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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낱말의 유래 스스로 따져보기

등록 2008-11-09 16:45

김철호의 교실 밖 국어여행
김철호의 교실 밖 국어여행
김철호의 교실 밖 국어여행/
[난이도 수준-중2~고1]

40. 말을 갖고 놀자 ②
41. 말을 갖고 놀자 ③(연재 마지막회)

지금까지 말을 갖고 노는 방법 세 가지를 얘기했다. 첫째는 소리가 같고 뜻이 다른 말(동음이의어)을 이용한 것, 둘째는 낱말의 유래에 대해 곰곰이 따져보는 것, 셋째는 낱말을 가장 작은 의미 단위로 쪼개서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이런 것들 말고도 ‘말놀이’의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 가장 재미난 것으로는 이른바 ‘난센스 퀴즈’가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문-‘미닫이’를 소리 나는 대로 적으면? 답-‘드르륵’.] 이런 말놀이는 ‘말의 세계’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해야 제대로 즐길 수가 있다. 내가 어디선가 읽은 것 중에는 이런 것도 있었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양력은 양약이고 음력은 한약일까…?]

오늘은 앞에서 말한 둘째 방법, 즉 말의 유래를 따져보는 말놀이에 대해 좀더 생각해보기로 하자. 우리가 흔히 쓰는 형용사 중에 ‘푸르다’가 있다. ‘푸른 하늘’ ‘푸른 바다’ ‘푸른 풀밭’ ‘오월은 푸르구나’ 등등. 그런데 ‘푸르다’는 어디서 온 말일까? 열쇠는 ‘푸른 풀밭’에 들어 있다.

그렇다. ‘푸르다’는 바로 ‘풀’에서 온 말이다. 즉 하늘·바다·풀 등등 색깔이 비슷한 사물들 중에서 풀을 대표선수로 삼아서 나머지 모든 사물들의 색깔을 표현한 것이다. 이 한 가지를 알게 됐다면 다음 문제도 그다지 어렵지 않게 풀 수 있을 것이다: ‘붉다’의 어원은?

열쇠는 ‘붉’에 들어 있는 받침 ‘ㄹ’에 숨어 있다. 이 형용사는 ‘붉은’ ‘붉어서’ ‘붉으니’처럼 이런저런 어미를 붙여서 활용할 때 ‘불근’ ‘불거서’ ‘불그니’로 소리가 난다. 이렇게 소리대로 적어놓고 보면 이 낱말의 유래가 금방 드러난다. 그렇다. ‘붉다’는 ‘불’에서 온 말이다. 다시 말해, 불·해·단풍·피·입술 등등 서로서로 비슷한 색깔을 지닌 사물들 중에 ‘불’을 뽑아서 나머지 것들의 색깔을 표현한 것이다.

‘풀’과 ‘불’은 문명이 탄생하기 훨씬 전부터 이 세상에 있어온 사물들이다. 그리고 비슷한 색깔을 지닌 다른 어떤 사물들보다도 사람들 주변에서 흔히 눈에 띄었을 법한 것들이다. 따라서 이것들은 인간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 사물들의 이름을 빌려와서 가장 기본적인 색깔을 나타내는 두 형용사를 만든 것은 더없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음 문제는 여러분이 스스로 탐구해보기 바란다: ‘푸르다’ ‘붉다’와 함께 3원색을 이루는 ‘누르다’(‘누를 황’ 할 때의 ‘누르다’)는 어디서 온 말일까? (참고로, 이 낱말의 뿌리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분분한 상태다.)

오늘로써 연재를 끝내게 되었다. ‘말을 갖고 놀자’는 주제로 글을 마치는 것은, ‘국어는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흔한 생각에 내가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어는 단순히 여러 과목 중의 한 과목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어는 다른 모든 과목의 도구가 되는 기본과목이다. 모든 학문은 언어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의 모어(母語)인 한국어는 우리 자신의 생각과 의식을 들여다보는 창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국어는 ‘나’로 들어가는 문이라고 할 수 있다. 두서없는 연재글이 여러분의 언어의식 성장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랄 뿐이다.

김철호 <국어실력이 밥먹여준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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