이다. 한편에서는 그래도 여전히 가장 노릇을 해야 할 아버지들을 위해 ‘아버지 기 살리기’ 같은 이벤트들도 등장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아이들 처지에서 뒤집어 생각해보자. 권위든 훈육이든 통제든 아버지들이 구사했던 전통적인 방식의 관여가 아이들에게 먹히지 않는 세태가 되었다는 것은, 아이들이 아버지와 한집에 살더라도 아버지의 부재를 경험하면서 성장기를 보내고 있다는 뜻이 된다.

‘엄부자모’로 표현되듯 가족 관계를 유지하고 자녀를 양육하는 일은 전통적으로 어머니의 몫이었다. 아버지는 가정경제를 책임지고 자녀를 엄격히 훈육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일로 여겼다. 요즘은 자녀 양육에 관여하는 아버지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아버지들은 가족과 관계 맺거나 아이들과 소통하는 방법에 서툴다. 자녀의 길찾기를 돕고 싶은 아버지라면 우선 자녀에게 다가가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자녀의 진로에 미치는 아버지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 그레그 덩컨 교수는 가족 생활의 여러 측면 가운데 자녀의 직업과 수입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조사했는데, 여기에는 부모의 직업, 수입, 교육 수준, 지능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 많은 요인 가운데 자녀가 사회에 진출하여 27살 때 벌어들인 수입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놀랍게도 ‘아버지의 학교운영위원회 참석 여부’였다고 한다. 아버지의 적극적 후원이 자녀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성장기에 아버지와 관계가 긴밀했던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학업성취도가 높으며 사회에 나가서도 더 좋은 직업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많은 연구에서 드러나고 있다.


정연순의 진로교육 나침반
정연순의 진로교육 나침반
아버지가 자녀의 진로에 어떻게 관여하고 지원해야 할까. 그것은 오히려 아주 간단하고 기본적인 것들이다. 사람이 성장하는 데에 무엇인가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듯이,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 맺음에 어떤 매뉴얼이 있는 것이 아니다. 아버지와 함께하는 산책, 짧은 대화, 가벼운 칭찬 같은 단순한 실천들이 자녀의 일상에 의외로 깊은 의미를 불어넣어 줄 수 있다. 가족이나 직장 생활에서 아버지가 문제에 부닥치고 해결하는 과정을 지켜본 자녀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문제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자녀로 하여금 어른이 된다는 것은 대체 어떤 도전인지 알고 준비하도록 하는 데에 아버지보다 더 잘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를 위해 아버지들이 회복해야 할 것은 자녀에 대한 권위라기보다 자녀들과의 친밀한 관계가 아닐까.

정연순 한국고용정보원 진로교육센터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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