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경(왼쪽) 교수팀은 최근 시알릴락토오스(오른쪽)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플랫폼기술을 개발했다. 효소공법으로 여러 단계의 생합성 과정을 한 단계로 압축해 효율을 높였다. 이 제품은 지난 1월 미국식품의약청(FDA)으로부터 식품첨가물로 승인받았다. 선문대 생체분자재설계연구소 제공
[미래 과학기술 현장]
토양 미생물서 항바이러스작용 시알릴락토오스 만들어
‘당’ 합성 통해 대량생산 길 터…관절염·위궤양에도 효과
토양 미생물서 항바이러스작용 시알릴락토오스 만들어
‘당’ 합성 통해 대량생산 길 터…관절염·위궤양에도 효과
2. 자생식물이용기술사업단
3. 미생물유전체활용기술사업단
4. 작물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 역사상 사람의 목숨을 가장 많이 앗아간 전염병은 결핵이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결핵에 걸린 사람은 꼼짝없이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인류가 결핵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건 1944년부터다. 당시 미국 미생물학자인 왁스먼(Selman Abraham Waksman)이 ‘기적의 항생제’라 불리는 스트렙토마이신을 발견하고, 제약회사가 이를 대량생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왁스먼은 흙 속의 미생물, 스트렙토미세스 그리세우스(streptomyces griseus)에서 이 ‘기적의 항생제’를 찾았다. 이후 많은 연구자들이 토양 미생물 속에 숨겨진 생리활성물질을 찾아 실용화하고자 애쓰고 있다. 지난 22일 충남 아산 선문대에서 만난 송재경(49) 교수도 토양 미생물인 방선균에서 사람에게 유용한 물질을 찾고, 그 물질을 많은 사람들이 값싸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다. 최근 그는 미생물유전체활용기술사업단의 지원으로 토양 미생물 및 여러 미생물의 당 합성 과정을 응용해 기능성 올리고당인 시알릴락토오스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시알릴락토오스는 모유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기능성 올리고당입니다. 갓 태어난 아기를 전염성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으로부터 보호해줄 뿐 아니라 내부면역시스템 구축 및 두뇌 개발에도 중요한 구실을 하죠. 최근엔 관절염이나 위궤양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시알릴락토오스는 매력적인 식품소재이자 치료소재인 셈이죠. 그러나 시중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시알릴락토오스는 우유에서 분리해 공급한 것입니다. 양도 적은데다 비쌉니다. 그런데 토양 미생물의 당 합성 과정을 연구하다 보니 시알릴락토오스를 대량생산해 값싸게 공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게 됐어요. 효소공법을 활용해 여러 단계의 생합성 과정을 한 단계(one-pot reaction)로 줄이는 데 성공한 거죠. 올해 1월엔 미국 식품의약청(FDA)에 저희가 생산한 시알릴락토오스가 식품첨가물로 등재됐어요.” 송 교수는 화학을 전공하던 학부 시절부터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데 관심이 많았다. 그는 석사과정에서 유기화학을 전공하며 당 합성 연구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이후 미국 브라운대학 데이비드 케인(David Cane) 교수의 지도로 토양 미생물에 의한 천연물 생합성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워싱턴대학 박사후과정에서 당의 생합성 연구를 했다. 그는 왜 여러 물질 가운데 ‘당’에 주목하게 된 걸까? “우리는 ‘당’ 하면 흔히 비만의 주범이라 여겨지는 설탕을 생각하거나, 주영양소로 체내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떠올리죠. 그러나 최근 생명공학이 발전하면서 당의 새로운 생리작용에 주목하고 있어요. 바로 세포막에 있는 당들이죠. 이들은 생체 정보의 전달, 세포간 상호작용, 항바이러스작용 그리고 면역활성 등에서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합니다. 이번에 생합성한 시알릴락토오스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최근 신종 인플루엔자로 유명해진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도 세포막 바깥층에 있는 당구조를 변형해 합성한 것이죠. 이런 당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 분야를 가리켜 ‘글라이코믹스’(Glycomics)라 부릅니다. 이제 유전정보를 총체적으로 연구하는 ‘지노믹스’(Genomics), 유전체에서 발현된 단백질체를 연구하는 ‘프로테오믹스’(Proteomics)에 이어 ‘글라이코믹스’ 시대가 열리고 있는 셈이죠.” 송 교수의 이번 연구성과는 단시일에 혼자서 이룬 게 아니다. 10년 가까이 동료 교수들과의 협력연구와 기업체와의 산학연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무엇보다 ‘지방대학교’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2001년부터 뜻을 같이한 류광경 교수와 이희찬 교수에게 감사하고 싶어요. 이들과 함께 생체분자재설계연구소를 세워 학생, 기자재, 연구공간 등을 공유할 수 있었던 게 큰 힘이 됐죠. 이를 토대로 학부과정엔 제약공학과를, 석·박사과정엔 생명공학협동과정을 개설해 인재를 꾸준히 양성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 타 대학 연구팀들(서울대 김병기 교수팀, 이화여대 윤여준 교수팀, 조선대 유진철 교수팀 등) 및 여러 바이오벤처기업들(진켐, 제노텍, 스몰소프트 등)과 지속적인 협력으로 기초연구를 응용연구로, 학문을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됐죠.”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속담이 있다. 송재경 교수와 그의 동료들은 오늘도 미생물 속에 숨겨진 수많은 ‘구슬’을 꿰어 ‘보배’로 만드는 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새 미생물 자원 확보 ‘3년 연속 1위’
오태광 미생물유전체활용기술사업단장
우리나라는 지난 2002년 6월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21세기 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의 하나로 미생물유전체활용기술사업단(이하 ‘미생물유전체사업단’)을 출범시켰다. 미생물유전체사업단은 사업이 완료되는 2012년엔 세계 4위권의 미생물산업 강국에 도달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있다. 지난 17일 오태광(55·사진) 미생물유전체사업단장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미생물유전체사업단을 출범시키게 된 계기는?
“미생물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체 총중량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을뿐더러 유전적·기능적 다양성으로 인해 지구 생태계의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해 왔다. 1980년대 이후 생명공학이 발전하면서 미생물의 유전적·기능적 다양성의 가치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현재 미생물을 응용한 식품이나 의약품은 세계 바이오시장의 30%, 국내 바이오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코리네박테리움에서 얻은 필수아미노산 라이신(리신)이다. 라이신은 2008년 기준 약 39억달러(약 5조원)에 이르는 시장을 형성했다. 우리나라는 이런 추세에 부응하기 위해 2002년 미생물 분야 대형국책사업을 기획했다.”
미생물 연구ㆍ개발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그림의 떡’이란 말이 있다. 보기엔 먹음직스럽지만 실제론 먹을 수 없단 뜻이다. 과학기술자들의 연구성과가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기간이나 비용 등의 문제로 연구성과를 실용화하기가 쉽지 않단 것이다. 이에 비해 미생물 연구는 기초연구에서 실용화까지 기간이 짧은 편이다. 산업적 접근이 쉽고, 경제적 이익은 크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생물 연구를 ‘손안의 떡’이라 말할 수 있다.”
그간 미생물유전체사업단의 괄목할 만한 성과는?
“먼저 다양한 미생물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신규 미생물 자원 확보에서 2005년부터 3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는 독도 주변 해양에서 찾은 ‘동해독도’란 미생물도 있다. 두 번째는 국내 미생물 유전체 해석의 절반 이상을 사업단이 해냈다. 미생물 유전체 해석은 미생물 속에 숨겨진 보물을 찾기 위한 보물지도 작성과 같다. 이를 통해 연구자들은 좀더 효율적으로 미생물 연구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연구성과 가운데 37건이 민간기업에 이전되어 실용화되고 있다. 생물전환 공정을 통해 개발된 당뇨병 치료제 보글리코스의 경우 2006년부터 3년 동안 31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사업단은 2012년까지 500건 이상의 지적재산권을 확보하고, 1조원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산/글·사진 조동영 기자 ijoe0691@hanedui.com
3. 미생물유전체활용기술사업단
4. 작물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 역사상 사람의 목숨을 가장 많이 앗아간 전염병은 결핵이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결핵에 걸린 사람은 꼼짝없이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인류가 결핵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건 1944년부터다. 당시 미국 미생물학자인 왁스먼(Selman Abraham Waksman)이 ‘기적의 항생제’라 불리는 스트렙토마이신을 발견하고, 제약회사가 이를 대량생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왁스먼은 흙 속의 미생물, 스트렙토미세스 그리세우스(streptomyces griseus)에서 이 ‘기적의 항생제’를 찾았다. 이후 많은 연구자들이 토양 미생물 속에 숨겨진 생리활성물질을 찾아 실용화하고자 애쓰고 있다. 지난 22일 충남 아산 선문대에서 만난 송재경(49) 교수도 토양 미생물인 방선균에서 사람에게 유용한 물질을 찾고, 그 물질을 많은 사람들이 값싸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다. 최근 그는 미생물유전체활용기술사업단의 지원으로 토양 미생물 및 여러 미생물의 당 합성 과정을 응용해 기능성 올리고당인 시알릴락토오스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시알릴락토오스는 모유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기능성 올리고당입니다. 갓 태어난 아기를 전염성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으로부터 보호해줄 뿐 아니라 내부면역시스템 구축 및 두뇌 개발에도 중요한 구실을 하죠. 최근엔 관절염이나 위궤양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시알릴락토오스는 매력적인 식품소재이자 치료소재인 셈이죠. 그러나 시중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시알릴락토오스는 우유에서 분리해 공급한 것입니다. 양도 적은데다 비쌉니다. 그런데 토양 미생물의 당 합성 과정을 연구하다 보니 시알릴락토오스를 대량생산해 값싸게 공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게 됐어요. 효소공법을 활용해 여러 단계의 생합성 과정을 한 단계(one-pot reaction)로 줄이는 데 성공한 거죠. 올해 1월엔 미국 식품의약청(FDA)에 저희가 생산한 시알릴락토오스가 식품첨가물로 등재됐어요.” 송 교수는 화학을 전공하던 학부 시절부터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데 관심이 많았다. 그는 석사과정에서 유기화학을 전공하며 당 합성 연구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이후 미국 브라운대학 데이비드 케인(David Cane) 교수의 지도로 토양 미생물에 의한 천연물 생합성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워싱턴대학 박사후과정에서 당의 생합성 연구를 했다. 그는 왜 여러 물질 가운데 ‘당’에 주목하게 된 걸까? “우리는 ‘당’ 하면 흔히 비만의 주범이라 여겨지는 설탕을 생각하거나, 주영양소로 체내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떠올리죠. 그러나 최근 생명공학이 발전하면서 당의 새로운 생리작용에 주목하고 있어요. 바로 세포막에 있는 당들이죠. 이들은 생체 정보의 전달, 세포간 상호작용, 항바이러스작용 그리고 면역활성 등에서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합니다. 이번에 생합성한 시알릴락토오스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최근 신종 인플루엔자로 유명해진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도 세포막 바깥층에 있는 당구조를 변형해 합성한 것이죠. 이런 당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 분야를 가리켜 ‘글라이코믹스’(Glycomics)라 부릅니다. 이제 유전정보를 총체적으로 연구하는 ‘지노믹스’(Genomics), 유전체에서 발현된 단백질체를 연구하는 ‘프로테오믹스’(Proteomics)에 이어 ‘글라이코믹스’ 시대가 열리고 있는 셈이죠.” 송 교수의 이번 연구성과는 단시일에 혼자서 이룬 게 아니다. 10년 가까이 동료 교수들과의 협력연구와 기업체와의 산학연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무엇보다 ‘지방대학교’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2001년부터 뜻을 같이한 류광경 교수와 이희찬 교수에게 감사하고 싶어요. 이들과 함께 생체분자재설계연구소를 세워 학생, 기자재, 연구공간 등을 공유할 수 있었던 게 큰 힘이 됐죠. 이를 토대로 학부과정엔 제약공학과를, 석·박사과정엔 생명공학협동과정을 개설해 인재를 꾸준히 양성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 타 대학 연구팀들(서울대 김병기 교수팀, 이화여대 윤여준 교수팀, 조선대 유진철 교수팀 등) 및 여러 바이오벤처기업들(진켐, 제노텍, 스몰소프트 등)과 지속적인 협력으로 기초연구를 응용연구로, 학문을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됐죠.”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속담이 있다. 송재경 교수와 그의 동료들은 오늘도 미생물 속에 숨겨진 수많은 ‘구슬’을 꿰어 ‘보배’로 만드는 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오태광(55) 미생물유전체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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