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글들 연관성 따질땐 서술대상 한정

등록 2008-07-13 19:20수정 2008-07-13 19:37

레비 스트로스는 친족관계의 구조를 찾아내 미개와 야만의 이분법을 깨뜨렸다. 남미 원주민의 삶 속에도 인류의 보편적 정서가 깃들어 있다.
레비 스트로스는 친족관계의 구조를 찾아내 미개와 야만의 이분법을 깨뜨렸다. 남미 원주민의 삶 속에도 인류의 보편적 정서가 깃들어 있다.
우리말 논술
유형별 논술교과서 / 6. 제시문 내용 설명

■ 기출문제 유형 1 - - 홍익대 2008학년도 수시2 [난이도 수준-중2~고1]

※ 다음의 제시문 (나)에 나타난 ‘라브라도르의 혼란’을 토대로 하여 제시문 (가)의 화자인 ‘나의 분노’를 해석하시오. (300±30자)

(가) 나는 보이지 않는 인간이다. 그렇다고 해서 에드가 앨런 포의 소설이나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유령 같은 것은 아니다. 나는 실체를 가진 인간이며, 살도 있고 뼈도 있고 힘줄도 체액도 다 있는 인간이다. 게다가 마음도 있다고 할 수 있다. 내가 보이지 않는 건 사람들이 나를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일 뿐이다. 서커스에서 간혹 볼 수 있는, 몸통은 사라지고 머리만 남은 사람처럼, 나는 마치 상을 일그러뜨리는 견고한 요술거울에 둘러싸여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내게 다가와서 내 주위에 있는 것들, 자기 자신들의 모습, 혹은 자기들이 상상하는 것만 본다. 정말이지, 볼 건 빠짐없이 다 보면서도 유독 나만은 보지 못하는 것이다.

내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은 내 몸에 무슨 생화학적 변화가 일어나서 그런 것이 아니다. 내가 말하는, 보이지 않는 현상은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눈이 가진 희한한 성향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그것은 신체의 눈이 아니라 ‘내면의 눈’의 구성을 통해 현실을 보기 때문이다. 불평하는 것도, 항의하는 것도 아니다. 보이지 않는 것이 가끔은 유리할 때도 있다. 물론 대개는 상당히 신경을 건드리는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게다가 눈 나쁜 사람들에게 늘 부딪히기가 일쑤다. 그뿐인가, 때로는 내가 정말 이 세상에 존재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다. 그저 다른 사람들의 마음속에 비친 무슨 허깨비 같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말하자면 악몽 속 주인공이 필사적으로 없애버리려고 하는 공포스러운 대상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그런 기분이 들 때면 분통이 치밀어 내 쪽에서 일부러 사람들에게 부딪쳐 보기도 한다. 솔직히 말해 그런 기분을 느낄 때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내가 이 세상에 정말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나도 세상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모든 소음과 고뇌의 일부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 안달하며 남들이 나란 존재를 알아차리도록 주먹을 내지르기도 하고 저주를 퍼붓기도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게 성공하는 경우가 드물다.

(나) 아마존 강 유역의 원주민인 카두베오 부족에 있어서 남자는 조각가이고 여자는 화가였다. 남자들은 단단하고 푸르스름한 가이악 나무로 인형을 만들었다. 또한 그들은 찻잔으로 사용하는 얼룩무늬 뿔에 사람이나 타조 또는 말을 양각으로 새겨 넣었다. 경우에 따라 그들은 나뭇잎이나 사람이나 동물을 그리기도 했다. 여자들은 도자기와 동물 가죽에 그림을 그렸다. 그들은 사람의 몸에도 그림을 그렸는데, 이 분야에서 몇몇은 그 솜씨가 장인의 경지에 올라 있었다.

여자들은 얼굴 때로는 몸 전체에 정묘한 기하학적 양식이 교대로 나타나는 비대칭적인 아라베스크 문양을 그려 넣었다. 이를 처음으로 기술한 스페인의 선교사 산체스 라브라도르는 1760년부터 1770년까지 카두베오 부족과 함께 살았다. 라브라도르의 기록에 의하면, 귀족들은 이마에만 그림을 그렸고, 평민들은 얼굴 전체에 그림을 그렸다. 그런데 젊은 여자들만 그림을 그렸다. 나이 든 여자들은 이런 일에 시간을 거의 쓰지 않았다. 세월의 연륜이 가져다 준 주름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라브라도르는 창조주의 작품에 대한 이와 같은 모욕으로 인해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왜 원주민들은 인간의 얼굴 모습에 굳이 변화를 주려고 하는가? 그는 해답을 찾아보려고 했다. 원주민들이 아라베스크 문양에 많은 시간을 들인 것은 배고픔을 잊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적들이 못 알아보게 하기 위한 것이었을까? 그래서 그는 원주민들이 사냥이나 고기잡이, 가족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채 매일같이 그림 그리기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비난하였다. 그러자 원주민들은 그에게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당신은 어리석은 사람이다. 왜냐하면 당신은 미개한 에이과예기 부족처럼 자신의 몸에 그림을 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림 그리기란 인간 속성의 한 부분이며,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몸은 자연 상태의 짐승과 같은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라브라도르는 “원주민들이 자연의 우아함보다도 인위적인 추함을 더욱 귀중히 여긴다”라고 비난하였다.


■ 해결 전략

제시문 (가)는 랠프 엘리슨의 <보이지 않는 인간>이라는 소설에서 발췌한 것이다. 그리고 제시문 (나)는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 중 일부이다.

먼저, 제시문 (나)에 나타난 ‘라브라도르의 혼란’은 외지인의 괸점에서 원주민들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본문에서는 얼굴에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 대해 ‘창조주의 작품(얼굴)에 대한 모욕’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매일같이 그림 그리기로 시간을 보내는 점을 ‘비난’했다. 그러나 원주민들은 그림 그리기를 인간의 자연스런 표현 행위(속성)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를 인위적인 추함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제시문 (가)에서 화자가 지닌 ‘나의 분노’는 인간관계에서의 소외감을 표현한 것이다. 즉, 나의 존재를 인식해주는 타인의 부재로 인한 극도의 심리적 불안 상태가 ‘분노’라는 단어로 표출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내가 보이지 않는 건 사람들이 나를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신체의 눈이 아니라 편견이 포함된 ‘내면의 눈’의 구성을 통해 현실을 본다. 이러한 소외감은 내가 정말 이 세상에 존재하는가 하는 의문을 들게 한다. 그런 기분이 들 때면 분통이 치밀어 오른다.”

이와 같은 제시문 간의 연관을 통해 볼 때 ‘나의 분노’는 소통의 부재로 인해 촉발된 것임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 자료 검색

랠프 엘리슨, <보이지 않는 인간>

랠프 엘리슨(Ralph Waldo Ellison)은 미국의 작가이자 교육자로, 터스키기대학에서 음악을 공부했다. 흑인 작가 리처드 라이트(Richard Wright)의 권유로 평론과 단편소설, 서평 등을 써서 여러 잡지에 발표했다. 바드대학, 시카고대학, 리트거즈대학, 뉴욕대학 등에서 흑인의 문화·민속·창작에 관해 강의했으나, 두 번째 소설 작업을 끝내 완성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쓴 책으로는 처녀작이며 유일한 장편소설인 <보이지 않는 인간>(Invisible Man, 1952)과, 수필집 <그림자와 행동>(Shadow and Act, 1964)이 있다. 유고집으로 그의 유작 관리자인 존 캘러헌이 편집한 <준틴스>(Juneteenth)가 있다.

이 작품은 인류 역사 이래 끈질기게 논의되고 있는 ‘인간은 무엇인가’ 에 이어 ‘나는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하는 인간 존재의 문제를 추구하고 확인하려 한다.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흑인의 특수한 처지를 빌려, 자신의 인간됨을 주장하지 못하는 인간들, 살아 있으면서도 인간의 참모습을 보일 수 없는 인간들의 고뇌를 파헤치고, 인간 개인의 존재를 보이지 않는 존재로 만들려는 힘에 도전해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극렬히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오늘날의 권위와 비인간적인 제도의 희생물이 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바치는 헌사이며 무자비한 힘 앞에서 상실된 인간 존재를 확립하기 위한 휴머니즘의 선언이다.

- 문예출판사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슬픈 열대>

프랑스의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Strauss: 1908~)는 1937년부터 1938년까지 브라질에 체류하면서, 내륙 지방의 네 원주민 부족 카두베오족, 보로로족, 남비콰라족, 투피 카와이브족에 대한 조사 연구를 행했다. 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1955년에 저술한 책이 바로 <슬픈 열대>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한 인류학 관찰 보고서가 아니다. 레비스트로스 자신의 사상적 편력과 청년기의 체험 등이 일종의 자서전 형태로 기술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책에서 레비스트로스는 원주민 사회를 파괴하는 서구 문명의 침략성에 대해 분노를 나타내고 있으며, 자신이 이제는 사실상 사라져버린 것을 탐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비통해한다. 서양 문명이 황폐화시켜버린 열대를 조사하는 인류학자의 비애가 ‘슬픈 열대’라는 제목을 낳은 셈이다. 그가 비애감을 느낀 것은, 서양의 선교사, 농장주, 식민주의자, 정부관리들이 나름의 균형과 조화를 유지하고 있던 열대 원주민 사회에 침투해 들어와 그들의 정신세계를 상업주의로 황폐화시켰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는 서양인들이 문명인임을 자처하며 자신들과 다른 삶의 방식을 지녀온 이들을 멋대로 야만이라거나 비합리적이라고 낙인찍는 오만에 대해서도 비애감을 느낀다.

오히려 그가 보기에 이른바 미개 사회는 ‘인간성에 관한 전체적 체험을 거의 완전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이 사회는 우리들의 사회와는 다른 종류의 사회일 뿐’이다. 세계의 다른 문화, 다른 지역에 대해 자신들의 가치 기준을 부여하려는 서구 사회의 오만함에 대한 비판인 셈이다. 물론 현재의 서구 사회가 기술적으로는 원주민 미개사회보다 우월할지 모른다. 하지만 레비-스트로스에 따르면 그것이 정신적인 면에서도 우열의 척도가 될 수는 없다.

-궁리닷컴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