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미의 창의적 읽기
임성미의 창의적 읽기 / 33. 고전도 맛있게 읽는 법이 있다
34. 내적 성장을 위한 책 읽기
35. 치유를 위한 읽기 1995년 어느 날 아침, 캐나다의 평범한 열두 살 소년 크레이그는 언제나처럼 잡지를 뒤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평생 잊지 못할 한 사람을 만난다. 1면에 주황색 조끼 차림에 주먹을 높이 치켜든 한 소년의 사진이 있었다. 기사 제목은 ‘12세 소년, 아동 노동에 반대하다 살해당하다’. 네 살 나이에 노예로 팔려가 카펫 공장에서 하루 12시간씩 일을 했고, 열 살 때 탈출하여 아동 착취에 반대하는 운동을 벌이다 살해당한 이크발이라는 소년의 사연이었다. 크레이그는 세상에 아직도 노예가 존재한다는 것과 아동들이 부모의 빚 때문에 강제 노동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몹시 충격을 받았다. 크레이그는 아동 노동에 대해 더 알아보기 위해 도서관으로 달려갔고, 많은 책을 읽은 후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으며, 뭔가를 해야 한다고 결심한다. 그는 고민 끝에 “어린이가 어린이를 돕는다”는 구호를 걸고 친구들과 함께 ‘어린이에게 자유를’(Free the Children)이라는 단체를 설립한다. 이들은 인권 단체에 편지를 보내고, 연방 정부에 청원서를 제출하고, 운동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바자회를 열기도 했다. 14년이 흐른 지금 이 단체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동참하여 35개국 100만 명의 어린이를 돕는 세계적인 운동 단체가 되었고, 가난한 나라에 400곳이 넘는 학교를 세웠으며, 그들에게 물과 의약품을 제공해 오고 있다. 위 내용은 <나에서 우리로>라는 책을 통해 국내에도 알려진 사실이다. 파키스탄의 이크발이라는 소년의 죽음은 당시 많은 매체를 통해 전해지면서 세계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하지만 크레이그처럼 마음으로 함께 아파하고 도움을 주기 위해 행동으로 옮긴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이 크레이그의 삶을 바꿔놓은 것일까? 다른 동물과 다르게 인간에겐 경험을 하지 않고도 읽기를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뇌를 연구한 학자들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때때로 상상과 현실을 잘 구분하지 못하여, 상상을 진짜 현실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책 속 인물의 처지를 이해하고 그 아픔을 상상하면서 눈물을 흘릴 때, 우리의 뇌는 그것을 진짜 현실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책을 읽으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며 공감할 줄 알 때 우리는 그만큼 성숙의 길로 나아간다. <너는 무엇을 위해 살래?>는 자기인식, 긍정적 태도, 상상력, 공감, 정의, 배려, 용서, 정직, 용기, 책임감, 의사소통 등 10대에 만나야 할 중요한 가치들을 어떻게 배울 것인지 알려주는 책이다. 이런 좋은 가치들을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남의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자세, 의미와 가치를 찾으려는 자세, 그 안에서 자기를 발견하려는 자세로 글을 읽는 것이다.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려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처지와 심정이 어떠할지 상상해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런 적극적인 상상을 통해 비록 직접 겪어보지 않아도 타인의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책을 통해 의미와 가치를 찾는 작업에는 고민하고 질문하고 탐색하며 토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카프카의 <변신>을 읽는다면, 인간이 왜, 무엇 때문에 소외받게 되었는지 깊이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고,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을 읽는다면 인간의 본성과 악에 대해서,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서는 용서의 힘과 가치는 무엇인지를 깊이 탐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제발 단 한 번만이라도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에 나오는 구절이다. 아마 이 문장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든지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볼 것이다. 이렇게 저자의 물음에 답하고, 또 저자에게 그 답을 얻어내는 과정이 곧 자기 발견을 위한 읽기이다. 오늘도 수많은 저자들은 속삭인다. “두려워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임성미 <책벌레 선생님의 아주 특별한 도서관> 저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