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돈 안내는 온라인 영어교실, 학원·과외 부럽잖네

등록 2009-09-13 13:30수정 2009-09-13 13:34

‘영어는 반드시 사교육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생각은 막연한 선입견일 뿐이다. 사진은 학교 수업시간에 사이버가정학습 영어 콘텐츠로 수업을 받는 장면.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제공
[이주의 교육테마]온라인 공교육 ‘사이버가정학습’ 영어 과목서 효과 커

학생수준 진단해 맞춤 수업…“중하위권 아이들 성과”

“1학기 중간고사 영어 작문 점수는 내 입으로 말하기도 부끄럽다. 37명 가운데 35등이다. 친구들은 대부분 학원이나 과외로 학교수업을 보충하는데 난 형편이 어려워 사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기말고사 때 기적이 일어났다. ‘92.5’라는 놀라운 점수. 친구들은 놀랐지만 사실 녀석들만 놀란 게 아니다. 나도 놀랐다.”

지난해 충청북도 충주시 중산외고 1학년 김서연양이 쓴 사이버가정학습 우수활용 사례의 일부다. “다른 건 몰라도 영어는 학원에서!”라고 큰소리를 쳤지만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이들의 귀를 솔깃하게 한다.

두말할 나위 없이 우리나라 사교육비 지출 가운데에는 영어 분야 지출이 가장 많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자료를 보면 연간 영어 사교육비는 6조1283억원에 이른다. “당신은 뭐해? 옆집은 새로 그 영어 학원 보낸다던데….” 한국에서 영어는 학부모들의 부부싸움까지 부르는 잔인한 과목이다.

지난 9월8일 국회 의원회관 1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사이버 영어교육 활용방안 세미나’에선 영어 사교육비 문제를 풀어줄 실마리가 잡혔다. 세미나를 주관한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쪽은 사이버가정학습, 수준별 영어 디지털교과서 등 유비쿼터스 패러다임을 접목한 ‘온라인 영어 공교육’의 진일보를 통해 돈 한 푼 안 들이고 영어교육 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사실 교사가 보내주는 ‘사이버가정학습’ 알림장만 제대로 읽고 참여하게 해줘도 사교육비는 새지 않는다. 김양의 영어 실력을 높여준 사이버가정학습은 현재 가장 대표적인 온라인 공교육으로 2004년 시범사업을 거쳐 현재 16개 시·도가 참여하고 있다. 교과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손잡고 콘텐츠 개발과 시스템 운영을 도맡아 시작한 이 온라인 교육은 학습자가 가정이나 학교 외 장소에서 인터넷을 활용해 수준에 맞춰 스스로 학교 수업을 보충할 수 있도록 국어·사회·수학·과학·영어 등의 교과목에 대한 교육을 지원한다. 현재까지 약 300만명 이상의 초·중·고교생들이 이용하고 있다.

사이버가정학습의 성과는 김양의 사례처럼 영어 과목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사이버학습팀 양재명 팀장은 “지난해 이용 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자녀의 영어 평균점수가 약 10%가량 향상됐다고 느꼈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영어 수업을 듣고 사교육을 그만두거나 그만둘 예정이라는 학생도 17.2%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무엇보다 사이버가정학습의 차별점은 학생 개인의 수준을 진단하고, 보충·기본·심화 등의 맞춤형 수업을 한다는 것이다. ‘개별학습’을 강조하지만 현실적으로 여러 명을 앉혀놓고 집단의 평균 수준에 맞춘 수업을 하는 웬만한 학원 수업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오는 11월부터 학교 수업이나 방과후학교 시간에 보급할 예정인 디지털교과서도 온라인 공교육의 새로운 시도다. 디지털교과서는 텍스트와 이미지 중심의 평면적인 서책형 교과서와 달리 동영상, 가상현실 등 멀티미디어로 이뤄진 학습 자료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디지털교과서팀 정광훈 팀장은 “디지털교과서의 가상공간을 통해 학습공간을 확장할 수 있다”며 “실제 써 본 교사들 반응을 보면 서책형 교과서로 여러 번 수업하는 것보다 디지털교과서로 한 번 수업을 하는 게 훨씬 낫다고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디지털교과서는 종이책과는 달리 새로운 지식을 신속하게 반영할 수 있고, 그 밖의 다른 교육자료들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다양한 문화, 사회적 배경지식과 함께 배워야 하는 영어처럼 언어 분야를 공부할 때 더욱 좋다.

사이버가정학습의 성과와 디지털교과서의 도입 등 온라인 공교육의 변화는 우리나라 교실에도 이러닝(e-Learning)이 본격 도입됐다는 걸 알려준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러닝의 형식이 영어 과목과 궁합이 잘 맞는다는 사실이다. 동덕여대 영어교육학과 김인석 교수는 세미나 발표를 통해 “멀티미디어 영어프로그램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과거 30년간 언어실험 연구를 통해 수없이 많은 논문에서 발표됐다”며 “아날로그 매체보다 멀티미디어 매체가 학습자한테 독립적인 학습 경험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했다.


온라인 영어 공교육의 시도는 점점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초 ‘사이버 영어교실 구축 및 실험학교 운영’에 참여한 강원 홍천 오안초교 학생들은 미국 브리검영대학교에서 개발한 온·오프라인 언어학습 프로그램인 ‘TALL’(Technology Assisted Language Learning)을 약 2개월 동안 사용한 결과 이전보다 높은 성적 향상률을 보이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을 사용한 김미영 교사는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여건으로 학생 개인의 수준차에 따라 난이도를 조절해서 수업하지 못한 아쉬움과 미안함을 덜었다”고 했다. “사이버영어교실은 웹으로 치면 네이버나 다음이 아니라 구글처럼 단순해요. 영어는 개별 학생의 수준별로 맞춰주기가 정말 어려운데 개별적으로 모든 데이터를 정리해줘서 좋았습니다. 특히 중위권 아이들의 성과가 두드러졌죠.”

공교육의 이러닝이 본격화되는 때 이러닝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도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아날로그식 교육에 익숙해 온라인 교육의 가능성에 반신반의하거나 공교육이 제공하는 무료 수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편견을 갖는다면 후회할 게 많다. 전주에 사는 학부모 박경희씨의 사이버가정학습 우수 사례는 학부모들이 버려야 할 편견이 무엇인지를 잘 말해준다. 박씨는 “온라인 교육을 받은 뒤 게임을 하게 될까 싶어 온라인 교육은 생각하지 못했는데 사이버가정학습으로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하는 딸을 보며 두려움을 잊었다”며 다음과 같이 적었다. “세상에! 뒤로 넘어가는 줄 알았다. 항상 ‘모든 공부는 돈’이라고 생각한 부모의 무지를 알게 된 것이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