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운택의 진로교사 다이어리
양운택의 진로교사 다이어리 /
체험학습이 점점 강조되고 있다. 잘못된 선택에서 오는 갈등을 최소화하고, 직업에 대한 환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줄여주는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치열하게 시간 싸움을 해야 하는 학생들 처지에서 적절한 체험학습 장소와 대상을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일부 학교에서는 ‘진로의 날’을 정해 성공한 직업인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이들 사이에 적절한 연결 고리를 만들어주고 있다. 관심 있는 직업인들과의 적절한 소통(이메일·전화 상담 등)을 통해 진로선택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적극적인 학생들은 ‘진로의 날’을 통해 만난 직업인들과 직업의 미래 전망, 직업에서 요구되는 성격, 직업을 얻기 위해 어떤 대학의 어떤 학과에 입학해야 하는지를 확인하고 있었다. 이 학생들은 자격을 얻기 위한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집중적으로 공부해야 할 과목은 무엇인지, 인간관계는 어떻게 형성해야 하는지, 직업세계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등 직업에 직접 종사하지 않으면 대답하기 어려운 정보들을 얻고 있었다.
직업세계와 관련해 대화의 상대를 찾지 못한 학생들을 멘토와 연결해주자. 아이들을 지도하기 위해서 부모나 교사가 모든 분야를 알 필요는 없다. 대신 주변 사람들을 멘토로 활용하도록 도우면 된다. 전공 분야가 있고, 현장에서 실제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면 자격은 충분하다.
부모 입장에서 전문가를 집으로 초대해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도 하도록 하고 이야기를 듣게 하는 것이 좋다. 또 교사들은 특별활동 시간이나 재량활동 시간에 학부모, 선배, 지역사회 인사, 각종 단체의 교육 담당자 가운데 전문가를 교대로 초청해 아이들이 이야기를 듣도록 할 수 있다. 이런 방법들이 어렵다면, 한 분야에서 일가견을 가진 학교 밖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경험으로 미루어보면 이러한 요청을 받은 전문가들은 대부분 바쁜 스케줄에도 시간을 내 요청에 응한다. 멘토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들이 사회적으로도 많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외부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할 경우 부모나 교사가 전화를 해서 약속을 받아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직접 전화를 하게 하는 것도 교육적으로 좋다. 아이들은 이 경험을 통해 어려운 부탁을 어떻게 하는지, 어떻게 해야 공손한 전화 예절을 지킬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지를 터득하게 될 것이다.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학교에서 이와 비슷한 과제를 학생들에게 내주어 사회성을 기르도록 하고 있다. 어른들이 전부 주선해 놓고 아이들은 수동적으로 따라가게 되면 관심도는 그만큼 떨어지기 마련이다.
외부 전문가를 강사나 멘토로 초청할 경우에는 사전에 학생이나 자녀에 대한 정보를 적절히 제공할 필요가 있다. 만남의 시간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학생 수준에 맞는 적절한 답이 안 나올 수도 있고, 흥미 위주의 질의응답 시간이 돼 본질적으로 알아야 할 귀중한 정보를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진로선택을 위한 의사결정은 일회성이 아니고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특징을 지닌다.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진로선택을 위한 결정의 과정은 멈출 수 없다. 이럴 때 미지의 세계를 개척해 가야 할 학생들에게 멘토는 중요한 인생의 안내자가 될 수 있다. 학생들이 아직은 그 색깔이 드러나지 않는 미래를 구상할 때 멘토와 함께 길찾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교사나 학부모들부터 자신 주변의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직업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과 학생들을 잘 이어줄 아이디어를 많이 만들었으면 한다.
양운택 돌마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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