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미의 창의적 읽기
임성미의 창의적 읽기 / 34. 내적 성장을 위한 책 읽기 35. 치유를 위한 읽기 36. 매체도 책처럼 읽어야 한다 “영혼을 치유하는 장소” 고대 이집트의 람세스 2세는 테베에 있던 자신의 궁전에 상당한 규모의 도서관을 만들었는데, 그 도서관을 이렇게 불렀다. 또 그리스인들은 도서관을 ‘영혼을 위한 약의 저장소’라고 했다. 고대인들이 그랬듯이 현대의 많은 사람들도 책을 통해 자신의 본성을 탐색하고 위안을 받으며 고민이나 걱정거리를 해결한다. 책에는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고 변화시키는 마법과 같은 힘이 들어 있는 것이다.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던 책을 떠올려보자. 처음에는 주인공의 처지가 마치 내 처지인 양 느껴져서 풍덩 빠져들어 읽었을 것이다.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아, 나도 그렇게 느꼈는데.’ ‘맞아, 나도 그런 말을 하고 싶었어!’ ‘나만 겪는 문제가 아니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일치감을 느낀다. 때로는 분노, 슬픔, 죄책감, 두려움, 기쁨, 부러움 등 다양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일어난다. 펑펑 눈물을 흘리며 울기도 한다. 그렇게 울다 보면 감정의 응어리가 풀리고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 굳이 눈물을 흘리지 않더라도 뭉클한 감동이 밀려오거나 뿌듯한 감정에 사로잡힐 때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 일어나는 이러한 정서적 반응들은 책과 마음이 전기가 통하듯 강하게 교류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고 자기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정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감정의 동기와 원인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또 ‘주인공은 어떻게 갈등과 문제를 해결했지?’ 하고 돌아보면서 ‘아, 나도 그렇게 해결하면 되겠구나!’ 하고 독자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그 해결 방법을 찾아본다. 이것을 통찰 또는 각성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자기 문제를 통찰한다는 것은, 등장인물들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그 행동의 동기를 알게 됨으로써, 문제를 둘러싼 다양한 상황과 사람들의 처지, 입장을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나무만 보지 않고 숲도 보게 되는 것이다. 마음에 위안과 힘을 주는 책은 꼭 소설만이 아니다. 때에 따라서는 신문이나 잡지에 실린 한 편의 글, 시 한 구절, 시련을 이겨낸 자서전, 진실이 담긴 수필 등을 읽고 감동을 얻을 수 있다. 청소년기의 방황과 고민, 희망을 담은 성장소설이나 심리학자들이 쓴 치유 에세이를 통해서도 위로를 받고 자기 문제를 통찰하기도 한다. 때때로 혼자 읽는 것보다 부모님이나 선생님, 친구들과 책을 함께 읽고 나서 대화를 나눌 때 더 값진 체험을 할 수도 있다. 책 읽기를 통한 치유 과정에는 강한 정서적 체험도 필요하지만 상징을 깊이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1849~1924)이 지은 <비밀의 화원>을 예로 들어보자. 대부분의 독자들은 죽을 날만 기다리며 살아가던 사촌동생이 메리의 사랑 덕분에 스스로 걷게 되고, 아내를 잃고 슬픔에 빠져 있던 고모부가 그 장면을 바라보고 감격스러워 하는 장면에서 감동하여 눈물을 흘렸다고 말한다. 하지만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메리가 변화된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 거칠고 신경질적이고 자기밖에 모르던 메리가 사랑스럽고 행복한 소녀로 변한 까닭은 무엇일까? 바로 비밀의 화원을 가꾸면서부터이다. 여기서 비밀의 화원은 마음의 밭을 의미한다. 메리는 오랫동안 버려진 채 아무도 돌보지 않아 황량한 화원이었던 마음밭을 매일 자신의 의지와 힘으로 정성껏 가꿈으로써 한층 성숙해졌다. 이제 독자 자신의 마음밭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어쩌면 처음에 메리가 그랬던 것처럼 뒤엉키고 거친 상태로 제멋대로 마구 자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메리처럼 행복해지기 위해서, 마음밭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일상을 돌아보고 성찰해 봄으로써 살아가는 태도를 바꾸거나, 간단한 집안일을 돕고, 일기 쓰기, 운동하기 등 일상에서 실천할 점을 찾아 실행에 옮길 수도 있을 것이다. 때때로 좋은 책은 좋은 약보다 낫다. <책벌레 선생님의 아주 특별한 도서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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