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숙의 학부모코칭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 보통 자동차 판매장은 널찍한 매장에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도록 전면을 유리로 처리한다. 그런데 미국 출장길에 전혀 다른 개념의 자동차 판매장 얘길 들었다. 이 판매장은 밖에서는 볼 수 없는 대신 매장 내부 사방을 거울로 만들었단다. 심지어 천장까지도 거울이다. 무슨 차이가 있을까? 사방이 거울인 매장에서는 차를 보러 온 손님이 단지 차를 구경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차를 탄 자기의 모습을 모든 각도에서 볼 수 있게 된다. 정면 거울은 멋진 차를 탄 내 모습을 비춰주고, 옆거울을 볼 때는 ‘음, 출근길에 이웃 집 사람들은 나를 이렇게 보겠군’ 한다. 뒷거울로는 뒤차 운전자에게 비칠 자기 모습이 보인다. 괜찮다! 천장에서는? “하느님이 내려다보시지 않겠는가? 멋진 내 모습을…!” 오, 아주 재미있는 생각이었다. 차 자체가 멋지다는 것과 그 차에 탄 내 모습을 보는 것은 전혀 다른 정서적 체험을 가져다준다. 멋진 차를 탄 자신의 이미지는 차라는 사물을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게 하기 때문이다. 세일즈를 하는 기법 중 하나인 고객을 정서적으로 개입시키는(emotional involvement) 기법이다. 제품 자체보다 정서적 체험이 훨씬 고객에게 호소력이 있다. 어느 자리에서, 요즘 젊은이들 문제 많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한 대학 교수님이 개인 연구비까지 털어가며 학생들을 외국 연수에 데리고 갔는데, 학생들이 크게 감사해하지도 않고, 참가하는 태도도 성의가 없더란다. 급기야 도시락을 사는데 자기들 것만 챙기고 선생님 것은 빼먹어 사람을 엄청 섭섭하게 하더니, 연수 후엔 “이런저런 사항을 준비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등 정성 어린 피드백을 학생들에게 이메일로 보냈는데, 회신조차 없더라는 얘기다. 함께 듣고 있던 중소기업 경영자가 말을 받았다. “젊은 애들에게 잘해주려고 노력할 필요 없어요. 저는 진작에 포기했습니다. 밥 사주는 거요? 효과도 없고 고마워하지도 않습디다. 괜히 겉도는 분위기에서 밥 먹느라 체할 지경이죠. 사장이 좋아서 사는 밥이고 자기들이 먹어준다는 것 같아서 다 그만두었죠.” 대부분 중년이었던 일행들이 이후 한 얘기들은 예의 없고 기본이 안 된 젊은것들에 대한 질타, 어른들의 억울함 호소, ‘우리 식대로 살자’(이건 보통 약자들의 대사 아니던가?)는 다짐 등이었다. 하지만 젊은이들과 통하지 못하는 것 역시 정서적 개입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훌륭해도 애들에겐 자기와 상관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스승이 훌륭하더라도 그것은 ‘그가 잘난 사람이기 때문’이고, 사장이 드라마틱한 인간 승리의 주역이라고 해도 직원 입장에서는 “그래서, 뭐?”(So, what?)일 뿐이다. 좋은 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차를 탄 내 모습이 어떤 것이냐가 더 중요한 것과 같다. 이런 자세가 옳은지 그른지 모르겠다. 아마 그것은 판단이나 교정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이 아닐까. 그들과 통하고 싶으면 정말 정서적으로 통해 볼 것.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면 소통도 실패다. 또 한가지, 너무 조급하게 재단하지 말자. 우리가 어렸을 때는 4, 50대 어른을 아예 인종이 다른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는가? 고현숙 한국리더십센터 대표 Helen@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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