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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선생님들 스스로 ‘업그레이드’ 나섰다

등록 2008-11-23 19:31

반포중학교 영어교사들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학교 안 교실에서 영상 기법을 활용한 수업 개선 컨설팅을 받고 있다.  신소영 기자<A href="mailto:viator@hani.co.kr">viator@hani.co.kr</A>
반포중학교 영어교사들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학교 안 교실에서 영상 기법을 활용한 수업 개선 컨설팅을 받고 있다. 신소영 기자viator@hani.co.kr
교사 주도로 학교컨설팅 나선 반포중
커버스토리 /

전문성 갖춘 컨설턴트 영입해
수업기법·학생지도법 등 배워
학생들 호응에 자신감도 커져

지난 17일 오후 3시20분, 서울 반포중학교. 염지선 교사(영어)는 종례를 마치자마자 영어교과실로 달려간다. 영어교과실 문을 열자 칠판 앞 모둠책상에 동료교사 넷이 앉아 있다. ‘영어 독해 지도법’에 대한 컨설팅 마지막 날이다. 오늘의 ‘컨설턴트’인 고정은 목일중 교사가 발표 자료를 띄운 칠판 앞에 선다. 오늘 주제는 ‘시를 통한 독해 수업의 기법’이다.

“아이들에게 영어로 시를 쓰게 한 다음에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작품을 올려요. 아이들끼리 피드백을 하도록 만드는 거죠. 그럼 교실 밖에서 또다른 영어 수업이 가능하게 돼요.”

교사와 교사가 컨설턴트와 컨설팅 의뢰자로 만났다. 학교컨설팅을 받는 반포중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단위학교가 주도적으로 학교컨설팅을 도입한 것은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시도교육청이 장학의 방법으로 ‘컨설팅’의 기법을 활용해 왔을 뿐이다.

학교컨설팅은 변화를 원하는 학교나 교사가, 전문성을 지닌 컨설턴트를 섭외해 자문을 구하는 식이다. 진동섭 한국교육개발원장이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이던 시절 ‘이론’으로 정립했다. 2010학년도부터 고교선택제를 실시하는 서울교육청은 비선호학교에 대한 대책으로 학교컨설팅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학교 경영에 대한 컨설팅까지를 아우르는 개념이지만 아직은 교직과 직접 관련이 있는 분야의 컨설팅이 주로 이뤄진다.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이들도 현직 교사가 많다.


반포중에 학교컨설팅을 소개한 이는 정덕자 반포중 교장이다. 그는 학교컨설팅연구회가 열었던 ‘학교컨설턴트 양성과정’의 2기 수료생이다. “교사한테 정체는 곧 퇴보죠. 교사의 전문성은 끊임없이 계발돼야 하지만 마땅한 연수나 장학의 기회가 많지 않아요.” 학교컨설팅을 통해 일상적으로 전문성을 계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게 정 교장의 복안이다.

3월에 모든 교사가 컨설팅이 필요한 내용에 대한 컨설팅 의뢰서를 냈다. 교과별 공동연구를 의뢰한 교사들이 37.2%, 수업 자료 제작에 대한 도움을 받고자 하는 이들이 27.9%, 학교 부적응 학생 지도를 원하는 이들이 18.6%, 흡연 학생 지도를 의뢰한 교사가 9.3% 등이었다. ‘효과적인 과학 논술 지도 방법’, ‘수업자료 공동제작 및 활용 방법’, ‘감상수업을 위한 자료제작 및 편집’ 등 14개의 컨설팅 모둠이 이를 바탕으로 생겼다.

14개 모둠은 각자 섭외한 컨설턴트와 컨설팅 방식과 일정을 자유롭게 정했다. 염지선 교사는 인터넷 메신저나 이메일 등을 이용해 온라인 컨설팅을 했다. 그래픽 오거나이저(Graphic Organizer)라는 독해 수업 기법을 성호만 신수중 교사한테 배웠다. “메신저에 접속해 계시면 수시로 물어봤어요. 컨설턴트 선생님은 전자우편으로 자료도 많이 보내주시구요. 실제 수업에 적용하면서 내가 제대로 하는 게 맞나 하는 의심이 들 때도 선생님에게 끊임없이 확인하고 검증받으면서 확신을 얻었어요.”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고 교사가 컨설턴트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학교컨설팅의 이점이다.

학교컨설팅의 성패는 ‘어떤 컨설턴트를 만나느냐’에 따라 좌우되는 일이 많다. 우수한 컨설턴트를 섭외하는 일에는 교장, 교감, 수석교사 등 ‘선배교사’들의 구실이 컸다. 이종림 학력신장부장은 서울시교육청 중등영어교육연구회를 한 경험을 바탕으로 영어 교사들의 갈채를 받는 강사를 섭외했다. 그는 “교직사회는 1년차부터 30년차까지 똑같은 교사 직함을 갖는 수평적인 관계”라며 “나이 들면 무능력하다는 낙인이 찍히기 쉬운데 컨설팅을 통해 인정받을 수 있는 부분이 생기니 좋다”고 말했다. 교사들 사이에 존경과 신뢰가 생기는 것은 학교컨설팅의 덤이다.


학교컨설팅의 원리
학교컨설팅의 원리
학교컨설팅은 교사들의 자발성과 자율성을 거름 삼아 지난 여덟 달 동안 서서히 뿌리내렸다. 학교장은 아이디어를 낸 정도로 최대한 발을 빼고, 교사를 설득하고 지원하는 것은 이우인 수석교사가 맡았다. “원래 일이 많은 교사들에게 학교컨설팅이 또다른 ‘일’이 되면 안 되죠. 성과나 실적 위주의 사업으로 치부되지 않도록 시간도 넉넉하게 주고 컨설팅 진행 과정에는 일체 간섭하지 않았어요.”

학교컨설팅이 준 가장 큰 선물은 교사들의 ‘자존감’이다. 신현주 교사(국어)는 컴퓨터를 다루는 데서 느끼던 열등감을 ‘수업 자료 제작’이라는 컨설팅을 통해 떨쳐냈다. “컴퓨터를 다루는 데서만큼은 제가 제자들한테 배워야 할 처지였어요. 교단에 서서 제자들을 보면 괜히 위축되고 그랬어요. 컨설팅 받고 난 뒤 ‘발표’에 대한 수업을 동영상으로 했는데 아이들의 반응이 좋더라고요. 교단에 서는 자신감을 회복했죠.”

“학원에서는 그냥 예습 복습 위주로 딱딱한 수업만 해요. 학교에서 이런 수업 하니까 정말 좋아요.” 염지선 교사의 그래픽 오거나이저 수업을 들은 김종운(14)군의 말이다. 교사의 전문성을 키우는 학교컨설팅이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첫단추를 끼우고 있었다.

진명선 기자 ed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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