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넬 의대에서 수업중인 학생들의 모습이다. 에듀케이션 시티 내 6개 미국 대학 분교의 외국 학생 비중은 50%가 넘는다.
[이주의 교육테마] 카타르 에듀케이션시티를 가다
국정 최우선 순위 ‘교육’으로…카타르재단 설립
9월 와이즈포럼 통해 세계 교육의제 선점 시도
국정 최우선 순위 ‘교육’으로…카타르재단 설립
9월 와이즈포럼 통해 세계 교육의제 선점 시도
지난 2월25일 카타르재단 초청으로 카타르에 입국하자 기자를 처음 맞이한 건 ‘먼지’였다. 먼지의 정체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카타르의 수도 도하를 둘러싼 사막의 먼지였고, 다른 하나는 10여년 전부터 시작된 국가혁신사업의 먼지였다. 카타르는 지금, 이슬람의 오랜 전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먼지를 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카타르는 아라비아 반도 동해안 중간지대에 자리잡아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작은 나라다. 면적은 1만1521㎢로 우리나라 경기도만 하다. 인구는 2008년 기준 90만명이며 이들 중 77% 이상이 외국인이다. 인구의 절반 이상은 수도인 도하에 살고 있다. 도하를 벗어나면 대부분의 땅이 사막이기 때문이다.
카타르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카타르공항에서 도하에 있는 숙소로 향하는 길에서 본 건 ‘완공된’ 카타르가 아니라 여전히 ‘공사중’인 카타르였다. 현지 통역을 맡은 임진아씨는 “3년 전에 카타르에 처음 왔을 때와는 몰라보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카타르가 오랜 잠에서 깨어난 것은 1995년 현재 셰이크 하마드 빈 할리파 알사니 국왕이 왕권을 잡으면서부터다. 그는 ‘개혁·개방’을 기치로 내걸고 카타르의 미래 청사진들을 하나씩 실현해가고 있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총회 개최와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개최 등이 그 결실의 일부다. 카타르는 하마드 국왕 집권 이후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금융위기로 대부분의 국가들이 마이너스 성장에 진입한 반면 카타르는 8%의 높은 성장률을 유지했다. 2008년 기준 카타르의 1인당 국민소득은 10만달러를 넘어섰다. 4인 1가구를 기준 삼으면 한 가구당 6억원 정도를 버는 셈이다.
그러나 하마드 국왕이 국정의 최우선 순위로 놓은 것은 다름아닌 ‘교육’이다. 그는 석유 고갈 시대를 앞두고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을 통해 카타르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를 양성할 뿐 아니라 카타르를 중동 교육의 허브를 넘어 세계 교육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국왕은 이 비전을 주도면밀하게 수행하기 위해 1995년 카타르재단(Qatar Foundation)을 설립했다. 카타르재단의 첫 작품은 2003년 공식 출범한 ‘에듀케이션 시티’(교육 도시)이다.
에듀케이션 시티는 약 14㎢ 면적에 세계 최대, 최고의 교육단지를 구성하려는 카타르재단의 야심찬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다. 에듀케이션 시티는 ‘대학 중의 대학’을 주창하며 미국 등의 유수 대학의 경쟁력 있는 단과대학들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에듀케이션 시티에 들어선 대학들은 코넬대 의과대학, 카네기멜런대 경영 및 컴퓨터 공학대학, 조지타운대 국제관계대학, 텍사스 에이앤엠(A&M)대 공과대학, 버지니아주립대 응용미술대학, 노스웨스턴대 저널리즘 과정 등 모두 6개다. 앞으로 유럽 및 아시아의 명문 대학들도 유치할 계획이다.
카타르가 질 높은 고등교육 구축에 가장 힘을 쏟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에듀케이션 시티엔 해외 명문대학만 있는 건 아니다. 국제적 수준의 초·중등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카타르국립학교, 학생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학습센터, 대학입학 예비교육을 담당한 아카데믹 브리지 프로그램 등의 다양한 교육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또 산학연계를 고려해 과학기술 분야 해외 기업 연구소들이 입주할 카타르 과학기술 단지가 마련돼 있다. 이 단지엔 이미 마이크로소프트사뿐 아니라 엑손모빌 등 석유화학 기업들이 투자 유치를 약속한 바 있다. 에듀케이션 시티는 교육 분야의 거대한 실험장인 셈이다.
26일 아침, 취재진은 버스를 타고 도하 서쪽 외곽 8㎞ 지점에 위치한 에듀케이션 시티에 도착했다. 허허벌판에 눈에 띄는 건물들이 몇몇 보였다. 에듀케이션 시티도 여전히 ‘공사중’이었다. 처음 들어선 곳은 미국 뉴욕주에 본교를 둔 코넬대 의과대학 카타르 분교였다. 웅장한 건물에 다소 비좁은 듯한 입구에 들어서자 마이클 버티건스 대외협력처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취재진에게 디지털 도서관, 위성방송 강의실 등을 보여주며, “코넬대 본교와 동일한 교육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강조했다.
방학이라 학교는 한산했지만, 간간이 세미나가 열리는 교실들이 있었다. 담당 교수의 사진취재 협조를 얻어 들어간 교실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반갑게 취재진을 맞이했다. 버티건스 대외협력처장은 “현재 에듀케이션 시티엔 중동 국가뿐 아니라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에서 온 45개국 2500여명의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타르의 에듀케이션 시티는 차츰 중동과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 교육의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카타르의 국가적 ‘교육’ 사업이 에듀케이션 시티까지라면, 인접한 두바이의 ‘날리지 빌리지’(지식 마을)나 싱가포르의 ‘글로벌 스쿨하우스’와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이다. 그러나 카타르재단은 2009년 9월 세계 교육의 허브를 향한 또 하나의 야심찬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21세기 세계 교육 문제들을 각국 전문가들과 함께 토론하고, 그 결과를 실행에 옮길 와이즈(WISE, World Innovation Summit for Education) 포럼이 그것이다. 올해 포럼 의제는 ‘지구촌 교육, 지속가능한 성취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다. 26일 오후, 에듀케이션 시티 내 카네기멜런대 카타르 분교에서 열린 와이즈 포럼 기자회견에서 압둘라 빈 알리 알사니 와이즈 포럼 의장은 “이번 포럼에선 지구촌 교육의 사회적 측면과 경제적 측면, 그리고 기술적 측면을 함께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포럼은 오는 9월28일부터 30일까지 3일 동안 세 가지 소주제로 나눠 토론을 진행한다. 그 주제들은 각각 다원주의(pluralism),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혁신(innovation)이다. 또 이틀째 저녁엔 세 가지 소주제 영역별로 혁신적인 업적을 쌓은 단체나 개인들에게 와이즈 상을 줄 예정이다. 상금은 2만달러이며, 교육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전세계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www.wise-qatar.org 참조) 카타르는 와이즈 포럼을 통해 세계 교육 의제들을 선점하고, 장차 세계 교육의 선도 국가가 되려는 꿈을 담금질하고 있다.
사우드 카타르재단 이사장 인터뷰 “외국인 학생들에 최대한 학비지원 할 것”
1995년에 설립된 카타르재단은 모자 왕비가 총재를 맡고 있는 비영리단체다. 카타르재단은 교육과 과학, 그리고 복지사회 구축 등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카타르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모하마드 파시 사우드 박사는 에듀케이션 시티의 기획과 추진에 산파 구실을 했다. 26일 오후 카타르 도하 포시즌 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현재 카타르 에듀케이션 시티 외에도 두바이의 ‘날리지 빌리지’(지식 마을)뿐 아니라 싱가포르의 ‘글로벌 스쿨하우스’ 등도 중동과 아시아를 넘어 세계 교육의 허브로 자리매김하려 애쓰고 있다. 카타르만의 차별화 요인은 무엇인가?
“카타르의 에듀케이션 시티는 단순히 외국 명문대학들을 유치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에듀케이션 시티는 복합 교육 단지다. 고등교육뿐 아니라 초·중등교육을 아우르고 있고,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에듀케이션 시티의 과학기술 단지에 머물며 연구를 지속할 수 있다. 또 에듀케이션 시티는 비영리단체인 카타르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즉, 영리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란 뜻이다. 에듀케이션 시티는 교육을 매개로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 사람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아시아 학생들이 미국 본교로 가지 않고 카타르에 있는 분교에 와서 공부하게 될 때 얻게 될 이득은 무엇인가?
“첫째, 미국 본교와 카타르 분교의 교육 수준이나 졸업 이후 학위의 쓰임새는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또 카타르에선 학생들이 학비 걱정 없도록 최대한 지원할 것이다. 그렇다고 외국인 학생들이 무료로 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건 아니다. 무이자로 학비와 기숙사비 등을 빌려줄 것이다. 카타르는 또 졸업 후 일할 곳이 많다. 고급 인재에 대한 수요는 높은데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아시아 학생이 미국에서 공부하면 그는 ‘외국인 학생’ 중 한 명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에듀케이션 시티에선 모든 학생들이 평등하다.”
-마지막으로 올 9월에 열리는 와이즈 포럼에 대해 설명해 달라.
“와이즈 포럼은 교육 문제에 관해선 누구와도 허심탄회하게 토론하고 혁신적 대안을 찾아 실천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한국의 교육실천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
도하/글·사진 조동영 기자 ijoe0691@hanedui.com
카타르 에듀케이션시티를 가다
방학이라 학교는 한산했지만, 간간이 세미나가 열리는 교실들이 있었다. 담당 교수의 사진취재 협조를 얻어 들어간 교실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반갑게 취재진을 맞이했다. 버티건스 대외협력처장은 “현재 에듀케이션 시티엔 중동 국가뿐 아니라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에서 온 45개국 2500여명의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타르의 에듀케이션 시티는 차츰 중동과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 교육의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카타르의 국가적 ‘교육’ 사업이 에듀케이션 시티까지라면, 인접한 두바이의 ‘날리지 빌리지’(지식 마을)나 싱가포르의 ‘글로벌 스쿨하우스’와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이다. 그러나 카타르재단은 2009년 9월 세계 교육의 허브를 향한 또 하나의 야심찬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21세기 세계 교육 문제들을 각국 전문가들과 함께 토론하고, 그 결과를 실행에 옮길 와이즈(WISE, World Innovation Summit for Education) 포럼이 그것이다. 올해 포럼 의제는 ‘지구촌 교육, 지속가능한 성취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다. 26일 오후, 에듀케이션 시티 내 카네기멜런대 카타르 분교에서 열린 와이즈 포럼 기자회견에서 압둘라 빈 알리 알사니 와이즈 포럼 의장은 “이번 포럼에선 지구촌 교육의 사회적 측면과 경제적 측면, 그리고 기술적 측면을 함께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포럼은 오는 9월28일부터 30일까지 3일 동안 세 가지 소주제로 나눠 토론을 진행한다. 그 주제들은 각각 다원주의(pluralism),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혁신(innovation)이다. 또 이틀째 저녁엔 세 가지 소주제 영역별로 혁신적인 업적을 쌓은 단체나 개인들에게 와이즈 상을 줄 예정이다. 상금은 2만달러이며, 교육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전세계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www.wise-qatar.org 참조) 카타르는 와이즈 포럼을 통해 세계 교육 의제들을 선점하고, 장차 세계 교육의 선도 국가가 되려는 꿈을 담금질하고 있다.
사우드 카타르재단 이사장 인터뷰 “외국인 학생들에 최대한 학비지원 할 것”
모하마드 파시 사우드/카타르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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