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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더불어 살기’ 가르치는 게 최고의 ‘글로벌 교육’

등록 2008-08-10 17:15수정 2008-08-10 17:21

정연순의 진로교육 나침반
정연순의 진로교육 나침반
정연순의 진로교육 나침반 /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마을 사람들 중 1명은 대학교육을 받았고 2명은 컴퓨터를 갖고 있다. 그러나 14명은 글을 읽지도 못한다. 그럼 이 가운데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아마 채 1명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한 해에 조기 유학을 떠나는 아이들은 3만 명이 넘고 여기에는 약 5조 원 가량이 든다고 한다. 미국 이민세관국은 2006년 말 기준으로 한국 유학생이 9만3000여 명으로 세계 1위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성공적인 삶을 위해서는 영어와 국제 경험이 필수적인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은 자녀들을 영어권 국가로 내보내기에 열심이다. 이런 흐름은 중산층까지 확산되어 많은 가정이 경제적 부담과 가족해체의 고통까지 감내한다. 가히 ‘아이를 사랑한다면 물고기를 주기보다 영어를 가르쳐라’는 새로운 격언이 생길 만도 하다.

우리 아이들이 성공적인 진로 선택을 하기 위해 도달해야 하는 글로벌 능력은 대체 어디까지일까? 그 핵심에 영어능력이 있으니 이에 관해 참고할 만한 제안 하나를 들어보자. 다국적 기업에서 세계 각지의 사람들과 함께 일한 경험을 가진 프랑스인 장폴 네리에르는 글로벌 시대의 언어로 잉글리쉬 대신 ‘글로비쉬(Globish)’를 쓰자고 한다. 영어를 쉽게 말하고 쓰자는 취지로 제안된 글로비쉬는 영어 단어 1500개만을 사용해 각자의 속도를 살리되 상대방의 능력을 배려하면서 듣고 말하는 언어이다. 현란하고 유창한 영어가 아니라 쉽고 명확한 의사소통이 목적인 것이다. 지구상에 영어권 원어민은 12%에 불과하고 비영어권에는 88%의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 글로벌 언어의 사용도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맞게 이뤄져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학생 정도의 실력으로 몇 달간만 훈련하면 도달 가능할 것인데,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를 해야 한다는 강박과 열등감이 오히려 우리의 글로벌 소통을 가로막는 장애가 아닐까. 물론 그 이상의 수준은 각자 필요에 따라 노력하면 될 것이다.

세계화 시대 청소년들에겐 ‘다름’을 이해하며 연대하는 소통 능력과 마음가짐이 필요하다.<br> 이정아 기자 <A href="mailto:leej@hani.co.kr">leej@hani.co.kr</A>
세계화 시대 청소년들에겐 ‘다름’을 이해하며 연대하는 소통 능력과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글로벌 시대를 제대로 살아갈 능력은 영미권을 표준삼아 전력투구하기보다 차이의 교류가 낳는 다양성 속에서 연대하고 배려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길러질 수 있다. 외국인 100만 명에 이르는 한국사회 안의 글로벌, 아시아권이라는 지역(regional) 연대를 담는 글로벌, 영미권 이외의 글로벌 등을 다양하게 경험하고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다행히 최근에는 세계 시민의식을 다지기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이 늘어나고 있으니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62억 명의 세계 인구를 100명으로 축소해 여러 통계를 제시한 책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이 마을에서 가장 소중한 일은 당신과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일,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일,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일들을 안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치는 일이 아이들의 진로를 걱정하는 지구 마을 어른들의 우선적 임무다.


정연순 한국고용정보원 진로교육센터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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