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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공통논지 추출 뒤 논거를 정리하라

등록 2008-07-13 18:47수정 2008-07-13 19:01

물분자들 사이의 수소결합.
물분자들 사이의 수소결합.
우리말 논술
유형별 논술교과서 / 6. 제시문 내용 설명

■ 기출문제 유형 2 - 부산대 2008학년도 모의논술[난이도 수준-중2~고1]

※ (가)와 (나)는 공통으로 ‘과학의 불명확성’에 관한 논의를 포함하고 있다. 그 내용을 분석, 정리하시오.

(가) 우리들 각자는 정밀함―정확하게 말하는 행위―이 결코 환영받지 못하는 수많은 경우들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간단한 일례로 우리는 주차장에서 어떤 풍경을 떠올릴 수 있다. 아주 좁은 주차 공간에 동승자의 지시에 따라 후면주차를 할 경우 운전자에게는 “조금만 뒤로!”라든지 “조금 더 오른쪽으로!”와 같은 형식의 언명들만이 도움이 될 뿐이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각도와 센티미터로 지시한다면 아마도 운전자는 화를 내거나 아니면 진땀 꽤나 빼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은 의미와 정밀성 사이의 일반적인 연관을 예증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 예는 매우 복잡한 상황 속에서 정밀성과 의미의 비호환성(非互換性)을 보여준다. 쉬운 말로 하자면 매우 긴밀한 연결망을 형성하고 있고, 또 이런 연결망의 형성을 전제로 작동하는 어떤 계에서는 측정의 정밀성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이런 근본적인 구상은 바로 (……) 로트피 자데의 퍼지(fuzzy) 논리로부터 연원한다. 그는 1972년 이 비호환성의 원리를 다음과 같이 정식화하였다.

“한계의 복잡성이 증대하면 할수록 계의 상태에 대해 정밀하면서 동시에 의미 있는 진술을 하는 우리들의 능력은 감퇴한다. 이런 감퇴는 일정한 한계치에 다다를 때까지 지속되는데, 이 한계치를 넘게 되면 정밀도와 의미는 서로를 배제하는 특성들이 된다.”

(나) 실제 세계는 또한 과학의 세계일 수 있으며, 비호환성 원칙은 주로 이 영역들에 응용된다. 그 응용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어떤 개념이 정밀하게 정의되면 될수록, 그 개념의 과학(실제 세계)에 대한 의미는 더 적어진다. 이는 역으로 과학의 발전에서 중요한 구상들(또는 그 대상들)은 언제나 불분명한 것들이고 또 불분명한 것으로 남아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사람들이 한 원자가 무엇이고 또 유전자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원자나 유전자에 귀속되는 과학 분과, 이를테면 원자물리학이나 생명공학은 공동화되고 더 이상 생명력을 갖지 못할 것이다. 위대한 이론적 구상들(또는 그 대상들)은 언제나 불분명한 것들이었고, 또 더욱더 활발하게 논의되기 위해 언제나 미정(未定)이었던 것들이다.

물론 이 말이 이론적인 구상들을 맘대로 쓸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이를테면 에너지, 생명, 자연, 위치에너지 등과 같은 개념들이 서로 연결망을 형성할 수 있는 확실한 핵심과 분명한 중심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물질, 또는 어떤 실체의 순수성이 문제가 된다면, 이것은 이 물질이나 실체 고유의 성질들을 규정하는 일과 관련된 일임이 먼저 분명해져야 한다.

하지만 예를 들어 물의 순수성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물의 순수성이라는 말에서 생태학자가 이해하는 바는 화학자가 이해하는 내용과 다르다. 만약 순수한 물은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한 개만으로 구성된 분자라고 한다면, 물의 순수함은 단지 하나의 독성물질을 뜻할 뿐이다. 생물학자뿐만 아니라 다른 과학자들―이를테면 단지 물뿐만이 아니라 물에 의존하는 생명 현상들을 연구하는 다른 과학자들―은 순수한 물에서 단지 H₂O분자만을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 해결 전략

두 제시문은 에른스트 페터 피셔가 저술한 <또 다른 교양-교양인이 알아야 할 과학의 모든 것>이라는 책에서 발췌한 것이다.

두 제시문은 비유적인 표현과 학술적인 수준의 어휘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의미를 상기하면서 차분하고 꼼꼼하게 독해해야 한다. 그리고 두 제시문의 논지를 추출하고, 공통 논지를 뒷받침할 소주제들을 정리하는 순서로 해결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두 제시문의 공통적인 논지는 ‘비록 과학적 사고가 정밀성을 지니고 있지만, 복잡한 현실 세계의 운용 원리를 완전하게 설명할 수 없다’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이유를 제시문의 내용 중에서 발췌하여 정리하면 다음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먼저, ‘의미와 정밀성의 비호환성’이라는 점이다. 즉, 현실 세계에서의 의미(효용성)와 과학적 방법이 추구하는 정밀성 간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과학적 정밀성이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라는 점이다.

두 번째는 ‘과학의 이론적 구상은 불분명하거나 미정인 것이었다.’ 라는 점이다. 즉, 과학적 이론은 현상에 대한 의문에 답을 찾으려는 시도이지만, 이 과정에서 확립된 이론이 절대적인 진리라 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정밀하게 정의되는 과학적 개념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즉, 과학자들이 정의해놓은 개념들이 실제 생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실체들을 설명하는 데에 한계를 지닌다는 것이다.


■ 자료 검색

에른스트 페터 피셔, <또 다른 교양-교양인이 알아야 할 과학의 모든 것>

어렵고 딱딱하게만 생각하던 과학이 이제는 일반인들과 무척 가까워졌다. ‘과학 대중화’에 힘쓴 학자들의 노력이 서서히 결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과학 대중화에 기여한 학자들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들을 과학으로 풀이하고 쉽고 재미있는 문장으로 과학현상들을 이해시켰다.

비록 과학에 쉽게 접근하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아쉬운 점은 아직도 과학과 관련된 정확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인류 역사를 변화시킨 과학자, 과학적 사건, 그리고 그것과 관련된 과학용어와 개념에 약하다.

독일의 유명한 과학저술가인 에른스트 페터 피셔에 따르면 ‘교양’이란 인문학에만 허용되는 것이 아니다. 과학도 교양이란 말을 붙일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하다. 피셔는 ‘또 다른 교양-교양인이 알아야 할 과학의 모든 것’에서 인문교양과 과학교양이 각기 분리돼 각자의 영역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을 해야만 이 세계를 올바로 볼 수 있다고 본다.

피셔는 이 책에서 현대인은 과학교양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 뒤 유럽 근대과학의 태동기 상황을 보여주면서 본격적인 단계로 들어선다. 생물학적 진화와 진화론을 거쳐 생명윤리에 대한 논쟁을 야기시키고 있는 현대의 유전자과학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과학의 전 분야를 독자들에게 설명한다. 저자의 설명에는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도 포함돼 있으며 우주라는 원대한 범위 역시 빠지지 않았다. 연금술과 점성술도 거론하는데 그 두 가지는 과학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따금 특이하고 흥미로운 주장도 펼친다. 대표적인 예가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적 요소도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긍정적인 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기능이 없었다면 진작에 자연도태되었을 것이란 얘기다.

과학의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교양인’이 알아야 할 과학을 설명하는 이 책을 읽고 나면 인간과 이 세계가 어떻게 구성돼 있으며 어떤 원리에 따라 움직이고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세계를 보는 시야가 넓어진다.

- <경향신문> 2006년 6월 2일치


■ 관점 넓히기

배아줄기세포와 생명윤리 논쟁

(과학이 윤리 문제와 결합되면 판단하기 어려운 불명확한 쟁점이 생겨난다는 점을 보여주는 글이다.)

배아가 줄기세포 논쟁을 통해 정치적 의제로 떠올랐다. 배아란 원래 아직 태아로 성장하기 전인 8주 이내의 수정란을 뜻하는 말이었으나, 체세포핵 이식을 통한 복제배아가 나타난 후 수정이 아니어도 배아는 창출된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지게 되었다.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윤리적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배아 줄기세포는 시험관 수정 후 냉동보관된 배아를 사용해 만들거나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서처럼 복제 배아를 이용해 만들어진다.

줄기세포는 수정 또는 복제 후 14일 이내의 초기 배아에서 추출하는데, 이에 대해 배아 줄기세포 찬성 과학자들은 ‘원시선’ 등 인간 개체의 특징이 나타나기 이전이므로 단순한 세포 덩어리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종교계에서는 지난번 정진석 대주교의 성명에서 보듯이 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일종의 살인과도 같은 인간배아 파괴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태도를 취한다. 이미 지난 3월 말 기독교 계통의 생명윤리운동협의회에서는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대해 인간존엄성 침해와 배아의 생명권 박탈 등을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해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결국 배아 줄기세포에 관한 생명윤리 논쟁은 배아를 인간으로 볼 것이냐 아니냐의 핵심적 쟁점으로 집약된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배아가 인간으로 발전할 모든 잠재력을 지녔지만 동시에 아직 세포 덩어리로도 볼 수 있는 모호한 특성을 지닌 존재라는 점에 있다. 그러므로 배아는 그것을 바라보는 이의 관점과 목적에 따라서 인간으로도 세포 덩어리로도 간주될 여지가 있으며, 이 때문에 배아의 지위에 대한 논쟁은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배아의 지위를 둘러싼 이러한 대립이야말로 주체와 객체, 인간과 비인간, 사회와 자연이라는 이분법을 통해 세계를 인식하고자 했던 근대주의적 사고방식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근대주의는 세계 안의 모든 복잡한 존재들을 이렇게 큰 두 가지 범주로 나누어 놓고, 그 한편(즉 주체, 인간, 사회)에만 존엄성을, 나머지 한편(객체, 비인간, 자연)에는 아무 존엄성도 부여하지 않는 비대칭적인 윤리를 내포하고 있다. 이 면에서 배아 줄기세포 논쟁의 두 당사자인 과학계와 종교계는 서로 평행선을 달리며 대립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근대주의적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 흔히 간과된다.

유명한 과학사회학자인 브뤼노 라투르는 근대주의에서는 ‘인간’으로 인정되면 모든 권리가 부여되어 정치나 윤리의 영역이 되고, ‘비인간’ 사물로 규정되면 모든 권리가 박탈되어 과학의 독점영역으로 간주된다고 지적한다. 우리 근대인은 ‘인간’ 외의 존재에 대해 어떤 존중을 해야 할지 한번도 논의한 적이 없으며, 현대의 정치에는 인간의 대표만 있지 다양한 사물의 대표는 없다는 점을 개탄하면서 그는 사물까지 포함하는 확장된 민주주의를 주장한다.

만일 배아를 ‘인간’이라 분류하면 존엄성이 부여되고 ‘비인간’이라 분류하면 아무 존중도 받을 가치가 없는 존재로 취급해야 하는 것일까? 배아는 ‘인간’이 아니면 모두 ‘비인간’으로 간주하는 근대주의적 이분법과 비대칭적 윤리의 한계를 드러내는 좋은 사례다. 이번 헌법소원은 근본적으로 이런 이분법적 인식에 기반한 근대주의적 헌법에 비근대적 존재인 배아의 지위에 대한 판결을 호소하는 역설을 내포한다. 인간이든 비인간이든 배아는 그 자체로서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김환석 국민대 교수, <한겨레> 2005년 6월27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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