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관희의 학부모코칭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 며칠 전에 울산의대 나도선 교수님의 ‘직장인의 지속가능 경영’이라는 제목의 특강을 들을 수 있었다. 나 교수님은 한국 최초의 여성 과학기관장으로, 서울대학교 약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일본 국립암센터연구소 교수, 울산대학교 교수를 거쳐 2005년부터 3년간 한국과학문화재단 이사장을 역임하신 분이다. 60년 동안의 열정적이고 주도적인 삶에 대해 역시나 열정적인 모습으로 하시는 강의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자녀 교육에 대한 나 교수님의 설득력 있고 명료한 지침은 이 땅의 모든 직장 맘에게 좋은 귀감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문적, 사회적 성취가 남달랐던 분, 그만큼 바빴던 분이 실제로 행하고 좋은 결과를 냈던 교육법 중 몇 가지만 정리해 보았다. 우선 가장 기본이 되는 지침은 자녀들 문제 10년이면 다 해결될 거라는 믿음으로 서두르지 말라는 것이다. 아이가 미국에서 귀국하여 한글도 잘 모를 때 과학시험을 보았는데 30점을 받고 와서 아이 스스로 씩씩거리면서 화를 냈단다. 이때 중요한 것은 어떤 방법을 찾는 것보다 여유를 갖는 것이었다. 나 교수님이 먼저 한 일은 아이에게 한글도 잘 모르면서 이 정도면 잘한 것이라고 인정해 주고 다음달 시험부터 10점씩 올리면 되지 않겠냐고 설득했는데 실제로 매달 10점씩 올렸고 기말쯤에는 정상적인 점수를 받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모들이 교육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지금 당장 무슨 조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때문이다. 10년이면 해결된다는 믿음으로 기본에 충실하면 점점 더 발전할 수 있고, 혹은 곧바로 좋은 효과를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서두르면 10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고 세월만 보내게 되는 경우가 흔히 있다. 또 나 교수님이 강조한 것은 자녀와 대화를 잘 하는 것인데 그 방법이 너무나 쉽다. 즉 자녀와 대화할 때 부모는 말하지 않고 듣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아이의 말을 대강 듣고 내 말을 하기 바쁘다. 그러나 아이와 이야기할 시간이 없으면 없을수록 듣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인의 영적 성장에 대한 위대한 지침서인 스콧 펙 박사의 <아직도 가야 할 길>이라는 책에서는 듣는 것이 필요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첫째, 그렇게 관심을 갖는 것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존중감의 가장 구체적인 증거가 된다. 둘째, 아이들은 자신이 귀중하다고 느끼면 느낄수록 귀중한 것들에 대해서 더 많이 이야기하기 시작할 것이다. 셋째, 아이들에게 귀를 기울여 주면 줄수록 아이의 재잘거림 속에서 아이가 참으로 가치 있는 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넷째, 아이에 대해 아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더 잘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부모가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독특한 점을 이해해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아이들은 기꺼이 부모의 말에 순종하고 존경과 사랑으로 대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나 교수님이 아이들에게 살림살이를 배우게 했다는 것이다. 살림살이에 유능하면 평생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신념을 갖고 일찍부터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을 시켰단다. 직장 다니는 엄마는 일을 좀 줄일 수 있어서 좋고 아이는 책임감과 배려, 삶의 지혜 등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공부나 하라면서 모든 집안일에서 열외시켜 주는 요즘의 많은 부모들에게 정말 중요한 관점 전환의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누구보다도 바쁜 삶을 살면서 체득한 주옥같은 말들을 이 지면에 다 소개하지 못해 안타깝다. 책으로 엮고 계시다니 가까운 시기에 볼 날을 기대한다. 남관희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한국코칭센터 전문코치 khnam@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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