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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신문 속 사회문제’ 토론 통해 해법 찾기

등록 2008-10-26 17:18

신문은 단순히 정보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읽기 능력을 키워주고, 관점을 넓혀주는 좋은 수업 도구가 된다. 사진은 찬성 쪽, 반대 쪽으로 나눠 토론을 하고 있는 당동초 4학년 1반 학생들의 모습이다.
신문은 단순히 정보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읽기 능력을 키워주고, 관점을 넓혀주는 좋은 수업 도구가 된다. 사진은 찬성 쪽, 반대 쪽으로 나눠 토론을 하고 있는 당동초 4학년 1반 학생들의 모습이다.
매주 기사 읽고 스크랩해 분석
교과서 개념 구체적 제시 가능
긍정적 자아 형성에도 큰 도움
창의 교육 현장 / 군포 당동초교 ‘신문 활용 수업’

“이 지역 역사를 보여주려면 당정이라는 지역 이름을 넣어야 합니다.”(김지선 양)

“건대역, 성균관대역 등 학교 이름을 넣은 전철역도 많던데 굳이 지역 이름을 넣어야 할까요?”(황재연 군)

지난 20일 오전, 경기 군포시 당동초등학교 4학년 1반에서는 토론이 한창이다. 전철역 이름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에 대한 논의다. 이는 요즘 군포시 당정 지역 사람들의 화젯거리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2009년에 완공할 지하철역인 당정역(가칭)의 명칭을 놓고 한세대 쪽과 당정동 주민들 사이에서 의견 대립이 팽팽하다.

학생들이 이 일을 알게 된 것은 지역신문인 <군포신문> 덕분이다. 평소 신문활용교육(NIE·Newspaper In Education)과 토론을 접목해 수업을 하는 담임 이현주 교사는 얼마 전, 신문에 실린 만평을 학생들에게 소개했다. 이름 없는 역을 가운데 두고 주민과 대학 양쪽으로 나뉘어 싸우는 모습이다. 학생들은 이 만평을 보고 기사의 내용을 추측해 간략히 글로 적어보는 활동부터 시작했다. 다음으로 실제 기사를 본 다음 ‘주민들과 한세대 쪽의 입장차이 분석하기→옳다고 생각하는 입장 찾아 정리하기→친구들과 생각 나누기’ 순서로 신문 활용 수업을 이어갔다. 이날 수업은 친구들이 내놓은 해결 방안을 들으며 토론하는 시간이다.

이 교사는 신문을 중심으로 문제를 주고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찾는 수업을 꾸려가고 있다. 지난해 <군포신문>에서 신문활용교육의 일환으로 이 교사의 반에 신문을 보내준 게 계기가 됐다. “사실 신문을 갖고 뭘 해야 할까 고민했어요. 마침 교과서를 펼쳐보다가 교과서에 개념 설명 위주로 돼 있는 부분들을 신문과 접목하면 어떨까 싶었죠.” 이때부터 ‘함께 의논하기’, ‘설명하기’, ‘효율적인 방안 찾기’ 등 교과서에 개념 위주로 나온 부분들을 신문 기사를 이용해 실제 해보는 수업을 준비했다. 신문 기사는 국어, 사회, 도덕 교과목에 설명된 것들을 실제 구체적인 문제로 놓고 풀게 하는 재료가 되기에 충분했다. 한 줄로 기사 제목 붙이기, 다음에 연결될 사건을 추측해 적기. 이 교사는 다양한 방법들을 찾아가면서 지난해 언론재단이 주최한 ‘2007 전국 NIE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교육부 장관상도 받았다.

학생들은 보통 화요일 아침 8시40분부터 9시까지 아침 시간에 신문을 읽는다. 신예은 양은 “사전을 옆에 펼쳐 놓고 모르는 단어를 찾기 때문에 단어를 많이 알게 됐다”고 말한다. 관심이 가는 기사는 뽑아서 왜 인상 깊었는지를 소개하고 공책을 통해 각자 다양한 활동도 한다. 당정역(가칭) 이름을 짓는 문제처럼 일주일에 한 주제 정도는 토론거리로 남겨둔다. 보통 수·목요일 창의적 재량활동 시간과 관련 교과목 시간을 활용한다. 지금까지 함께 토론한 주제는 약 30개에 이른다. 학생들의 공책은 그동안 스크랩을 해둔 신문과 관련 활동으로 빽빽하다. “지역 신문이라 익숙한 소재가 많아 그런지 더욱 친근감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지난 4월 국회의원 선거 때는 이 지역에 어떤 후보들이 어떤 공약을 내걸었는지 분석하고 비교하는 활동도 해봤는데 조사들을 정말 잘해 왔어요.”(이현주 교사)


이날 토론에서 당정역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지역 이름을 써야 지역을 알려야 한다는 이유를, 한세대역을 주장하는 쪽에선 학교 홍보가 되면서 근처에 상업권이 형성돼 경제가 발전할 거라는 이유를 들었다. 대안을 내놓은 학생도 있었다. 임은주 양은 “서울과 수도권 지하철 노선도를 정리해 봤는데 괄호 열고 이름을 두 개 쓰는 역도 있습니다. 이름을 두 개 다 쓰되 당정을 앞에 쓰고 괄호로 한세대를 붙이면 어떨까요? 당정 지역 안에 한세대가 있는 거니까요.” 민경태 군은 임 양의 발표를 인상깊은 해결책으로 꼽으면서 “충분한 조사를 한 것 같다”고 칭찬했다. 정리는 이 교사가 맡았다. “보통 군포 지역 지하철만 조사했지만 은정이는 다른 지역 사례도 참고했죠. 충분한 자료조사가 새롭고 합리적인 의견을 내는 데 도움을 준 겁니다.”

매주 신문 활용 수업을 하는 데 이 교사는 적지 않은 부담을 느꼈었다. 방과 후 학원교육과 숙제에 지장을 줄까 걱정하는 부모들이 있을 거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 학부모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 부담은 사라졌다. “학부모 88.2%가 이 활동에 만족한다고 답해 주셨거든요. 흥미로운 건 ‘자녀가 이 활동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전원이 다 좋아한다고 대답한 겁니다. 집에서도 하겠다고 하니 부모님들도 자연스럽게 인정하게 된 거죠.”

신문 활용 및 토론 수업의 효과는 뭘까? 성적이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점수가 올랐다는 보장은 못한다. 하지만 이 교사는 “성적보다 더 중요한 변화들이 보인다”고 했다. 학부모 설문 결과를 보면 긍정적인 자아 형성에 도움이 된다, 자신감과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키워준다는 순으로 효과가 있다는 답변이 나왔다. 이 교사는 “실제 발표력 부족, 왕따 문제, 의기소침한 태도 등 학기 초에 걱정했던 다양한 문제들이 없어졌다”며 “문제해결력을 강조할 때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자유로운 사고 환경을 마련하는 것인데 스스로 생각을 해보도록 기본 바탕을 마련해준 것 같다”고 했다.

변화는 학생들도 느끼고 있다. 황재연 군은 토론 발표를 하듯 세 가지 변화된 점을 정리했다. “첫째는 신문을 안 보다가 보게 되고,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이 생겼다는 겁니다. 글씨도 잘 쓰게 됐고요. 둘째는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게 됐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생긴 거 같아요. 전에는 친구들하고 만날 다퉜는데 지금은 생각을 먼저 해요.”

글ㆍ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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