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의 성향을 알려주는 심리검사는 참고사항일 뿐 결코 맹신해선 안 되며 학습법에 무리하게 대입하는 건 오히려 아이의 가능성을 해칠 우려도 있다. 사진은 심리검사를 받는 학생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발달단계 학생 성격검사는
청소년용 MMTIC이 정확
맹신 금물…참고 정도만
청소년용 MMTIC이 정확
맹신 금물…참고 정도만
방학을 맞아 자녀와 함께 심리검사를 받아보려는 학부모들이 많다. 심리검사 가운데 성격유형검사인 엠비티아이(MBTI)로 맞춤형 학습법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선 심리검사의 개념과 종류, 본래의 목적부터 제대로 알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경인교대 교육학과 황매향 교수는 “기본적인 지식 없이 접근했다간 자칫 아이의 성향을 잘못 읽을 가능성도 높다”고 우려했다.
심리검사 가운데 대표적인 성격유형검사는 사람의 성향을 객관적으로 알아보는 검사다. 요즘엔 워낙 여러 분야에서 검사들이 나오고 있지만 일반적인 학생들이 받아볼 만한 심리검사는 엠비티아이와 홀랜드 정도로도 충분하다. 엠비티아이가 대인관계에서의 성향을 말해준다면, 홀랜드(Holland) 검사는 직업적 선호도를 나타낸다. 이런 검사들은 본래 자신의 심리 특성을 이해하고, 자기 이해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거나 진로를 선택할 때 참고하는 자료로 쓰인다.
중요한 것은 이런 검사가 ‘측정 도구 가운데 일부’라는 인식을 품는 것이다. 서울시청소년상담지원센터 이한녕 상담팀장은 “이 검사들이 개인을 이해하는 데 충분한 도구가 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의 해석 아래 학생, 학부모와의 충분한 상담을 통해 평소 행동 유형, 고민, 환경적 조건 등의 정보와 함께 이런 도구가 활용돼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발달 단계에 있는 학생들의 경우는 경향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 일이 많다. 이는 어린이 및 청소년용 성격유형검사(보통 중학생까지 대상)인 엠엠틱(MMTIC)과 성인용 성격유형검사인 엠비티아이 결과지의 차이로도 알 수 있다. 학생들도 어른들처럼 엠비티아이 검사를 받는다고 알고 있지만 학생들은 엠엠틱 검사를 받는 게 맞다. 엠엠틱은 비교적 학생들이 이해하기 쉬운 어휘와 문장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엠비티아이와 차이점이 있다. 또 엠비티아이와 같이 16가지 유형으로 성향을 구분하는 것과는 달리 엠엠틱 검사의 결과지엔 ‘결정되지 않은(undetermind)’이라는 뜻의 U부호가 나온다. 말 그대로 어느 방향으로 갈지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는 걸 뜻한다. 적성이 충분히 개발될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처럼 성격적 특성이나 선호도 역시 잘 드러나지 않거나 발달 과정에서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학생의 이해력에 따라 검사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특히 자기이해력이 부족한 학생일 때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을 못하는 일도 많다. 황매향 교수는 “이런 검사가 비교적 사람의 성향을 많이 알려준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의 경우는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정확하게 답하지 못할 수도 있고, 때론 단어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극단적인 예이지만 부모와의 갈등 때문에 반발 심리로 일부러 반대로 대답하는 학생들도 있다. 또 그 밖에 검사받을 때의 상황, 학생의 환경이나 현재 고민, 부모와의 관계 등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잘못된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심리검사는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을까? 각종 검사가 쓸모 있게 활용되기 위해선 학부모도 심리검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상담→검사(필요할 경우)→전문가의 결과 해석’이 심리검사를 의미 있는 도구로 활용할 방법이라고 말한다.
황매향 교수는 “사실 이런 검사는 학교 차원에서 할 때 해석까지 제대로 받는다면 특별히 따로 받을 필요는 없다.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켰거나 담임교사나 상담교사가 봤을 때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을 때 따로 받는 걸 권한다”며 “일차적으론 학교 상담사나 전문가들이 검사의 필요성을 판단한 다음에 실시하는 게 좋고, 별 문제가 없는 학생인데 검사를 해보고 싶다면 공인된 기관에서 하는 간단한 체크식의 진단 검사를 해보도록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한녕 팀장은 “자기이해를 하는 수준에서 검사해보는 건 좋지만 검사 하나만으로 학습 유형을 딱히 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하면서 “60억 인구가 있다면 60억 성격 유형이 있다고 할 만큼 사람의 성격 유형은 다양하며 이런 검사는 그런 성향을 편하게 유형화한 것이라는 기본적인 지식을 알고 가야한다”고 충고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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